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승엽(요미우리)이 부진하자 유독 국내언론에서 자주 언급됐던 외국인투수 한명이 있었다. 바로 올해부터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게된 애드리안 번사이드(전 요미우리)다.
필자 역시 모 언론사에서 이승엽을 전담했던 때라, 이당시 애드리안 번사이드란 이름을 수백번 글로 썼던 기억이 있다. 이곳을 자주 찾는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당시 손가락 수술 후유증으로 부진을 거듭했던 이승엽의 동정때문에 요미우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2군 성적이나 거취등등을 하루도 빠짐없이 관찰했던 시기다. 연말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번사이드 영입이 발표되고도 그에 관한 글을 쓰지 못했는데, 그래서 2010년 새해 첫글은 번사이드로 시작할까 한다.
▲ 번사이드는 왜 요미우리에서 퇴출됐나?
2009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소속된 외국인선수는 이승엽을 포함, 에드가르도 알폰소, 애드리안 번사이드, 세스 그레이싱어, 딕키 곤잘레스, 위르핀 오비스포(육성군), 마크 크룬 총 7명이었다. 4번타자 알렉스 라미레즈는 2001년 일본무대에 데뷔해(당시 야쿠르트) 8년동안 활약을 한 결과 9년차가 되는 작년부터 외국인선수 신분에서 벗어났기에 1군 등록 여부와는 해당사항이 없어 제외한다.
일본야구는 1군에 4명의 선수만 엔트리에 등록할수 있다.
번사이드가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은 것은 2008년이다. 당시 요미우리에는 이승엽,루이스 곤잘레스,마크 크룬,세스 그레이싱어, 알렉스 라미레즈가 외국인 선수로 등록되어 있었다. 사실 2008년 시즌 초반만 해도 번사이드가 1군에 올라올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당시 요미우리는 기존의 이승엽에다가 요코하마에서 이적해온 마무리투수 크룬과 야쿠르트에서 온 라미레즈 그리고 선발투수 그레이싱어 이렇게 4명이 1군 개막전 엔트리에 등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선수들을 제칠만한 번사이드가 아니었다.
하지만 5월말에 루이스 곤잘레스가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쫓겨났고 때를 같이해 이승엽이 극도의 부진에 빠진 틈을 타 번사이드는 1군에 올라올수 있었다.
작년시즌에 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하는게 번사이드의 현재상태를 정확히 알수 있음에도 2008년 이야기를 꺼낸 것은 번사이드가 일본무대(1군)에서 공을 뿌린건 2008년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번사이드는 2009년 1군 경기기록 자체가 없는 선수다.
2008년 번사이드가 일본무대에 첫 등판한게 퍼시픽리그와의 교류전이 한참이었던 5월 26일 니혼햄 파이터스전이었다. 당시 번사이드는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5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하라 타츠노리 감독 입장에서는 1군에서 통할 정도의 선수인지를 실험삼아 내보낸것이 뜻밖의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이후 번사이드는 그해 15경기에 출전해 5승 3패 평균자책점 3.48의 성적을 남겼다.
번사이드는 2008년 3월에 열린 베이징 올림픽 야구 최종예선때 호주 국가대표에도 뽑혔지만 자신의 처지를 생각할때 요미우리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대표팀 차출을 고사한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라 감독의 눈에 들어야 했던 번사이드가 이해에 15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한 것은 후반기 들어 이승엽이 1군 주전 멤버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올림픽에 참가했던 이승엽은 소속팀에 복귀하자 말자 1군 엔트리에 등록됐었고 이후 한번 더 2군으로 떨어졌지만 9월 14일에 다시 복귀한 후 일본시리즈까지 1군에서 머물렀다.
2009년 번사이드는 시즌전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호주 대표팀에 선출됐지만 역시 전년도와 같은 이유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고 요미우리에서 시범경기까지 끝마쳤다. 하지만 번사이드에게는 이승엽 뿐만 아니라 기존의 그레이싱어와 크룬에 더해 야쿠르트에서 이적한 딕키 곤잘레스와 한때 니혼햄의 수호신 역할을 했던 마이클 나카무라의 영입, 그리고 하라 감독이 3년을 내다보고 육성군에서 공들여 키운 위르핀 오비스포까지 기량이 일취월장해 있는 상태였다.
나카무라는 외국인선수 신분은 아니지만 이 선수를 제외하더라도 1군에 번사이드가 들어갈 여지가 없었다. 결국 번사이드는 2009년 한해를 2군에서 모두 보내야 했고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퇴출되고 말았다. 번사이드가 운이 나빴던 것은 요미우리라는 팀에 소속돼 있었다는 것뿐, 한국무대에서 활약하더라도 충분히 제몫을 해줄거라고 본다.
▶ 2008년 보스턴과 오클랜드는 일본에서 메이저리그 개막경기를 치뤘다. 개막직전 보스턴은 요미우리와 연습경기(3월 23일)를 가졌는데 이날 경기에서 번사이드는 J.D.드류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했다. 번사이드에 대한 필자의 첫인상이다.
▲ 독특한 투구폼의 번사이드를 상대하게될 좌타자들은 긴장해야..
좌완인 번사이드는 쓰리쿼터형의 투수다. 2008년만 해도 투구시 던지는쪽 팔(왼손)의 백스윙이 크지 않고 그대로 넘어와 뿌리는 스타일이었는데 요미우리 2군 투수코치인 코우다 이사오의 지도로 지금은 그렇게 던지지 않는다고 한다.(2009년엔 등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필자 눈으로는 확인하진 못했다. 일본 현지 지인으로부터 얻은 정보다)
2008년때만 해도 140km 초반의 포심 패스트볼과 좌완 특유의 슬라이더로 좌타자를 상대로해 톡톡한 재미를 봤었다. 좌타자를 상대할때의 위닝샷은 주로 슬라이더를 즐겨던지는 편이며 우타자를 상대로 해서는 체인지업을 뿌리는 편이다. 제구력은 수준급이다. 이것에 더해 요미우리에 와서 투수코치 코우다의 지도로 슬로 커브를 장착했는데 올시즌 한국무대에서는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개인적으로 흥미롭다. 여담이지만 올시즌 번사이드가 등판하는 경기를 보러 가는 팬들은 번사이드가 투구시 내뱉는 특유의 신음소리(?)를 만끽할수 있을 것이다.
약점으로는 공이 가벼운 편이기에 코너웍이 되지 않는 공은 장타를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있다. 특히 우타자를 상대로 해서 장타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2008년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자면 포수가 아웃코스로 빠져앉아 있음에도 제구가 되지 않아 가운데로 몰려 큰것을 허용한 경기가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긁히는 날이면 무서운 투수가 바로 번사이드다.
2008년 번사이드가 선발로 등판했던 경기중 야쿠르트 스왈로즈전(8월 20일)을 보면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지는 슬로커브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데 얼마나 효과적인 구종인지를 실감할 정도다.
이날 경기는 특히 포심 패스트볼의 스피드 변화는 물론 변화구 제구력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며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었다.
개인적으로 올해부터 넓어질 좌우 스트라이크 존이 번사이드 입장에서는 상당한 도움이 될것으로 전망된다. 번사이드가 일본과는 또다른 한국타자들의 타격습성을 얼마나 빨리 습득하며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올시즌 성패가 좌우될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10승 정도는 충분히 기대해볼만한 투수라고 평가하고 싶다.
사진/ 요미우리 자이언츠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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