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올림픽 야구는 많은 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아름다운 대회였다. 많은 팬들이 알고 있다시피 야구에서 연승을 이어간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올림픽에서 한국이 보여준 9전전승은 당초 우리보다 한수위라며 두려워 했던 쿠바는 물론 일본까지 포함돼 있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수 있는 성적이다. 금메달 획득의 이면에 9전 전승이란 기록에 더 주목을 받아야 하는 이유도 이점에 있다.
한국을 포함해 8개국이 참가한 이번 올림픽에서 필자가 가장 눈여본 팀은 쿠바였다. 일본과 캐나다 그리고 미국야구는 그간 많은 대중매체를 통해 쉽게 접할수 있었지만 `아마 최강' 쿠바는 국제대회가 아니면 쉽게 접하기 힘든 팀이기 때문이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였기에 이팀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쿠바 야구가 가지고 있는 성향을 파악하는데 굉장한 도움이 됐다.
1997년 스페인에서 열렸던 13회 인터콘티넨탈 대회전까지 쿠바는 국제대회 151연승이란 믿을수 없는 성적을 올렸던 팀이다. 당시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지금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하고 있는 다카하시 요시노부의 맹타에 연승기록은 깨졌지만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던 그때의 쿠바야구는 공포 그자체였다.
물론 투수력이 뒤받침 됐기에 가능한 성적이었지만 그걸 상쇄하고도 남을 타격에서의 무서움은 쿠바야구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강함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올림픽 본선이 열리기 직전 한국에서 2차례의 평가전과 이번 올림픽을 통해 확인한 쿠바야구, 지난 시간에 약속한대로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타격에 관한 이야기를 이번 Batting Theory 86번째 시간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국과 예선전에서의 모습 사진/ 다음 동영상 화면 캡처]
3번 엔리케스-4번 세페다-5번 벨- 6번 구리엘 의 타격동작을 보면 하나같이 같은 점을 발견할수 있었다.
한국야구에 익숙한 팬들이라면 쿠바타자들이 배터박스에 들어서서 타격준비동작을 하는걸 보면서 한번쯤 이질감 비슷한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들의 준비동작은 약속이나 한듯 상체는 클로즈(Close)로 시작한다는걸 볼수 있다. 일반적으로 앞발의 위치여부에 따라 스탠스를 이야기 하지만 그건 선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타격의 편안함과 더불어 자신의 타격성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어떻게 된게 쿠바 타자들 거의 모든 선수들은 상체를 닫혀놓고 준비자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렇다고 해서 앞발까지 모두 클로즈로 대기하는 것도 아니였다.
준비동작에서 비스듬한 스퀘어 형식으로 있다 타격을 하러 들어갈때는 스트라이드 없이 앞발을 한족장 정도만 클로즈로 스텝을 하는데 신기한 것은 이렇게 앞발을 내딪어도 몸쪽으로 오는 공에 약점이 없었다는 점이다. 위의 캡처 화면은 처음 타격준비자세 이후 배트가 스타트 되기전 앞발을 클로즈로 이동을 하는 장면이다. 처음 하체는 스퀘어 스탠스라 할수 있을정도로 비스듬하게 준비동작을 취하다가 배팅타이밍을 잡으러 들어갈때는 앞발을 저렇게 클로즈로 이동하는 것이다. 가장 눈여겨 볼것은 상체다. 처음 타격준비동작에서 부터 상체를 닫아놓았기 때문에 타자의 뒷팔꿈치는 보통의 타자들보다 훨씬 더 뒤쪽으로 치우쳐져 있는걸 볼수 있다.
이건 로드포지션(Load Positnon)을 생략한 배팅방법이다. 지난 시간에 설명한바 있지만 타격에서 로드동작이란 체중을 적재한다는 뜻으로 배트가 스타트 되기전 상체중심을 타자의 뒷쪽으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해야 보다 강한 파워배팅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테이크 백(Take Back) 즉 백스윙 없이 타격을 해도 될만큼 타자몸의 위치가 자동적으로 형성되어 버렸다. 쿠바타자들을 보면서 백스윙 없이 타격을 해도 장타를 쳐낼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이점에 있었다.
