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에서 선수의 기량을 가장 표본적으로 나타나는게 타율 즉, 에버리지다.
언제부터인가 타율에 대한 가치가 현격하게 떨어졌지만 여전히 `에버리지'는 타격기술론의 증표이기 때문에 함부로 무시할것이 못된다. 몇개의 안타를 쳐내야 1득점을 얻고, 몇개의 연속안타를 쳐야 점수를 얻는 그런 기록표 따위는 무시해도 좋다. 안타를 잘 생산하는 타자들의 공통점은 아주 좋은 `타격 매커니즘'의 장점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스윙이 많기 때문이다.
야구선수들이 동계기간동안 타격훈련에 피땀을 흘리며 몰두 하는 이유는 `홈런을 많이 치기 위해서' 가 아니다.
그들 대부분은 인터뷰때마다 `3할 타율이 목표' 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게 `타격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물론 좋은 타격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홈런은 부수적으로 뒤따라 온다.
작년시즌 타율 1위(.357)의 김현수가 쳐낸 홈런은 9개다. 하지만 올해엔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은 지금 현재 이미 20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난 개인적으로 이 차이를 `미세한 것과 경험' 의 차이에서 왔다고 본다.
미세한 것은 배트헤드 무게를 좀 더 늘린것, 파워가 정점을 향해 가는 김현수의 나이대다.
또한 포인트도 앞발 근처로 홈런타자가 되기 위한 이상적인 `미트 포인트'로 바꿨다.
경험에서 나오는 홈런포도 무시할수 없다. 지난 6월 18일 KIA 윤석민을 상대로 뽑아낸 홈런을 보면 상대투수의 볼배합은 물론 이전 타자와의 승부에서 써먹었던 윤석민의 `셋업피치'를 역이용하는 노련함까지 보여줬다. 작년에 비해 올해엔 상대투수와의 볼카운트 싸움을 할줄 안다는 뜻이다. 이게 경험이다.
좋은 타격기술에 점점 더해가는 신체적 파워나이, 그리고 경험까지 쌓이는 김현수는 이미 국내 최고타자라 불릴만 하다.
그럼 올시즌 현재 타율 1위 싸움을 하고 있는 홍성흔과 박용택은 어떤 스타일일까?
우선 홍성흔은 원래 타격기술 자체가 뛰어난 타자다.
프로데뷔 후 특별한 타격폼 교정이 드물었고 3할 이상 타율도 2번씩이나 차지한적이 있다. 통산 타율이 3할에 육박(.298)하는것만 봐도 알수 있듯 기복 없이 일정한 타격싸이클을 유지하는 선수가 홍성흔이다.
이런 홍성흔이 올시즌 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닌듯 싶다. 언론에서 속칭 `갈매기 타법' 이라며 타석에서 오른손을 흔드는것을 일컫는데, 홍성흔 자신도 이야기했듯 `밀어치려는 것' 을 염두에 둔 하나의 자기 암시다.
굳이 홍성흔의 타격을 구분하자면 `정통적인 한국식 스타일' 이라고 칭하고 싶다.
비스듬한 스탠스 위치,멀리 내딛지 않은 스트라이드,짧은 테이크 백 등등.
무엇보다 준비타세에서 앞쪽 어깨가 뒤 어깨보다 낮은 위치에서 상체만 클로즈해놓고 있기에 스윙이 상당히 간결한 편이다. 앞쪽 어깨가 뒤 어깨보다 낮은 위치에 있으면 스윙시 `찍는 스윙' 즉, 그 상태 그대로에서 최단거리로 스윙을 하기에 여타의 타격스타일에 비해 유리한 점이 많다.
미국 아마추어 지도자들이 어린 선수들을 지도할때의 영상을 보면(칼럼 포함) 이 타격스타일을 많이 주문하는데 홍성흔이 그런 스타일이다. 변칙적이지 않고 타격의 기본에 충실한 전형적인 한국식 타법의 홍성흔이라고 칭하고 싶다.
올시즌 홍성흔의 타율 1위 질주를 보며 놀라워 하는 팬들이 있는데 작년시즌 타이틀 홀더였던 김현수와 치열한 타율 1위 싸움을 했던 선수가 바로 홍성흔이다.
