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한해 마지막 야구 시상식인 골든글러브에 관심이 없다.
이것은 올해뿐만 아니라 아주 오래된 일이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관심이 없어진 이유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하지만 지엽적인 부분을 빼고 몇가지를 추려 본다면 첫째는 “골든글러브”라는 이름 자체가 주는 거부감, 둘째는 가면 갈수록 인기투표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는 기자들의 그 어이없는 자질문제다. 여기서 말하는 ‘자질’은 정형화 된 그리고 일률적인 기록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초창기때만 해도 140km대 초반의 포심 패스트볼을 뿌리는 투수를 강속구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140km대 초반의 구속으론 강속구 투수에 명함도 못내민다. 이것은 곧 한국프로야구가 그만큼 발전을 해왔다는 증거인데, 어떻게 된것이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것이 없다.


‘골든글러브’란 명칭을 겉으로만 보면 ‘골든방망이’가 아니기에 한해동안 각 포지션에서 수비를 가장 잘하는 선수가 받는 상이여야 한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에서 골든글러브는 수비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오로지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가 받는 상으로 인식의 고착화가 된지 오래다. 이것을 굳이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시상식 명칭만큼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또한 갈수록 인기투표가 돼 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올해 지명타자 부문 수상자는 홍성흔(롯데)이 차지했다. 홍성흔 개인으로서는 4년연속 수상이며 이것은 지명타자로만 국한 할시 역대 최고 기록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올해 지명타자 부문 수상자는 김동주(두산)가 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상식에서 홍성흔이 받은 표가 무려 223표, 김동주는 고작(?) 61표다. 박빙의 표차이라도 이해할까 말까 하는데 이 정도라면 검찰 수사를 요청해야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올해 김동주는 120경기에 출전해 타율 .286 홈런17 타점75, 출루율 .393 장타율 .475 OPS .869를 기록했다. 반면 홍성흔은 132경기에서 타율 .306 홈런6개 타점67, 출루율 .376 장타율 .403 OPS .779에 불과하다.


2년전 미국의 ESPN이 메이저리거 99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적이 있다.

당시 설문조사 내용중 ‘가장 과대평가를 받고 있는 야구통계 자료가 있다면?’ 이란 질문에 23가지 답변이 나왔지만 그중 가장 많은 16%가 “타율”이라고 언급했다. 그 이유는 단타를 많이 쳐 타율이 높아봐야 영양가가 없다. 는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번 홍성흔의 지명타자 부문 수상은 3할 타율이 지닌 상징성에 기인한 측면이 컸다고 본다.
에버리지에 대한 값어치를 유달리 강조하는 일본프로야구도 이제 이러한 마인드에서 벗어나고 있다. 다른 포지션도 아니고 지명타자는 홈런과 타점 그리고 장타율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포지션이다. 그 어떤 것을 대입하더라도 야구에서 홈런이 지닌 값어치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수 없기 때문이다.


한점을 얻기 위해 안타 하나와 번트, 그리고 그속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작전 등 한마디로 벤치의 머리싸움이 피를 말리지만 홈런은 최소 1점을 보장하는 가장 편하고 손쉬운 득점 방법이다. 타율이 낮더라도 홈런을 더 많이 쳐낸 선수가 더 값어치가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인기투표가 된지 오래라고 느낀 것도 이때문이다.
물론 야구선수는 인기가 많은게 좋지만 가장 공정해야 할 시상식에서까지 인기가 영향을 미친다면(기록이 박빙이라면 프리미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없애버리는게 좋다 라는 생각이다.


또 한가지 문제점을 이야기 하자면 우리나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투표인단이 너무나 많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골든글러브 투표인단 수는 무려 400명이다. 투표행위를 한 사람을 ‘야구전문기자’라고 하는데 이말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야구전문기자가 400명이나 될리가 없으니 차라리 투표행위를 한 사람을 ‘야구계 종사자’라고 부르는게 더 낫다.

무슨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함에 있어 사진기자를 껴넣고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아나운서까지 포함해 놓으니 솔직히 난장판이다. 이렇게 해놓고 이게 공정하다고 할수 있나? 오랫동안 사회부에서 근무했던 기자를 드닷없이 ‘너 야구부로 가’ 하면 그게 야구전문기자가 되는가? 미쳐도 단단히 미친 행위들을 꺼리낌 없이 하고 있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언론에 대한 불신은 언론 스스로가 낳고 또한 재생산 하고 있다.

의식 있는 야구팬들이라면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시상식의 문제점을 알고도 침묵하는 경우가 많은데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이럴것이란 점이다. 누가 골든글러브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더라도 여기에 대한 고민을 한번이라도 했봤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의 골든글러브 시상식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또한 관심조차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칠수 없었던 건 불신이 불신을 낳는 모순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 때문이다.





사진/ KBS 화면 캡처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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