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하늘을 수 놓으며 장쾌한 파열음과 함께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
홈런이 꼭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본능에는 보다 더 멀리 공을 날려버리고 픈 욕망이 숨겨져 있다. 그렇기에 홈런타자는 야구를 하는(보는) 이들의 영원한 로망이다.
안타가 생산되기 위해선 어느정도 운도 뒤따라야 하지만 홈런은 운과는 거리가 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하나의 홈런이 터지기 위해선 거기에 따라 수많은 과학과 이론이 총 망라 되기에 홈런이야말로 야구의 ‘종합예술’이라 칭할만 하다.
홈런을 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크게 4가지로 알려져 있다.
첫째는 타자의 파워(Power), 둘째는 정확한 타이밍(Timing), 세번째는 배트 스피드(Bat Speed), 그리고 마지막 4번째는 임팩트(Impact)다. 일전에 쓴 배트 스피드의 오해와 진실 1편(hitting.kr/289) 2편(hitting.kr/819)을 통해 언급한 적이 있지만 오늘은 이것에서 다 담아내지 못한 것들을 이야기 해 볼까 한다.
그중에서도 쉽게 간과되기 쉬운 점접 지점, 즉 공의 어느 부위를 공략해야 홈런이 터지는지에 대한 고찰이다.
투수와 타석의 거리는 18.44m다. 하지만 투수의 스트라이드(Stride) 폭까지 계산하면 거리는 그보다 훨씬 짧아진다. 투수가 던진 시속 140km의 공이 포수 미트에 도달하는 시간은 0.47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지는 찰나의 이 순간에서 타자가 스윙을 할것인지를 결정하는데는 0.2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런걸 흔히 조건반사적인 행동이라고 하는데 타격시 공을 골라(?) 때리는 능력까지 감안하면 야구선수, 그중에서도 타자들의 운동신경은 말로 다 형언할수 없을만큼 대단하다고 볼수 있다.
히팅 포인트가 갖고 있는 매커닉은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보통 보면 타자 앞 무릎 앞쪽(우타자 기준시)에서 컨택트가 될시에 좌측으로, 그리고 타자 앞 무릎을 지나 더 뒷쪽에서 컨택트가 될시엔 우측으로 그리고 전자와 후자의 중간쯤 되는 지점에서 컨택트가 될시엔 센터로 공이 날아가는게 보통이다. 대부분의 홈런이 잡아 당겨 쳐 좌측으로 생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 무릎 앞쪽에서 히팅 포인트를 형성하는게 정상이지만 이렇게 될시엔 홈플레이트 앞에서 떨어지는 변화구를 공략하기가 어려워 그만큼 헛스윙을 할 확률도 높아진다.
오늘 이야기 할 것은 히팅 포인트가 아니라 공의 어느 부위를 공략해야 홈런이 터지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위의 사진은 홈런이 생산되기 위해 배트의 어느지점, 그리고 공의 어느지점을 공략해야 하는지를 증명해 주는 이미지다. 일반적으로 배트의 스위트 스팟(Sweet Spot)이라 불리는 곳은 배트 끝에서부터 17cm 정도 아래(위의 사진과 같이)에 위치해 있다. 이 근처에서 공을 가격하면 손바닥에 울리는 진동이 최소화 되고 ‘손맛’ 또한 짜릿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는데 힘을 들이지 않고 공이 튕겨 나간다는 느낌 역시 같이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배트에만 스위트 스팟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공도 엄연히 스위트 스팟 지점이 있다.
즉 배트의 스위트 스팟도 홈런을 치기 위한 중요한 요소중 하나지만 날아오는 공의 어느 부분을 때리냐도 홈런을 치기 위한 중요한 요소에 포함된다.
로버트 어데어 물리학 교수가 편찬한 ‘야구의 물리학’이란 저서를 보면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흥미로운 결과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에서는 스윙 속도를 시속 105km, 스윙 각도는 가로선을 기준으로 10도 정도 위쪽에 위치한, 오버핸드 투수가 던진 시속 136.8km를 기준으로 삼았다.
실험 결과 정확하게 공의 한가운데를 맞은 타구는 직선 타구(라인드라이브)로 61m를 날아갔다.
이때 공이 날아가는 고도는 약 4m였다. 하지만 공의 중심에서 아래로 약 2.5cm 지점을 공략하면 직선타구보다 더 먼 91m의 비거리를 기록했다. 하지만 가장 멀리 날아가는 공의 지점은 공의 중심에서 약 1.9cm였다. 비거리는 105m.
종합해 보면 배트가 공의 한가운데를 정확히 맞췄을 경우엔 타구 속도는 빠르지만 비거리는 그만큼 멀지 않다는, 그리고 너무 아래쪽을 때리면 타구가 날아가는 각도가 너무 높아 비거리에서 손해를 보지만 공의 중심에서 아래쪽 1.9cm를 공략했을시엔 타구의 각도나 타자의 파워를 적절히 실을수 있는 매커닉이 생성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홈런이 생산되기 위해 가장 적절한 타구 각도를 45도라고 봤을때 상당히 일리가 있는 실험이다. 지나치게 공의 밑동을 때리면 백네트 근처로 날아가는 파울 타구나 내야 팜볼이 자주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타자가 지닌 배트파워를 공에 모두 전달할수 없기에 쓸모없는 힘이 스윙에 담겨져 있다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높이 뜬 내야 팜볼이나 백네트 쪽으로 타구를 자주 보내는 타자는 타이밍의 문제라기 보다는 공을 공략하는 매커닉이 부족한 타자다. 이것은 스윙의 종류(낮은 공을 걷어 올린다거나 하는)에도 문제가 있지만 흔히 말하는 공을 띄우는 기술이 부족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한국타자로만 한정한다면 역사상 타구를 띄우는(홈런이 생산되기 위한 이상적인 타구 각도를 만드는) 타격기술은 이승엽(삼성)이 최고였지 않았나 싶다. 물론 이승엽의 엄청난 타구 비거리 역시 공의 중심에서 어느 지점을 공략했느냐에 따라 결정되곤 했는데 이것 역시 자신의 스윙 파워를 공의 스위트 스팟 지점을 제대로 공략해 왔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볼수 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배트가 공의 윗부분을 쳐서 홈런이 나올 확률은 극히 희박(제로에 가까운)하다고 볼수 있다. 이렇게 되면 거의 대부분의 타구는 내야땅볼(물론 땅볼 안타도 생산되겠지만)이 되며 국내에서 흔한 다운 컷 스윙(Down Cut-Swing)이 갖고 있는 문제점(홈런으로만 가정했을시) 역시 홈런을 생산하기 위해선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가 있는 스윙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얄스가 배출한 역대 최고의 타자중 한명이었던 조지 브렛(은퇴)은 다운 컷 스윙으로도 많은 홈런을 쳐냈지만 이것 역시 공의 고저에 따른 각기 다른 스윙 방법을 사용했기에 다운 컷 스윙이 꼭 홈런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다.
사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홈페이지 캡처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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