일반적으로 명장이라고 불리우는 감독이 한시즌 동안 차지하는 승패의 비중, 더 정확히 말해 승리에 기여하는 정도가 5승 안팎이라고 한다. 물론 이런 통계가 나와 있는지 그리고 그게 있다면 진짜 신뢰를 할수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자가 야구를 처음으로 접한(흑백 TV가 생각난다) 198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한국프로야구를 보면서 느낀 것은 한국만큼 감독의 비중이 큰 야구가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시절 지도자였던 분들의 대부분이 현역시절 일본야구를 경험했던 그리고 일본과의 교류가 활발했던 아시아 야구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조밀하고 섬세한 야구,데이터 야구, 그리고 스몰볼로 대표되는 일본야구지만 사실 야구가 가지고 있는 특성(야구는 선수들이 하는것이다)을 감안할때 함부로 `어떤리그는 그렇다' 라고 정의하는것도 어찌보면 우스운 일이다. 같은 나라에서 야구를 하지만 지명타자제가 없는 센트럴리그는 투수도 타석에 들어서야 하기에 번트의 비중이 퍼시픽리그 보다 많을수 밖에 없고 반대로 퍼시픽리그는 좀 더 화끈한 야구를 상대적으로 펼치기 때문이다.
글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명장이라고 불리우는 감독이 한시즌을 치루면서 순수한 감독의 능력으로 거둔 승수는 고작(?) 5승에 불과하다.(일부 팬들에게는 일반화 되어 있는 말이다.필자도 출처는 모르겠다.)하지만 이 5승도 생각하기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126경기를 치루는 한국리그에서 70승 56패 의 성적은 1위를 다투는 기록이며 65승 61패는 4위쯤의 성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처럼 5승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숫자놀음이다. 하지만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며 그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은 각 분야의 코치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감독이 현역시절 어떤 분야에서 선수생활을 했느냐에 따라 감독의 입김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포지션과 해당 선수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투수출신 선동열 감독은 투수,포수출신 조범현 감독은 포수에게 좀 더 애정이 있기 마련이다.) 감독은 팀 전체적인 조율과 장점과 문제점을 포괄하는 자리이다. 작전을 내거나 짜는 절대적인 권력자 이지만 그 작전도 해당분야의 코치들과 상의를 하기에 그렇게 절대적이지는 않다고 본다. 경기 직전 타자 라인업과 타순은 타격코치와 상의해서 짜는게 지금의 한국야구 문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각종 데이터와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있더라도 결국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그럼 선수를 지도하는 감독과 코치들은 선수들에게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일까.
한국야구는 절대적이다. 물론 이 절대적이란 표현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상대성이 있는, 즉 지도방식에 따라 선수 한명을 죽일수도 있고 살릴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선수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KIA 타이거즈에 장성호는 9년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적이 있다. 그가 프로에 들어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을때 당시 팀의 타격코치였던 김성한(현 MBC ESPN 해설위원)은 다리를 들어서 쳐볼것을 권유했다.
당시의 장성호는 스윙폼도 괜찮았고 교타자로서의 자질이 보였던 선수로 기대를 모았으나 배팅 타이밍에 대한 고민으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던 신인급 선수에 불과했다.
그런 장성호에게 그는 다리를 들면서 타격을 하면 장점이 되는 부분 그리고 약점이 생길수 있는 부분 등 모든것을 주입시키는데 집중했다. 장성호는 김성한의 지시로 다른 선수들 보다 몇시간 일찍 경기장에 나와 특별타격훈련을 받았고 김성한 역시 심혈을 쏟아 부어 작품을 결국 만들어 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타격동작을 보면 선수마다 개성이 넘친다.하지만 국내타자들을 보면 그게 그거다. 좀 더 다른것이 있다면 스탠스의 위치라던가 스윙방법에서만 조금씩 차이가 있을뿐 냉정히 평가하자면 그선수가 그선수다. 선수들의 개성이 없다는 말이다. 물론 과거 박정태나 김성한 같은 독특한 개성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한시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대스타 출신들이 있긴 하지만 그 수가 많지 않은게 사실이다. 그 전통은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한국의 팬들이야 이미 이런 타자들의 타격동작에 눈이 익숙해져버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프로야구에 처음 발을 내딪은 1998년 모팀의 타자는 한국야구에 대한 첫인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런말을 한적이 있다. `프레스로 찍어내듯 타자들의 자세가 비슷비슷 하다는게 신기하다' 라고 말이다. 이건 뭘 의미하는 것일까.
