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타고난 스타일을 일부러 고치지 마라
예시: 스탠스에 따른 타격 방법론(3)


선수생활을 은퇴한 후 외국으로 지도자 생활을 하고 돌아오는 야구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그리고 외국인이지만 국내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코치들도 항상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붕어빵을 찍어내듯 비슷한 스타일(타격스타일)의 선수들이 너무 많다’ 다.
이것은 그자체로만 보면 쉽게 이해하기 힘들지만 좀 더 자세히 들어가보면 타고난(Natural) 성질을 이용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도 풀이할수 있다.


특히 타격은 도구를 이용해서 움직이는 공을 가격하는 운동이기에 아주 미세한 변화가 타자의 성적을 좌우할수도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타격폼 수정 즉 기존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이 변화라는 것은 성적 향상이 원론적 이유다. 하지만 타격이 반드시 수정을 한다고 해서 성적이 향상된다는 보장은 없다. 왜냐하면 수정 과정에서 선수가 지닌 타고난 장점마저 희석시키는 경우가 있을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1980년대 유행했던 자동차들은 성능은 제외하더라도 디자인 자체가 매우 촌스럽다. 이것은 기술의 발전일까? 아니면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인지돼 있는 감각의 향상때문일까? 이것에 대한 정답은 모르겠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프로야구가 태동하기 이전의 야구 즉, 과거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타격하는 모습을 보면 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아니 어떻게 저런 폼으로 홈런을 칠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마저 드는 경우도 있다. 아주 옛날의 야구영상은 쉽게 구하기 힘들어서 자세히는 알수 없지만 그래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틀을 깨부시는 타격스타일로도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남긴 선수들이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서론이 길었다. 그동안 포스트시즌 때문에 이곳 카테고리 글을 등한시 했는데, 근 한달여만에 다시 시작한다. 오늘은 과거에도 이미 두차례의 시간을 통해 포스팅했던 ‘스탠스에 따른 타격 방법론’의 세번째 이야기다.(이전처럼 기술론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아니 그럴필요까지는 없다는 마음으로 읽어주길)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행크 아론-매니 라미레즈-알버트 푸홀스-제프 배그웰

 
눈치가 빠른 사람은 알겠지만  맨 왼쪽 아론부터 아래 배그웰까지 타격준비자세에서의 스탠스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아론은 보통의 선수들에게서도 흔히 볼수 자신의 어깨넓이 정도의 스탠스, 라미레즈는 그보다 조금 더 넓은, 그리고 푸홀스부터는 아주 넓은 스탠스(Broad-Stance) 그리고 배그웰은 최대한 양다리 사이의 폭이 벌어진(Full Wide-Stance) 스타일이다.


타격을 함에 있어서 체중이동(Weight Shift)은 필수적이다. 당연히 아론은 처음 스탠스 폭이 좁기에 스트라이드(Stride)를 길게 가져간후 스윙을 하고, 여기서 말하는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라미레즈 역시 한족장 정도로만 짧게 내딛는다. 푸홀스는 거의 반족장 정도만 내딛지만 배그웰 같은 경우는 거의 스텝의 이동이 없다. 이것은 선수들마다 각기 다른 개성이라고도 할수 있는데 당연히 타격방법론(일련의 타격과정)도 제각각이다. 


다른 선수들은 제외하더라도 만약, 국내 선수들중 누구 하나가 배그웰과 같은 타격스타일이 자신과 맞다고 한다면 과연 국내 지도자들은 그걸 지켜만 보고 있을까? 아니면 동조를 해줄까?
장담할순 없지만 십중팔구는 저러한 스타일을 뜯어 고치려고 할것이다. 왜냐하면 보편적인 틀과는 괴리감이 있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가정법이지만, 정말로 배그웰과 같은 타격자세가 맞는 선수가 있을시, 그걸 포기하고 다른 타격자세로 수정을 한후 변변치 않은 선수생활을 하게 된다면 이것처럼 억울한 일이 없을것이다. 왜 나는 이게 몸에 맞는데 그래? 라고 항변할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특이한 타격스타일을 보면 ‘개성’을 먼저 떠오르는데 어떤 선수에겐 그 개성이 바로 ‘교과서’ 일수도 있다. 물론 오늘 예로 든 배그웰은 워낙 특이한 선수이긴 했지만..
이왕 아론과 배그웰을 언급했으니 간단히 이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행크 아론

