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KIA 타이거즈는 약체로 분류된 팀이었다.
장타력 부재는 매년마다 타이거즈 부활의 `발목'을 잡고 있었고, 그 해결책이라 믿었던 최희섭의 부활은 확신할수 없는 불투명성 그 자체였으며 무엇보다 수년간 타이거즈 타선을 이끌던 장성호가 하락세의 기미가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내야는 반드시 세대교체가 필요했던 곳이었는데 문제는 그 대체자원이 마땅치가 않았다는 점도 빼놓을순 없다. 설사 최희섭이 본연의 기량을 되찾는다 할지라도 `시너지 효과'는 기대할수 없는 타선이었다.

비슷비슷한 타율과 비슷비슷한 장타력, 그리고 비슷비슷한 수비력을 가진 젊은 선수들이 너무나 많았다. 누군가 독보적으로 치고 올라가 타선의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선수를 찾기엔 한참의 세월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도 있었던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되는 집안은 우물가를 지나가다가도 숭늉을 얻어 마실수 있는 운은 생기는가 보다.
시즌초 고향팀으로 다시 복귀한 김상현을 두고 하는 말이다. KIA는 투수진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며 5할승률 언저리에서 놀았던 팀순위에서 탈피, 6월을 깃점으로 꾸준한 2승 1패의 위닝시리즈를 거듭하며 강팀의 면모를 되찾았다. 또한 올스타전 이후에는 11연승을 내달리며 1위 독주체제를 확고히 했는데 이 모든 긍정적 원인을 `김상현의 활약'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촉망받던 `미완의 슬러거'에서 이젠 시즌 MVP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김상현.
과연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까?

                                                   ◆ LG 시절 김상현의 타격장면


김상현의 LG 시절 타격장면이다. (2008년 4월 롯데전 아웃코스에 떨어지는 슬라이더)
바깥쪽 변화구에 체크스윙을 하고 있는 모습인데, 이 영상 하나로 모든걸 판단할순 없겠지만(다른 영상은 찾기도 힘들었을뿐만 아니라 타격모습 그 자체가 없었다) 그가 왜 자신의 포텐셜을 간직하고만 있었는지 알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점핑(jumping)의 문제점  → (Jumping out at pitches)

김상현은 손목파워가 굉장히 뛰어난 선수다. 배트가 부러졌음에도 그걸 힘으로 이겨내며 홈런을 쏘아올릴정도로 파괴력이 어마어마하다. 보통 이러한 유형의 선수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스윙을 손목힘으로만 하려는 경향이 큰데, 타격의 일련과정에서 부수적으로만 뒤따라야 하는 `손목'이 스윙의 주된 목적이 되어버린다는 뜻이다.

타격모습을 유심보면 오픈스탠스을 취하는 김상현은 앞다리를 클로즈로 내딛으면서 타격을 시작한다.
우선 위의 영상을 볼때 전체적인 타격모습은 배재하고(배트 이동, 그리고 하체도 보지 말고) 김상현의 상체이동만 따로 떼어 눈여겨 보길 바란다. 어떤가?


로드포지션(load position)에서 자신의 파워를 장전하는것까지는 군더더기가 없을정도로 좋다.
하지만 이후 컨택트 지점에 이르러서는 상체가 앞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수 있을것이다.
이건 일전에 이야기한 스테이 백(Stay Back)의 문제와 더불어 너무 빠른 무게 중심이동이 김상현의 스윙을 갉아먹고 있는 원인이었다.

이걸 타격 전문용어로 `점핑 아웃 앳 피처스(jumping out at pitches)' 라고 하는데 타격시 타자의 무게중심이 너무빨리 앞으로 이동할때의 문제점을 야기할때 주로 사용한다.
이렇게 되면 타자는 배팅타이밍을 놓치기가 쉬운데(특히 바깥쪽 코스에 오는 공) 영상에도 잘 나타나 있지만 김상현의 상체가 앞으로 쏠리면서 손목으로만 스윙이 이뤄지려고(이후 진행되는 타격장면은 없지만) 하고 있다.

