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배리 본즈는 양준혁이었다

Batting Theory 2009/07/16 23:09 Posted by 윤석구

                    ◆ 거친듯 하지만 특유의 리듬감이 돋보이는 양준혁의 타격/ ⓒ 삼성 라이온스


한국야구에서 양준혁(삼성)이란 이름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그를 상징하는 성실함과 꾸준함, 그리고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쌍하게 변모하는 타격자세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진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글을 쓰기전, 약 3시간의 시간을 소비해 가며 프로데뷔(1993년)때 부터 지금까지 양준혁의 타격폼 변천사를 살펴봤다. 필자가 발견한것만 해도 무려 12번의 타격폼 변화를 거쳐왔다는걸 확인할수 있었는데 대단하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는 위대한 타자 그자체라고 평가하고 싶다.

젊었을때는 다리를 거의 들지 않고 치는가 하면, 어느순간부터는 배트를 쥐고 있는 시작점, 그리고 로드포지션(load position)에서의 그립탑 위치가 해가 바뀌어도 비슷한 위치에 와 있는걸 한번도 보지 못했다.
또한 세월이 흐른만큼 타석에서의 노련함이 쌓여가고 있다는걸 확인할수 있었는데, 상대투수의 볼배합을 읽고 인코스에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오픈 스트라이드(Open-Stride)로 열어놓고 홈런을 쳐내는 장면은 베테랑 타자의 진면목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번 Batting Theory 124번째 시간에 이야기할 양준혁의 타격모습이 바로 이장면이다.

아울러, 배트가 스타트 하기전, 그러니까 파워포지션까지 체중이 이동되는 과정에서 지금의 양준혁은 흡사 메이저리그의 베이비 루스, 그리고 배리 본즈의 그것과 매우 비슷하다는것도 발견했다.
이전부터 그런느낌을 받았지만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해보니, 막연하게 눈으로 봐왔던것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 오늘의 글 제목을 `한국의 배리 본즈는 양준혁이었다'로 선택했으니 제목이 의미하는것, 그리고 양준혁의 뛰어난 타격솜씨를 이시간을 통해 만끽하기 바란다.


                                     ◇ 양준혁 타격의 일련과정/ ⓒ 윤석구의 야구세상


위 양준혁의 타격영상은 지난 6월 16일 대구 롯데전에서 상대 선발 이용훈의 인코스 낮은 변화구를 멋지게 걷어 올려 투런홈런을 쏘아올리는 장면이다.(통산 348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전설적 좌완 투수인 워렌 스판은 히팅과 피칭의 원론적인, 그리고 궁극적인 대결 방법론에 정답이라고 할수 있는  `타격은 타이밍이고, 투구는 그 타이밍을 뺏는것' 이란 멋진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야구의 시작점이라고 할수 있는 투수와 타자의 대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 싸움이란 뜻이다.

역사가 짧은 한국프로야구에서 워렌 스판의 명언에 가장 부합된 타자는 양준혁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떨어지는 순발력, 그리고 순간순간 대처능력의 저하를 끊임없는 타격폼 변화를 통해 지금까지도 야구판을 호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을 유심히 보면 본론보다 서론이 굉장히 긴 양준혁의 타격준비 과정을 느낄수 있을것이다.

몸을 좌우로 흔들어 자신의 배팅 리듬감을 유지하며 타이밍을 잡기 시작하는 양준혁은 여타의 타자들에 비해 굉장히 긴 로드포지션(load position) 이동과정이 이루어 지는걸 발견할수 있다.
한족장 정도 앞발을 뒤로 빼는 오픈스탠스에서 다리를 들어올리는 리프팅(lifting) 과정에서 가슴중간쯤에 위치한 그립위치는 이후 로드포지션까지 가는 시간이 굉장히 길다.

체중 이동에 따른 파워장전이 끝난(Stride & Load) 후 스트라이드 착지점을 보면 앞다리 모양이 굽은 상태(Club Foot)가 되어 있다는걸 발견할수 있다.
일전에도 이야기한바 있지만, 타이밍을 잡기 위해 들었던 앞다리가 지면에 착지해 있을때는 앞무릎이 굽혀져 있는 상태가 가장 이상적이다. 그건 앞으로 이어나가게 될 타격의 일련 과정에서 런치포지션(launch position) 즉, 체중이동(Weight Shift)이 원활하게 되기 위함이다. 양준혁 역시 이 타격의 일련과정을 정확히 지켜내고 있다.