                                                      윌리 메이스의 타격장면

윌리 메이스와 마찬가지로 동시대에 활약한 행크 아론의 타격을 보면(아마도 이 시대의 타격흐름 일것이라 추측) 타격시 스트라이드 폭을 굉장히 멀리 내딛는 롱-스트라이드형이다.
보편적으로 스트라이드시 체중이동이 뒤에서 전방(투수쪽)쪽으로 급격하게 이동했다가 스윙을 하는 선수들을 보면 그 과정에서 뒷발이 지면에 고정되지 않고 앞으로까지 끌고 나오는 경우를 흔히 볼수 있다.
이것은 지금의 현대적 스타일의 선수들에게서도 간혹 볼수 있다.
위의 아론의 사진(두번째)은 히팅시 모습이다. 두번째 사진을 올린 이유는 보다시피 스윙시 뒷발이 아예 지면에서 떨어지게끔 해 타격연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래 메이스의 GIF 영상에서도 나타나다시피 그 역시 스윙이 컨택트(Contact)지점에 이르렀을때는 뒷발이 전방쪽으로 이동하면서 지면에서 이탈해 있는 상태다.
일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자신의 배팅공간을 최대한 이용하는 즉, 과거 올드 스타일(old style)의 선수들에게서 흔히 볼수 있는 타격방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만약 저 당시의 타격자세를 지금의 선수들에게 주입시킨다면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우선 지금의 기준으론 저 당시의 타격이 촌스럽게(?) 보이고 뭔가 눈에 익숙하지 않을만큼 이질감이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격시 지켜야할 일련의 과정은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점만은 틀림없다.
무슨 말이냐면 지금 기준으론 조금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타격시 꼭 필요한 기본적인 것은 모두 갖춰진채 스윙을 한다는 뜻이다. 뭐 윌리 메이스의 컨택트시 상체의 모습을 보면 두산 베어스의 고영민의 좋지 않은 모습과도 연결되긴 하지만..


끝으로 배그웰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독특한 타격자세로 인해 많은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았는데, 그가 특이한 타격자세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활약을 펄칠수 있었던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약점을 장점으로 뒤바꿔 놓을만큼 자신의 스타일과 맞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스탠스의 폭이 지나치게 넓으면 발생할수 있는 문제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양다리 사이의 폭이 넓기에 스윙시 하체의 로테이션 즉, 골반 회전력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두번째는 첫번째와 연결되는 문제인데, 이러다 보면 스윙시 몸이 회전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전방회전이 어렵게 돼 타자자신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 파워를 스윙에 모두 담아내기가 힘들다. 투수론적으로 말하면 상체와 하체의 불일치로 인해 생기는 소위 러싱(Rushing) 현상, 즉 파워가 분산되기 쉽다는 뜻이다.
배그웰은 준비자세에서만 저렇게 넓은 스탠스를 취했지만 타격시 파워포지션(배트를 뒤로 빼는)에서 미리 앞다리를 세워(보통의 선수라면 들었던 앞발이 착지할)놓고 스윙을 했기에 혹여 이러한 넓은 스탠스에서 발생할수도 있는 문제점은 보이지 않았던 타자다.




국내에서 타격자세와 스윙폼을 제외하고 정통적인 방법에서 약간 특이한 선수를 뽑자면 정근우(전체적인 자세가 낮은 곳에 있다 스윙직전엔 상체를 일으켜 세우는), 김태완(여타의 타자들에서 볼수 있는 Stride & Load가 아닌 미리 팔꿈치 극심하게 치켜 들었다가 Load시 팔꿈치를 내리는) 최형우(이격시킨 다리만 보면 멀리 내딛는것 같지만 지면에 착지할때의 앞발위치를 보면 처음 스탠스위치와 거의 비슷한 지점, 즉 앞다리를 밀듯이 내딛는 Push-Stride) 정도만 큰 틀에서 어긋나지 않고 나름의 개성을 지닌 타자들이 아닌가 싶다.


과거 박정태나 김성한과 같은 선수들은 실력 외적으로 독특한 타격폼으로 인해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들이다. 이것은 실력을 제외하더라도 개성이란 측면에서만 놓고 보면 실력 이상의 경이로움이 있었다.
천편일률적인 타자들보다는 이러한 선수들이 더 사랑을 받았던건 어쩌면 당연했고 앞으로도 이러한 타자들의 출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 GIF/ 2년전쯤 보관해 놓은 사진과 영상이기에 출처를 모름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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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괴벨스와 같은 인간이 있다. 다만 남자가 아니라는 것만 다를뿐...사람들의 인지부조화가 만들어 낸 희대의 괴물이지.. 뭐 그렇다고.. KCN 야구해설위원 & 광주 MBC-R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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