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국시리즈 직전 양팀의 기세싸움은 대단했다.
특히 감독들의 가시돋힌 설전과 신경전은 시리즈를 앞두고 연일 언론의 관심을 받았는데 당시 김성근 감독이 리오스의 투구폼을 문제삼자, 이에 질세라 두산 김경문 감독도 박재홍을 은근실쩍 꺼내면서 기싸움에서 맞불을 놨다.
당시 두산이 1,2차전을 가져올때만 해도 두산의 우승 가능성이 지배적이었지만 SK가 3차전을 9-1로 승리하며 분위기를 반전한 이후 6차전까지 내리 4연승을 거두며 팀은 물론 김성근 감독 개인으로도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2007년에 이어 올시즌 다시한번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
1차전에서 에이스 김광현을 내보내고도 5-2로 패한 SK는 2차전에서 1차전과 똑같은 스코어로 승리를 거두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선취점은 SK가 먼저 뽑았다. 1회말 이진영의 적시타와 두산 선발 김선우의 폭투로 2득점을 올리며 앞서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산은 4회초 김동주의 2루타와 홍성흔의 3루타 그리고 고영민의 희생타로 가볍게 동점을 만들며 이날 경기 역시 한치앞을 알수 없게 만들었다.
4회말 1사 1,2루 찬스를 놓친 SK는 5회말 두산 3루수 오재원의 실책과 박재상의 2루타로 1득점해 역전에 성공한다. 그리고 정재훈에 이어 7회에 등판한 임태훈이 김재현에게 투런홈런을 허용하며 사실상 2차전 승부를 결정짓게 만든다.
2차전, SK 승리 원인과 얻은 것
김성근 감독의 투수교체 타이밍이 결과적으로 모두 맞아 떨어졌다.
2차전 선발로 등판한 채병용은 4회까지 77개의 투구수(스트라이크 49개)을 기록했는데 예상보다 빠른 교체였다. SK 불펜의 힘을 믿었던 것도 있겠지만 이번 한국시리즈가 장기전으로 갈것이란 김성근 감독의 계산에서 나온 결과라고 보여진다. 플레이오프를 치루고 올라온 두산에 비해 경기감각이 떨이진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하며 컨디션을 점검함은 물론 이후 펼쳐질 경기에서 상황에 따라 투입시킬 투수를 저울질하는 의미도 있을거란 판단이다.
선발 채병용이 물러난 이후 등판한 정우람-윤길현-이승호-정대현은 나머지 5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이 4명의 투수들은 단 1개의 피안타도 허용하지 않았음은 물론 4사구 역시 고작 1개(정우람)만 허용했을 정도로 뛰어난 피칭을 보여줬다. 특히 윤길현은 2이닝동안 6타자를 상대하며 무안타(5탈삼진)로 호투했는데 23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그중 17개가 스트라이크 일 정도로 제구력이 일품이었다.
전체적으로 SK의 불펜 투수들은 좌우 코너 구석구석을 활용하는 핀 포인트 제구력이 상당히 돋보였는데 컨디션이 완전히 되살아 났다는 증거다.
'캐넌히터' 김재현의 활약도 빼놓을수 없다.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도 3차전 결승타-4차전 결승득점-5차전 결승타-6차전 쐐기 홈런을 쏘아올리며 MVP를 차지했던 그가 올해도 명불허전 그대로 변함없는 활약이 계속되고 있다. 비록 1차전에서 팀은 패했지만 홈런을 쳐내며 타격감을 찾더니 2차전에서도 7회말 두산의 임태훈으로부터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두산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지금과 같은 타격페이스를 유지한다면 2년연속 한국시리즈 MVP도 요원한 일은 아닐듯 싶다.
2차전, 두산 패배 원인과 잃은 것
큰 경기에서 수비실책은 한해농사를 망치게 하는 지름길이다.지난 1987년 삼성과 해태가 맞붙은 한국시리즈 당시 삼성의 우승을 의심했던 이는 거의 없었다. 팀 타율 3할이 말해주듯 엄청난 타력과 김시즌 권영호등이 버티고 있던 마운드도 당연히 해태보다는 삼성이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해태는 플레이오프에서 OB에게 혼줄이 나며 3승2패로 겨우 살아남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터라 삼성의 우승이 당연시 됐었다.
하지만 1차전 선발투수였던 김시진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수비진들의 어이없는 실책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중계플레이 미스 및 송구에러로 1차전을 3-5로 내준다. 이후 매경기 승부처마다 결정적인 수비실책을 범한 삼성은 힘한번 써보지 못하고 해태에게 4연패, 결국 준우승에 머물고 만다.
이번 2차전에서 두산이 경기를 어렵게 풀고 간것은 바로 수비에 있었다.
경기 초반 3루수 김동주의 어이없는 송구미스로 1루수 오재원과 포지션을 바꿨지만 이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재원은 내야 어디를 갖다놔도 수비력은 발군인 선수다. 하지만 추운 날씨 때문이었을까.
5회말 역전의 빌미가 된 수비실책은 2차전 패배의 결정타였다. 일반적으로 3루수는 좌우 보다는 앞뒤로 스텝을 밟아야 하는 일이 잣다. 그렇기 때문에 빗맞은 공을 데쉬하면서 처리를 할것인지 아니면 한박자 늦춘 상태에서 바운드를 맞춰야 하는지 순간 판단력이 요구되는 포지션이다. 아무리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일지라도 1루수비와는 다를수밖에 없다. 급작스럽게 포지션 변동이 있었기 때문에 감각적인 문제로 인한 실책이었다고 본다. 가벼운 어깨통증이 있어 김동주를 1루로 보낼수 밖에 없었다고 감독은 밝혔지만 어찌됐던 적지에서 내심 2연승을 노리던 두산입장에서는 실책에 발목을 잡힌 아쉬운 경기였다.
우려되는 것은 임태훈이다. 작년 한국시리즈 당시 김재현에게 홈런을 얻어맞은 적이 있는 그가 이번 2차전에서 또다시 홈런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임태훈은 차세대 두산마운드를 이끌어갈 선수다.
묵직한 공에 두둑한 배짱까지 갖춘 그가 이 홈런으로 인해 자신감이 상실될까 우려된다.
이번 한국시리즈의 분수령은 3차전이 될것으로 보인다. 두산 불펜투수들의 구위가 플레이오프때보다는 확실히 떨어져 보이기 때문이다. 3차전 선발로 내정된 이혜천의 임무가 그래서 더욱 막중해졌다.
사진/ 한국야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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