이 타격은 몸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걷어올리는 장면인데, 영상에는 잘 나타나 있지 않지만(투수정면에서 바라본 것이 아니기에) 스트라이드시 다리를 들어올린 후(lifting) 지면에 착지할때는 스퀘어(앞발과 뒷발의 위치가 평행을 이룬)가 아닌 오픈으로 다리를 내딛었다.
이전 투구가 바깥쪽에 들어왔기에 투수가 생각했던 셋업피치를 정확히 읽고 인코스 공을 노려서 타격을 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양준혁의 게스히팅 능력과 경험을 통해 나오는 예측능력이 돋보이는 타격장면이 아닐수 없다.

히팅 지점까지의 배팅 아이(Batting-eye)를 보면 임팩트지점까지 고개가 헤드업 되는일 없이 정확히 공의 이동을 읽고 있다.
올시즌 들어 양준혁은 바깥쪽 공을 가격했을때는 히팅 이후 피니쉬 동작에서 뒷손을 빨리 놓고, 인코스 공은 좀더 오랫동안 양손에 머물러 있는걸 발견할수 있는데 자신의 하체 로테이션(hip rotation)에 따른 타격방법론이 날아오는 코스마다 달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인코스 낮은 공을 걷어올려 홈런을 뽑아낼수 있는 양준혁은 아직 은퇴를 논하기엔 한참의 세월이 필요할듯 싶다.( 개인적으로 정말 존경스럽다)




           ◇ 타격의 정석에서 벗어난 양준혁,본즈,루스의 독특한 load position/ ⓒ 윤석구의 야구세상

자, 이제 오늘 글의 주제라고 할수 있는 양준혁이 가지고 있는 배팅타이밍을 은퇴한 전직 메이저리거들과 비교해 보자. (위- 배리 본즈, 아래- 베이브 루스)

양준혁은 처음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위치가 여타의 타자들과는 달리 가슴까지 내려와 있다.
아래 배리 본즈와 베이비 루스는 타자배꼽 정면이 아닌, 약간 더 3루쪽에서 타격장면이 찍혔기에 각도상 차이는 있지만, 이해를 함에 있어 어려움은 없을것이다.

양준혁은 다리를 들어올기전, 앞발을 투수쪽으로 순간 움찔하며 이후 다리를 들어올린다.(빨간색 화살표 표시)
이건 노-스텝,또는 태핑(Tapping=타격시 앞발뒷꿈치만 들어서 타이밍을 잡는)으로만 타이밍을 잡는 히터들이 배팅타이밍을 잡기 위해 흔히 행하는 장면과 비슷하다.
윤석구의 야구세상에 자주 오시는 분이라면 이말의 뜻을 이해했을 것이다. 김태균이 짧은 레그 스텝을 내딛기전, 좌우로 몸을 흔들다가 위의 양준혁처럼 순간 움찔하며 투수쪽으로 몸을 반동시키는 것과 같은 원리다. 차이점은 다리를 내딛느냐, 아니냐의 구분뿐이다. 양준혁과 본즈,루스 역시 마찬가지다.

로드포지션으로 배트를 이동하기 직전 양준혁,본즈,루스 모두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위치가 가슴아래까지 내려간 상태에 위치해 있다 이동하는데, 놀랍게도 배팅 타이밍을 잡는 방법이 매우 흡사하다.
타격이론의 정석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한참이나 어긋난 타격동작을 보여주고 있는 이 3명의 타자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타격습성 그리고 신체조건에 맞는 타격폼을 딱맞는 옷처럼 몸에 입혔단 뜻으로 풀이할수 있다.

올시즌 양준혁은 다리를 들어올리며 스트라이드를 하지만, 프로 초년병 시절에는 다리를 드는 동작 없이 처음 앞발위치에서 짧게 바닥을 터치 하며 타격을 했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정체되어 있는 타자는 내리막길이 빨리 올수 밖에 없다.
양준혁의 평소 타격론과 위의 글귀를 대입시켜 보면 위대한 타자의 변화속 타격을 충분히 느낄것으로 믿는다.

여러분들은 양준혁이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지속할것으로 예상하는가?
필자는 45세까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그건, 지금까지 정체돼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와 진화를 혼합하며 자신을 채찍질한 양준혁 그 자체의 천재성을 믿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것이 분명하다.
3할 타자의 타격폼은 함부로 손을 대는게 아니다. 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젊었을때나 유용한 말이지, 순발력이 떨어지는 나이대가 오면 변화를 하지 않을수 없게 된다. 이 표본에 가장 부합하는 타자가 바로 양준혁이다. 먼 훗날 400홈런의 첫 시발점을 찍었던 타자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사진 & GIF/ 삼성 라이온스 & 윤석구의 야구세상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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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괴벨스와 같은 인간이 있다. 다만 남자가 아니라는 것만 다를뿐...사람들의 인지부조화가 만들어 낸 희대의 괴물이지.. 뭐 그렇다고.. KCN 야구해설위원 & 광주 MBC-R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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