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대표팀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2라운드 승자전에서 일본을 4-1로 물리치고 준결승전에 승차했다. 지난 2006년 1회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4강 진출을 확정지은 승리다.
타순을 바꾼것이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최근 몇경기 타격컨디션이 저하됐던 이종욱을 선발 라인업에서 빼고 1번자리에 들어간 이용규는 1회말 일본 선발 다르빗슈 유(니혼햄)를 맞아 좌전안타를 쳐냈음은 물론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일본 내야를 흔든다. 이어 정근우의 내야안타(이와무라의 송구미스)에 이은 김현수의 땅볼타구때 또다시 매끄럽지 못한 수비에러를 범한 이와무라의 어이버리함에 힘입어 간단히 선취점을 뽑는다. 이후 김태균이 볼넷으로 출루한 후 6번 이진영의 2타점 좌전안타까지 터지며 단숨에 3-0 리드. 몸이 덜 풀린 다르빗슈를 곤욕스럽게 만들었다. 일본 입장에서는 한일전 선취점의 중요성을 감안할때 감당하기 힘든 점수차이가 1회부터 발생한 것이다.
이후 양팀은 4회까지 팽팽한 투수전 양상을 보이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 5회초 일본은 후쿠도메와 조지마의 연속안타에 이은 이와무라의 진루타로 1사 1,3루의 기회를 잡는다. 이후 이치로의 땅볼때 후쿠도메가 홈으로 들어오며 1점을 추격 하지만 이날 일본이 보여준 공격은 이것이 전부였다.
1회 이후 다소 루즈했던 한국의 공격은 8회말에 들어와서 다시한번 기회를 잡는다. 경기후반 불안한 2점차 리드에서 꼭 한점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선두타자 고영민의 볼넷과 이종욱의 희생번트, 그리고 김태균의 고의사구는 물론 이진영까지 볼넷으로 출루하며 만든 2사 만루에서 이범호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으면서 한점을 더 추가. 이날 최종 스코어인 4-1. 완승을 이끌어 낸다.
일본은 한국을 맞아 선발 다르빗슈 유(5이닝 3실점 -2자책- 4피안타 탈삼진 7개)에 이은 야마구치 테츠야(요미우리)-와타나베 순스케(치바 롯데)-와쿠이 히데아키(세이부)-이와타 미노루(한신)-타나카 마사히로(라쿠텐) 등 총 6명의 투수를 투입했지만 박빙의 승부처에서의 긴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졌다.
[한-일전 최고의 히어로인 봉중근의 피칭 모습/ ㉧ 로이터]
바뀐 리드오프 이종욱 → 이용규 경기승리 이끌어
이종욱 선수가 타격슬럼프가 왔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수 있는 방법이 있다.
타석때 앞다리를 들었다가 내렸다를 반복할때가 바로 그것인데 이번 대회 들어 이종욱은 이러한 모습을 자주 볼수 있었다. 이에 김인식 감독은 지난 멕시코 전에서 활발한 플레이를 선보인 이용규를 이종욱 자리에 선발 출전시켰는데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1회초 이용규는 초반 제구력이 잡히지 않았던 다르빗슈에게 좌전안타를 치고 나가더니 과감한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이번 경기가 초반부터 투수전 양상이 될거라는 예상을 보기좋게 날려버린다.
이후 일본 2루수 이와무라의 실책성 플레이 2개(정근우의 재치, 기록상 에러는 1개)가 결국 이진영의 2타점 적시타까지 불러오는 계기가 됐는데 일본 입장에서는 1회말 수비가 두고두고 한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일본킬러 봉중근
역시 봉중근이었다. 지난 아시아라운드 조 1위 결정전에서 5.1 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던 그는 오늘도 5.1이닝동안(3피안타 1실점) 일본 타선을 꽁꽁 묶으며 한국이 초반 리드를 이끌어가는데 결정적 활약을 펼쳤다. 경기초반에는 최고 151km에 이르는 페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섞어가며 피칭을 이끌더니 한계투구수가 가까워진 5회초부터는 예리한 슬라이더까지 첨부시키며 완벽한 볼배합 능력까지 선보였다.
일본을 잡기 위해서는 이치로와 아오키 그리고 무라타 이 세명의 타자와의 승부가 중요한데 이들에게 단 한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음은 물론 4회초 오가사와라의 투수강습 안타가 나오기전까지 13명의 타자를 상대로 해 무안타를 기록, 신 `좌완 일본킬러' 의 탄생을 대내외에 알렸다.