반면 박용택의 타격은 정통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약간 변칙적인 스타일이다.
프로데뷔 후 수없이 많은 타격폼 수정을 거듭하며 지금의 타격스타일로 완성되어 왔는데 재작년까지만 해도 앞다리가 배터박스 뒤쪽으로 치우쳐진 오픈 스탠스에서 올시즌엔 거의 한족장 정도만 뒤로 빼는 오픈 스탠스로 바뀌었다.
타격시 미리 앞발을 배터박스 안쪽(약간 클로즈가 되는)에 찍어 놓는 레그 스텝 후 스윙을 가져가는데, 예전엔 타격전 배트를 뒤로 빼는 동작에서의 파워를 장전(load)하는 동작이 큰 편이었다.
이런스타일은 인코스 공이 오면 몸의 회전력을 원활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은데 올해엔 파워 포지션에서 배트를 끌고 나오는 각이 짧아져 좀 더 유연한 스윙이 가능해졌다.
박용택의 타격모습을 자세히 보면 볼카운트 별, 그리고 투수유형에 따라 스탠스간격이 조금씩 다르다는걸 발견할수 있다. 이건 스탠스 종류를 말하는게 아니라 말그대로 양다리 간격이 상황에 따라 달리하는 2가지 타격스타일을 취하고 있다는 뜻이다.
볼카운트가 자신에게 유리할때는 양다리 간격을 짧게 했다가 레그 스텝을 내딛을때는 좀 더 크게 딛고 풀스윙을 가져간다. 반대로 볼카운트가 불리할때는 양 다리 간격을 미리 넓게 취한 다음 짧게 스텝을 내딛고 컨택트 위주의 타법을 한다. 상황상황에 따라 타격방법을 바꾼 박용택은 특히 오픈 스탠스를 취하는 타자들의 약점이라 할수 있는 아웃코스 공에도 올시즌 강점을 보이고 있는데 미리 넓어진 다리 간격만큼이나 그만큼 공을 오래보면서 자신의 중심선 안쪽까지 공을 끌어다 놓고 툭툭 밀어치는 기술까지 첨가됐다.
올시즌 박용택이 타율 1위 경쟁을 할수 있는 타격기술적인 이유인 것이다.
그럼 올시즌 타율 1위는 누가 더 유리할까?
개인적으로 지금 이 선수들이 유지하고 있는 타율보다는 팀이 처해 있는 상황이 타이틀 홀더의 주인공을 판가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우선 홍성흔(현재 .378)은 팀 상황이 박용택보다는 불리하다.
팀이 4강진출에 모든 전력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인지라 어느정도 타율 1위 안정권에 접어들면 컨디션 여하에 따라 쉬게 할수도 있지만, 지금 홍성흔은 이럴처지가 아니다. 어찌됐던 타율은 보다 적은 타수에서 많은 안타를 뽑아내야 상승하게 돼 있는데 그럴 입장이 아니란 뜻이다.
반면 박용택(현재 .373)은 팀이 4강권에서 완전히 멀어져 있기에 혹여 시즌 말미쯤 홍성흔 보다 조금 더 높은 타율을 유지하게 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경기에서 빠질수도 있다. 관리측면에선 홍성흔보다 유리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윤석구의 야구세상의 예상일뿐이지 앞으로 어떻게 타율왕 싸움이 전개될지는 모른다. 박용택은 최근 5경기에서 21타수 14안타(.667) 홍성흔은 22타수 9안타(.409) 를 기록하고 있는데 정말 두선수 모두 `미쳤다' 라고 할만큼 경이적인 페이스다.
7년여를 되돌아와 이제서야 본연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박용택, 예의 그렇듯이 해마다 기복없는 플레이로 꾸준함을 유지해 작년부터 만개하고 있는 홍성흔의 타격기술.
남은 경기에서 이들의 타이틀 경쟁이 4강싸움보다 더 흥미로울듯 보인다.
여러분들은 누가 타이틀 홀더의 주인공이 될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사진 / 두산 베어스 & 롯데 자이언츠 & LG 트윈스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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