상체의 회전력을 발휘하기 위해 처음 타격준비에서부터 상체를 틀어놓았다가 앞다리는 클로즈로 딪으면서 백스윙 없이 스윙을 한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배팅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타격의 순서는 스탠스-로드-스트라이드-임펙트(컨택트)-활로스로우 이 다섯단계로 이어지는데 쿠바타자들은 스탠스-임펙트-활로스로우로 끝나버린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앞서 이야기 했다시피 로드포지션과 스트라이드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배팅방법은 타자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스윙스피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도 볼수 있다. 한국과의 결승전에서 홈런을 친 엔리케스와 벨의 타격을 보면서 간결하면서도 파워있는 배팅이 나오는 이유를 알수 있었다.

필자가 올림픽 직전 쿠바 타자들을 간단하게 평가하는 시간에 이들이 타격하는 모습을 보면 알폰소 소리아노(시카고 컵스)와 비슷하다고 말한적이 있다. 소리아노는 다리를 들면서 스트라이드를 가져가는 타자지만 쿠바타자들은 스트라이드 없는 소리아노라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라고 말이다.
양키스 시절 소리아노의 배팅장면을 유심히 한번 보면 쿠바타자들과 흡사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배트가 스타트 되기전 팔꿈치의 이동에 따른 배트의 움직임은 전혀 볼수가 없다. 당연히 테이크 백 동작도 거의 없다. 투수쪽에서 봤을때 소리아노의 앞어깨가 미리 닫혀놓는 상체 클로즈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좀더 소리아노와 쿠바타자들의 배팅성향의 비슷한 점을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소리아노가 스트라이드를 끝내는 시점, 즉 들었던 앞다리가 지면에 착지한 상태에서의 모습만 아래를 통해 확인해 보자.

이 장면만 놓고 보면 다리를 들지 않는 쿠바타자들과 너무나 흡사한 배팅을 하고 있는 소리아노를 발견할수 있다. 다리를 드는 동작만 생략했을뿐인데 말이다. 즉 스트라이드를 한다는 것은 타자 자신의 배팅파워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타이밍을 잡는것이 가장 중요한 도구로서 필요한 동작이다.[나이가 더 들기전 다리를 드는 것을 생략하고 이렇게 노-스트라이드 배팅을 해보는게 소리아노에게 어떨까 싶기도 하다]
또 하나 눈여겨 볼것은 쿠바타자들이 스윙폼은 간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타를 노리는 타격을 한다는 점이다. 일전에 언급한 테이크 백의 원리, 즉 화살로 비교하며 필자가 설명했던 일을 유추해보면 이해가 빠를것이다. 백스윙을 한다는 것은 타자자신의 배팅공간에서 활시위를 많이 잡아당겨 활을 쏘는 것과 같다. 그럼 당연히 화살은 활시위를 조금 당긴것보다는(백스윙이 거의 없는) 더 멀리 날아간다. 즉 장타를 치기 위해서는 백스윙을 하는게 타격의 상식적인 그리고 이론적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쿠바 타자들은 백스윙을 거의 하지 않고 처음 몸통의 클로즈된 것을 제자리로 돌려주면서 발생하는 몸통회전력을 통해 장타를 쳐내고 있다. 로테이셔널 배팅의 가장 중요한 상체 회전력을 적절히 사용한다는 말이다. 파워의 근간이 되는 그 부분에서의 활용이 쿠바 장타야구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배트를 잡고 타격을 준비하는 방법도 여타의 다른나라 타자들보다는 다른 부분이 있었다.
왼쪽은 에버리지(AVG) 즉 안타 생산에 주력하는 타자의 배트그립이고 오른쪽은 그레이트(Great) 히터의 모습이다. 물론 이게 꼭 정답이라고 말할수는 없다. 배트의 각기 다른 모양만큼이나(배트도 타자의 성향에 따라 그립부분의 두께에 차이가 있다. 이부분은 시간이 되면 자세히 언급할 예정) 타격을 하는 타자들의 성향이 모두 다르며 개성 역시 뚜렷하기 때문이다.