볼넷은 `눈물의 씨앗' , 안타없이 추가점을 얻어낸 8회말
솔직히 2점차 리드는 불안했다. 야구에서 2점은 단 한번의 찬스에서 적시타 한방으로 극복할수 있는 점수이기 때문에 우리입장에서는 반드시 추가득점이 필요했다. 결국 우리 타자들의 끊질긴 선구안이 빛을 발하며 일본의 추격 의지를 상실게 만든다. 그것도 단 한개의 안타없이 말이다.
8회말 한국은 선두타자 고영민의 볼넷과 이종욱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루에서 김태균이 고의사구로 출루해 1사 1,2루의 기회를 맞이한다. 일본 입장에서는 발이 느린 김태균이기 때문에 다음타자 이택근을 내야땅볼로 유도해 병살타를 노리겠다는 계산.
하지만 이택근이 투수땅볼로 물러난 후 이진영의 볼넷으로 2사 만루를 만든 이후 이범호까지 볼넷을 얻어내며 득점에 성공한다. 특히 이범호는 2스트라이크 노볼에서 4개의 유인구에 휘말리지 않고 참을성을 발휘하며 밀어내기 타점을 획득했는데 이와타의 과감성이 결여낸 피칭도 큰 몫을 차지했다. `볼넷은 눈물의 씨앗'이란 야구의 평범한 진리를 다시한번 확인했던 순간이기도 했다. 물론 8회말 선두타자였던 고영민의 볼넷 출루는 와쿠이 히데아키로부터의 시작이었지만 말이다.
김인식 감독의 투수운영, 그리고 경기흐름 파악능력은 최고였다
선발 봉중근-윤석민-김광현-임창용. 금일 일본전에 등판한 한국투수들이다. 완벽한 조화라고 밖에 표현할수 없는 투수운영이다. 좌완 선발 강속구 투수 → 우완 강속구 투수(윤석민) → 다시 좌완 강속구 투수(김광현) → 일본 경험이 풍부한 임창용으로 이어진 이 계투진들은 타자입장에서는 미치는거다.
투수의 공에 익숙해질만하면 좌 · 우로 바꾸면서 혼란을 가중시킨 것은 물론 경기후반(8회초)에 등판한 김광현은 이전의 슬라이더 위주의 투구를 버리고 빠른 페스트볼로 윽박지르며 일본타선을 요리했다. 5번 오가사와라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은 이날 경기의 백미중 하나였다.
김인식 감독의 수비 위치 조정도 돋보였는데 일본의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이나바의 안타로 무사 1루 상황에서 주자를 신경쓰지 않는 양 사이드라인 내야수(1루,3루)들의 선상수비 지시가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그것도 경기후반 한점차 승부라면 모르겠지만 3점차의 넉넉한 리드에서는 좌 우 선상라인을 타고 가는 2루타를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야구기본에 충실한 수비포메이션이었다. 결국 후쿠도메는 정상수비였다면 2루타가 충분했을 타구를 날리고도 1루땅볼아웃으로 물러나며 마지막 기회마저 잃고 만다.
이에 앞서 김태균은 1회초 2번 타자 카타오카 야스유키(세이부)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걷어내며 가장 중요했던 경기초반의 흐름을 우리쪽으로 돌려놓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펫코파크에 태극기를 꽂고 있는 봉중근 · 이진영/ ㉧ 로이터]
한국야구, 이제는 우승이다
아직 조 1위 결정전 경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우리는 그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내일 쿠바와 일본의 경기 결과에 따라 파트너가 결정되겠지만 승패의 의미는 없는 경기다.
될수 있으면 이미 3차례의 경기를 통해 비교우위(2승1패)를 선점한 대 일본전 보다는 쿠바가 일본을 물리치고 우리와 상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말 이젠 정들다 못해 일본이 측은할 정도다.
한국은 일본과 세번의 경기를 통해 일본이 자랑하는 젊은 에이스들인 이와쿠마-다르빗슈에게 지지 않았다. 물론 이 두명의 투수들은 호투를 하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젠 그 어떤 투수가 나오더라도 한국야구는 절대로 주둑들지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 시켰다. 이제부터는 `ID 토털 베이스볼' 의 현미경 따위는 미생물 실험실에서만 사용했으면 한다는 조언을 일본에게 넌지시 전해주고 싶어진다.
이번 대회는 특히 이변이 잣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변도 실력이 있어야 나오는것.
이젠 그 어떤 팀이 올라 오더라도 충분히 해볼만한 우리 대표팀이다.
개인적인 바람은 결승전에서 꼭 미국과 붙어봤으면 싶다. 펫코파크에서 꽂아놓은 태극기가 대회 마지막날 반드시 다저스 스타디움에서도 휘날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사진/ 로이터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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