그동안 한국야구는 이런 문화가 보편적이었다. 상하수평관계가 아닌 무조건적인 상명하복의 관계. 타자가 불편하게 느껴도 코치님이 하는 말이기에 옳다고 믿고 따라하는 그런 문화 말이다.
아마시절부터 이런 문화에 익숙해져 버린 선수들이기에 당연한 현상이다. 조건 역시 무조건이다.
아주 개인적인 필자의 의견을 말하자면 이런 야구 이런 시스템의 문화를 경멸한다. 이것 역시 편식이기 때문이다. 앞서 장성호와 김성한의 예를 들었던 것은 코치가 선수에게 일방적인 강요를 하는 타격폼 수정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장성호 역시 그 타격자세가 자신이 편하다고 느꼈기에 오케이를 했으며 그런 제안을 한 코치와 궁합이 맞았기에 성공할수 있었다. 타격의 보편적인 교과서(타격에 교과서가 어디 있느냐만은)적인 측면에서 이야기 하자면 당시 장성호가 수정한 타격폼은 일반적인 여타의 타자들에 비해 획기적인 것이었다. 그만의 개성이 들어있는 외다리타법이기 때문이다. 개성을 제안했고 그리고 그걸 인정하며 받아드린 코치와 선수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타격코치들은 과연 얼만큼 이 부분에서 자유로울수 있을까. 필자는 5%의 차이라고 본다.
글 첫머리에서 감독의 능력이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그 5승을 언급한것은 이러한 예를 들자고 언급한 것이다. 장성호 이야기가 나왔으니 장성호가 말한 타격이론을 한번 이야기 할까 한다. 그는 타격이론이 선수에게 미치는 것은 5%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단 신인급 선수는 그게 100% 가 될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이는것도 빼놓지 않았다. 프로선수로 막 첫발을 내딪는 신인급 선수에게는 해당 코치가 가지고 있는 타격이론이 그 선수의 미래를 좌지우지 할수 있다는 말이다. 먼저 장성호가 말한 그 5%의 차이를 필자 개인적인 의견으로 언급을 좀 하자면 `단지 5%' 가 아닌 `소중한 5%' 라고 생각한다.예를 들어 한시즌 400타수의 기회를 보장받는 타자에게 5%는 엄청난 기록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100타수 30안타는 타율이 정확히 3할이다
그럼 400타수는 120안타를 쳐야 3할을 유지할수 있다. 120안타에서 5% 의 차이는 안타 6개가 부족하다. 즉 장성호가 말한 5%의 차이는 3할타자가 타율 .285의 타자가 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교타자의 상징이라고 할수 있는 3할타자와 다소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2할대 후반의 타자가 되는것도 이렇듯 타격이론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수 있다.
해당코치가 가지고 있는 타격이론관도 선수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모두 다르다.그렇기에 선수가 편안하지 않다고 의견을 제시하면 한번쯤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자꾸 몸에 안맞는다는데 억지로 자신의 주관을 밀고 나가 끼워맞춰 봐야 타자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한 선수의 장래가 달린 문제다.
