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3연패는 무산됐다. 정규시즌 막판 19연승의 신바람을 뒤로 하고, 큰경기에서는 `에이스'가 있어야 한다는 야구의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각인시켜준 한국시리즈였다. 에이스 김광현이 있었더라면 2경기정도는 책임져 줄수 있었을텐데, 그랬다면 지금처럼 억울하게 물러나진 않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입속에 맴돌고 있다. 아마 많은 SK팬들이 이와 같은 생각을 했을것이다.
하지만 비록 이렇게 준우승에 머물긴 했지만 SK로서는 아주 크나큰 수확을 하나 얻었다. 바로 미래의 4번타자로서 손색이 없는 기량을 보여준 박정권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예년만 못한 이호준과 김재현의 빈자리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박정권의 맹타로 향후 걱정을 덜게됐다.
혹자들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박정권의 그 막강했던 포스를 보고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정권은 어느날 드닷없이 튀어나온 선수가 아니다. 이미 정규시즌에서 25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렸을뿐만 아니라 시즌 막판 SK 19연승의 주축선수, 덧붙여 팀이 어려울때는 해결사 노릇까지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박정권이 지닌 타격의 장점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해볼때도 됐다. 도대체 박정권에겐 어떠한 타격의 비밀이 있길래 두산 베어스 팬들의 가슴에 대못질을 했으며 KIA의 우승 발목을 잡을뻔 했을까?
여기엔 다섯까지 특징이 그의 몸속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토우 탭(Toe-Tap) 타법을 완성한 박정권, 한국의 치퍼 존스?
박정권의 타격준비자세에서 스탠스 모습을 보면 상체가 다소 꼿꼿한 업라이트(up-right) 형태다. 이것은 곧바로 이어질 타격의 일련과정중 이러한 타격스타일을 가지고 있기에 좀 더 유연하게 공에 대한 대응력을 키울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이러한 타격스타일' 이란 바로 토우 탭 으로 배팅타이밍을 잡는 그만의 독특한 타격방법이다. 자, 이곳에 처음 오신 분들을 위해 일단 토우 탭 타법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하고 시작하자.
토우 탭은 타격준비자세에서 자신의 어깨넓이(혹은 그보다 조금 더)정도의 준비스탠스에서 앞발을 자신의 뒤쪽으로 이동해 지면에 발을 가볍게 터치를 한 이후 내딛으면서 타격을 하는걸 말한다. 이건 스트라이드(Stride)시 행하는 어떠한 행위, 즉 다리를 들어올리면서 타이밍을 잡는(Knee Lift) 타격동작에서 약간 변형된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것이다.
이런 타격동작의 가장 대표적인 메이저리거를 뽑으라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대장 치퍼 존스를 뽑을수 있다. 우투양타인 존스지만 그가 좌타석에서 타격하는 모습을 보면 박정권과 같은 토우 탭으로 타이밍을 잡는다는걸 알수 있다.(존스는 처음 오픈에서 터치를 한다. 이글에서는 타이밍 즉 토우 탭의 예를 들었을뿐이다)
박정권의 Toe TapClub-Foot, 이후 자신의 배팅공간을 활용하는 능력
클럽 풋이란 다리를 들어올리거나, 또는 토우 탭 스타일로 타이밍을 잡는 타자들이 앞다리가 지면에 착지할때, 또는 앞발을 내딛었을때의 모양을 일컫는다. `굽은 다리'쯤으로 이해하면 될것이다. 그럼 박정권의 Club-Foot의 과정은 어떠한 형태를 나타내고 있을까.
박정권의 스텝 보폭은 여타의 슬러거들에 비해 좁은 편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배팅공간에서 몸이 회전할수 있는 텀이 짧아 타격시 몸이 콤팩트하게 회전한다. 그 비밀이 앞다리의 Club Foot 즉,미리 딛어놓은 앞다리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몸이 회전할수 여건을 충분히 만들어놓고 있다는 말이다. Club Foot은 타격의 일련과정중, 공과 배트가 만나는 컨택트 지점까지 취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그 어떠한 경우라도 컨택트 지점에서는 앞무릎이 펴져 있어야 파워의 분산을 막을수 있기 때문이다. Club Foot은 배트가 컨택트 지점까지 가기전보다 더 이전, 즉 배트가 스타트하기전까지 몸이 회전할수 있는 첫 시발점 역할을 해주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타격기술이다.
박정권이 타격준비자세에서 상체가 다소 꼿꼿한 스타일이라고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윙시 몸의 회전력이 뛰어난 것은 자신의 뒷다리쪽으로 앞발을 한번 터치를 하고 내딛을때쯤 Club Foot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 처음 꼿꼿했던 몸이 본격적으로 타격으로 들어갈때는 전체적인 몸의 형태가 밑으로 다운되어 있어 몸이 회전을 하는데 있어 보다 원활해지고 리드미컬해진다.