이런 스윙방법은 설사 배트에 공을 정확히 맞추더라도 땅볼타구나 힘없는 플라이볼이 될 확률이 굉장히 높다. 타자자신의 스윙의 일련과정에서 모았던 파워를 컨택트시 분산시켜버리는 것은 물론, 이렇게 되면 손목으로만 스윙이 이뤄져 좋은 타구를 생산할수가 없게 된다.

김상현이 바깥쪽 변화구에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던 타자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것이다.
위의 영상도 바깥쪽 변화구인데, 빠른 공을 기다리다 순간적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오자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영상은 정확히 1년이 지난 시점인 지난 4월 목동 히어로즈 전에서 김상현이 올시즌 3번째 만루홈런을 쏘아올리고 있는 타격장면이다. (가운데에서 바깥쪽으로 휘는 슬라이더)

위의 LG 시절 타격영상과 이 영상을 비교함에 있어, 마찬가지로 상체의 이동만 눈에 고정시켜 유심히 한번 보길 권한다.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가? 한눈에 봐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수 있을것이다.
오픈 스탠스였던 것도 뒷다리와 앞다리를 거의 일직선상으로 놓고 준비를 하는 스퀘어 스탠스로 바꾼 김상현은 니 리프팅 탑(knee liftting top= 들어올린 무릎이 정점에 이르기까지)이후 배트가 스타트하기 전까지(load) 뒷팔꿈치의 미동이 거의 없다. 

물론 스트라이드시 앞발이 착지점에 이르렀을때 살짝 뒷팔꿈치가 뒤쪽으로 돌아나오는감은 있지만 이정도의 이동을 놓고 백스윙이 크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지난 김동주 선수 글에서도 이야기한바 있지만 Tip&Rip 즉, 다리를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배트헤드는 투수쪽으로 향해(Tip)있다 이후 빠른 스윙(Rip)이 원활해질수 밖에 없는 스윙경로인데 이렇게 되면 당연히 테이크 백(Take-Back) 동작이 짧아져 빠른 스윙을 함에 있어 보다 유리해진다. 스윙의 도움닫기를 충분히 하고 있다는 뜻이다.


백스윙이 짧기에 다소 긴 스트라이드(한족장 반정도를 내딛는)를 하더라도 공을 마중나가서 치는 것이 아닌 미리 대기상태에서 스윙을 할수 있어 변화구 공략에 대한 시간적 대비책도 보다 유리해져 있다.
KIA로 이적한 이후 김상현은 영상에도 잘 나타나 있지만, 상체와 엉덩이의 회전(Torso rotation+hip rotation)력이 굉장히 리드미컬하며 뒤쪽에서 장전된 파워를 상체가 쏠리지 않으면서도 강력하게 회전력의 파워를 이어가고 있음을 알수 있다.

또한 파워히터답게 배트가 공을 만나는 지점(contact)이후 배트가 공을 뚫고 지나가는(bore) 스윙궤적을 가지고 있어, 피니쉬에서 강력한 손목롤링(rolling)까지 더하며 원래 자신의 장점이었던 `손목힘'을 이제는 제대로 사용하게 된 김상현이다. 이렇게 바뀐 스윙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는데 홈런이 안나온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것이다.

김상현은 지금 현재 홈런(24개)과 타점(94) 부분에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올시즌 92경기에만 출전하고도 경기수보다 더 많은 타점을 쓸어담았다는 점이다. 과거 해태의 한대화(현 삼성 코치)에게 느꼈던 포스를 재현해내고 있다.

노파심,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쯤으로 받아드렸으면 하는 뜻에서 몇마디 더 언급을 하자면, 일반적으로 스트라이드 보폭을 크게 가져가는 슬러거들이 꾸준함에서는 여타의 타격스타일을 지닌 타자들보단 불리한 편이다. 유독 부침이 심한 이승엽(요미우리)이나, 올시즌 죽을 쓰고 있는 일본의 아오키 노리치카(야쿠르트)와 같은 선수들을 보더라도, 밸런스 문제에서 나오는 어떠한 리듬은 롱-스트라이드를 하는 타자들에게 유리할게 없다. 김상현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필자의 노파심이 쓸데없는 걱정이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타팀에서 김상현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이 시작됐다.


사진 & GIF/ KIA 타이거즈 제공, Naver 영상 & 윤석구의 야구세상 작업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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