지금 KIA 타이거즈의 1군 타격코치는 박흥식이다. 삼성팬들은 그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이승엽' 하나 때문에 10여년을 우려먹고 있다. 작년 재작년 삼성의 선동열 야구가 지키는 야구라고는 하지만 타격이 안되었기 때문에 지키는 야구를 한것이지(팀 투수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났던 것) 원래 삼성의 멤버들을 보면 그렇게 처참할정도의 타자들이 아니었다. 타격코치로만 그를 평가하면 그는 결국 실패한 코치다. 그래서 삼성에서 경질되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올시즌 타이거즈 1군 타격코치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지금 타이거즈 팬들은 상당한 의문점을 품고 있는 사람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그가 오기전 그의 능력이 확실히 검증이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과 비록 시즌초반이지만 좀처럼 팀 타선이 터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개막전에 신인이 4번타자로 등장했다고 이슈가 되었던 나지완.
그가 작년 야구월드컵에서 뛸 당시 타격동작은 지금과는 달랐다. 적극적인 스윙자세는 같지만 하체이동에서 큰 차이점, 아니 프로에 입단해서 뜯어고쳐 버렸기 때문이다. 필자가 시즌 개막에 앞서 나지완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적이 있다. 시범경기에서 잘치고는 있지만 타격자세를 보면 불안한게 사실이라고 말이다.(필자 말이 맞았다고 하는게 아니다.) 다리를 들면서 타이밍을 잡던 그가 박흥식 코치의 지도로 노-스트라이드를 하는 타자로 바뀌어져 있었다. 물론 필자도 한국프로야구가 한단계 발전을 하려면 노-스텝으로 타격을 하는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긴 하다.
그럼 왜 나지완이 시범경기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당시에 우려를 나타낸 것일까.
그는 대부분 노-스텝으로 타격을 하다가도 어느순간(그에게는 이전에 익숙했었던)에는 스트라이드를 하면서 타격을 하는게 자주 보였다. 자신의 타격폼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나타나는 동작이며 아직도 바뀐 타격자세가 익숙하지 않았다는 반증이었기 때문이다. 시범경기를 모두 보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두가지 타격동작을 보였다. 가장 우려했던, 그리고 아이러니 한건 질 좋은 타구를 칠때는 대부분 다리를 들면서 타격을 할때였다. 그래서 필자는 당시 약간의 우려를 표명했는데 현재까지는 사실이 되버렸다. 시범경기 뿐만 아니다. 시즌 들어와서도 미세하게나마 또 타격자세가 바뀌어져 있다. 코치의 지시인지 아니면 본인 자신도 모르게 나타나는 동작인지는 모르겠지만 한타석에서도 첫번째 스윙을 할때와 두번째 스윙을 할때의 하체이동이 다르다. 물론 경험의 차이와 아마와 프로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도 무시할수 없기는 하다. 하지만 이글은 그의 타격동작만 놓고 판단하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타격폼은 선수가 느끼기에 가장 편안한 자세다.
그 자체가 바로 `선수의 개성' 이기 때문이다.
오른잡이가 새끼 손가락 하나가 잘렸다고 한순간에 왼손잡이로 변할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 나지완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아무리 한 개인의 블로그라고 하지만 그리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지킬것은 지켜주고 싶다. 선수와 코치에게 모두 결례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히어로즈의 클리프 브룸바가 얼마전 언론에서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지금의 타격폼을 완성하기까지 가장 도움을 받았던 코치가 누구냐는 질문에 특별히 도움을 받은 사람이 없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말까지 덧붙여서 말이다. 현재의 타격폼을 만들기 위해 어릴때부터 혼자 연습을 했다고 한다. 솔직히 엄청나게 멋진말이다. 감히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일이기 때문이다. 브룸바야 말로 `선수 본인이 느끼기에 가장 편안한 자세'를 실천에 옮긴 선수다.
코치와 선수의 궁합,그리고 선수와 코치의 커뮤니케이션 이것은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요즘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특별한 문제가 있는 타자가 아니고선 타자가 슬럼프가 오면 잘칠때의 모습을 기억해 놓았다가 그부분만 수정해주는 것이 타격코치의 가장 크고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의 일부 팀에서는 그게 안된다. 지금 타이거즈 타격코치는 칼날위에 서 있다. 다른팀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은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번번히 팀 타격의 침체로 인해 경기를 어렵게 풀어갈 뿐만 아니라 성적도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말로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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