스테이 백(Stay-Back) 절대로 앞으로 쏠리지 않는 상체
박정권이 헛스윙할때를 유심히 보면 여타의 타자들처럼 무릎이 주저 앉거나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모습을 좀처럼 볼수 없다. 오히려 헛스윙때는 자신의 회전력을 이기지 못하고 몸이 돌아버린다. 박정권은 이승엽보단 덜하지만(이승엽이 헛스윙을 할때 몸이 돌면서 한발로 뛰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스윙시 상체가 졎혀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스테이 백이란 타격시 자신의 체중을 뒤에 남겨두는 것을 말한다. 좌타자 정면(배꼽쪽)에서 봤을때 머리부터 앞다리까지 / 이런 형태의 모습이 가장 이상적이다. 컨택트시 이러한 몸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면 좀 늦은 타이밍에서 임팩트가 되더라도 공을 충분히 끌어다 놓고 컨택트를 할수가 있다. 쉽게 말하면 자신의 타이밍에서 맞지 않더라도 그것을 밀어쳐서 안타를 만들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번 한국시리즈 3차전과 7차전에서 KIA의 릭 구톰슨을 상대로 밀어서 때려낸 홈런장면을 보면 왜 박정권이 타이밍이 늦었지만 그걸 홈런으로 연결시켰는지를 알수 있다. 몸이 회전할때 상체가 앞으로 쏠리지 않는 박정권의 타격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윙궤적이 너무나 좋다.
박정권이 굉장히 똑똑한 타자라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게스히팅도 할줄 아는 타자라는 것을 발견했기 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7차전 4회초 구톰슨의 바깥쪽 공을 공략하기 이전 공은 인코스 공이었다. 볼카운트 1-1에서 몸쪽으로 던진공에 박정권은 헛스윙을 했다.
투수입장에서는 셋업 피치(위닝샷을 던지기전 타자의 코스시선을 유도하는것)를 한것인데 구톰슨은 다음공을 아웃코스로 던지다 박정권에게 홈런을 얻어 맞았다. 필자가 왜 이것을 게스히팅이라고 단언하냐면 토우 탭의 마지막 즉, 앞발을 내딛을때 통상적으로 내딛었던 발의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박정권은 아웃코스에 공이 오는걸 정확히 예측하고 평소처럼 스퀘어(비스듬하게)로 앞발을 내딛지 않고 클로즈(이전의 인코스 공에 헛스윙할때보다 반족장 정도 홈플레이트 쪽으로)로 내딛었다. 공이 자신의 먼 쪽으로 오는 공이었기에 그쪽 코스공을 공략하기 위해 앞발을 미리 그렇게 내딛은 것이다.
박정권은 딱 꼬집어서 스윙궤적을 말할순 없는 선수다. 왜냐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운컷,레벨,어퍼컷 스윙으로 일관된것이 아니라 공의 코스와 고저에 따라 각기 다른 스윙궤적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2일 문학 KIA전에서 8회말 곽정철로부터 뽑아낸 홈런을 보면 공이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걷어올려 홈런을 만들었다. 흡사 추신수가 홈런을 쏘아올릴때 런치 포지션에서 미리 뒷쪽 팔꿈치가 아래로 다운된 상태에서 스윙이 시작되는 것을 보는듯 했다. 필자가 이글을 쓰기전, 2시간에 걸쳐 올시즌 1호 홈런부터 25호 홈런까지를 모두 찾아본 결과 특정 스윙궤적으로 홈런을 뽑아내는 선수가 아니란걸 알게됐다.
공에 힘을 싣는 능력
앞발을 내딛을때 앞발끝을 닫아놓는, 그리고 앞다리가 이동할때 체중은 뒤에 남겨두는, 파워있는 몸통회전력이지만 헤드업이 거의 없는, 선천적인 파워, 배트의 인사이드쪽을 충분히 끌고 나온 후 빠른 배트헤드, 스윙 마무리시 배트를 되감는(rolling) 강한 손목힘. 박정권의 이러한 타격은 공에 힘을 싣는 능력이 뛰어날수 밖에 없다. 흡사 전성기 시절 이승엽의 그것을 보는듯 하다.
물론 아직 그 수준까지 도달하진 못했지만 박정권 역시 큰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의 타격에 대한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아직 스프링캠프도 시작하지 않았지만 올시즌 후반기때의 상승세와 그의 타격기술을 놓고 봤을때 40홈런에 도전해볼수 있는 선수라고 본다. 그와 비슷한 프로경력을 지닌 삼성의 채태인,박석민,최형우 KIA 나지완, 한화 김태완와 더불어 내년시즌이 더 궁금해지는 타자들이다.
박정권의 성장은 제2기 SK 장기집권(?)의 핵심적인 요소다. 왜냐하면 본문에서도 언급했지만 노장 4번타자들이 은퇴가 가까워진 지금,이들의 부재는 그가 있음으로 충분히 해결될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 이상의 능력이 있는 선수라고 본다.
어찌됐던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박정권이 보여준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 경이로움이었다. 단지 단기전에서만 미쳤을뿐,높이 평가할 이유가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가 시즌 후반기때 보여준 폭발력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칭찬을 들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선수다.
이승엽은 1995년 13개,이듬해인 1996년에 9개의 홈런을 친후 1997년 32홈런을 기록했다. 타격에 눈을 뜨면 상전벽해와 같은 일이 이렇게 일어나는 것이 야구다. 박정권의 올시즌 25홈런은 어쩌면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내년 예상치를 훨씬 추월할지도 모른다.
사진 & GIF/ SK 와이번스 * 윤석구의 야구세상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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