타석에 서서 앞쪽 뺨을 앞어깨에 묻히기 위해서는 배트를 스타트 하기전 어느쪽 그립에 강약을 조절해야 하는것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짧고 콤펙트한 스윙을 가져 가기 위해서는 좌측의 그림처럼 하는게 좋다. 쿠바 타자들도 이러한 유형의 선수들이 많았다. 물론 미동이 거의 없는 준비자세에서의 모습이라 관찰하기가 상당히 힘들었지만 백스윙 없이 배트가 스타트 되는 것을 감안할때 좌측그림이 맞다는 과정을 미리 설정하고 이야기 한다는 것을 밝혀둔다.
배트의 그립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글의 주제와는 상관없지만 간단하게 이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자. 타격 이론에 정통한 외국 지도자들이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는 영상이나 일부 소개된 칼럼을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배트를 잡는 아랫손이 배트의 아래부분에서 1인치씩 올라갈때마다 타율은 1푼이 상승해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배트를 그만큼 짧게 잡는 타자는 그렇지 않는 타자보다 장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정교한 타격을 하기에 용이 하다는 말이다. 여기에 덧붙여 `좌타자가 배트까지 짧게 쥐는데 타율이 .270 이하면 주전으로 쓸 필요가 없다' 라는 표현도 있다. 그립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에버리지의 높낮이가 결정되는데 일반적으로 보면 장타력이 있는 타자들중 배트를 짧게 쥐는 타자는 거의 없다.
종합적으로 쿠바타자들의 타격성향을 보면 전부는 아니였지만 거의 대부분의 타자들이 No-Take Back 은 물론 No-Stride 배팅을 하는데 타격의 이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상체를 클로즈로 미리 두고 몸통회전력을 이용한 스윙, 즉 로테이셔널 파워배팅(Rotational Power Batting)을 대부분 타자들이 한다고 결론 내리고 싶다.
중남미 타자들중 이러한 성향의 배팅을 하는 타자들이 비교적 많다는 것을 볼수 있는데 특히나 야구의 나라 쿠바에서는 동네야구를 하는 어린 아이들까지 이런 배팅을 흉내내고 있는 것을 발견할수 있었다.[사실 조금 충격적이었다]
[쿠바 수도 아바나의 어느 공터에서 야구를 하는 소년. 타격자세를 보면 쿠바타자들이 떠오른다]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허구연 해설위원이 했던 말중 필자가 가장 공감했던 내용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국제대회에서는 상대하는 투수와의 대결이 낯설수 밖에 없음으로 다리를 많이 드는 동작 즉 스트라이드를 길게 가져가는 타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응하기가 힘들수 밖에 없다고 말했던 부분이다.
쿠바야구가 비록 아마추어지만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오랫동안 맹위를 떨칠수 있었던 것도 이런 타격의 성향이 많은 부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국내야구는 아마추어부터 선수들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 부족한 편이다. 신체적인 조건을 고려해서 또한 파워의 강약을 감안해 어릴때부터 가장 안성맞춤의 배팅 교육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대부분 타격하는 모습이 비슷비슷하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개성넘치는 타자가 얼마나 많은가.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더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쿠바의 이런 장점은 쉽게 간과해서는 안될듯 싶다. 국내 현역 타자들중 노-스트라이드 배팅을 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장타자가 김태균을 제외하고 또 누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를것이다,
아무튼 좀처럼 보기 힘든 쿠바야구를 이번 올림픽을 통해 접할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물론 한국의 금메달 획득의 기쁨에 비할바는 아니었지만 야구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특성의 한부분을 쿠바야구를 통해 발견할수 있어서 뜻깊은 대회가 아니었나 싶다.
사진/ 베이스볼 히팅스쿨, 쿠바야구 홈페이지
*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제글의 제목과 글쓴이가 바뀌어져 있는 카페나 블로그를 볼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이글은 윤석구의 야구세상 에서 쓴글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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