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선의 선봉을 맡고 있는 팀의 1번타자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누구에게나 있다.
선두타자가 갖추어야할 출루능력과 정교한 타격 그리고 빠른발까지 갖춘 선수를 그동안 우리는 적합한 그리고 전통적인 1번타자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현대야구에서 1번타자에 대한 개념이 점차 바뀌는 추세다.야구에서 득점을 올리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은 홈런이다.
야수들의 방해를 전혀 받지 않는 이 홈런이야 말로 최소 1득점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장타력을 가지고 있었던 리드오프 이종범. 사진/이종범 팬카페]
특별한 작전이나,번트 그리고 4사구 없이 1점을 얻기 위해 필요한 안타수는 최소 2개(진루타 포함)다. 만약 2루타 혹은 3루타가 터지지 않고 단타로만 득점을 올린다고 가정한다면 연속 3안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사실 홈런을 제외한 안타는 야구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감안할때 상당한 운도 필요한 것이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의 정면으로 가는 경우,좌중 혹은 우중간을 가를듯한 타구가 상대의 호수비로 잡히는 상황도 있으며 양사이드 라인을(페어) 불과 1-3cm 차이로 인해 2루타성 타구가 파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배트컨트롤과 손목 활용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타자라 할지라도 cm 단위의 그 미세한 차이까지 계산해 내며 자신이 친 타구의 방향을 가늠할수 있는 타자는 지구상에 없다.
하지만 홈런은 이러한 고민 그리고 운을 따질 필요가 없는 완전 무결한 안타이며 이것이 터졌을때는 최소 1점에서 4점까지 고스란히 타자몫이 되며 또한 팀 득점이 된다.
지금 메이저리그는 리드오프의 개념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추세다.이게 인위적인 방향의 흐름인지 아니면 그만큼 장타력까지 보유한 발빠른 선수들의 출현이 잦아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한가지 확실한 것은 4번타자같은 1번타자를 보유한 팀들은 대부분 성적이 좋았다는 것도 그 이유중 하나일지 모른다.
다른팀이라면 중심타선에 설 선수들이 1번타자를 맡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팀 타선이 좋다는 반증일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래디 사이즈모어(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알폰소 소리아노(시카고 컵스) 헨리 라미레스(플로리다 마린스)가 대표적으로 4번타자 같은 1번타자들이다. 일본에서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다카하시 요시노부가 작년시즌 1번타자를 주로 맡으면서 팀내 최다이자 리그 2위인 35개의 홈런을 기록한바 있다.
그럼 국내프로야구 상황은 어떨까.
냉정히 평가하자면 이종범(KIA 타이거즈)이후,아니 그가 출현하기 이전까지 살펴봐도 장타력까지 갖춘 1번타자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솔직히 현재의 국내야구 정황상 이러한 잣대를 국내야구에 적용한다는 것도 조금은 우스운 일이다.
한시즌 팀에서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한두명에 불과할 정도인데 설사 장타력까지 갖춘 1번타자가 출현한다 해도 그 선수를 리드오프로 맡길 국내팀은 없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물론 장타력이란 것이 꼭 홈런에 국한해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수비의 방해와 운적인 요소를 모두 감안할때 완전 무결한 득점방법은 홈런 밖에 없다. 장타력을 보유한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리드오프 선수들을 살펴보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리드오프인 그래디 사이즈모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이 젊은 리드오프의 장타력을 감안하면 솔직히 1번을 맡기엔 아까운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팀에 트래비스 해프너와 빅터 마르티네스가 중심타선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것을 감안한다면 최적화된 리드오프라고도 볼수 있다. 물론 그의 젊은 나이와 미래를 생각할때 언제까지 그가 지금의 타순에서 활약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흔히들 사이즈모어를 5툴 플레이어라고들 하지만 잘 생긴 외모와 현지 여성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감안하면 5툴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작년시즌 그는 24개의 홈런과 34개의 2루타를 기록했다. 아직 젊기에 훗날 그의 타순 그리고 어느정도 더 성장할것인지도 관심거리인 선수다. 클리블랜드는 작년시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쉽 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알폰소 소리아노는 뉴욕 양키스-텍사스 레인절스-워싱턴 내셔널스를 거쳐 작년시즌부터 시카고 컵스에서 활약하고 있다.이미 30-30을 3번이나 기록한바 있으며 40-40(2006년)마저도 달성했었다.
크지 않은 등치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배트를 사용하는 선수로도 유명하고 빠른발 그리고 장타력까지 보유한 최고의 선수중 한명이다. 1996년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 카프에서도 뛴 경력이 있어서 올시즌 팀에 입단한 후쿠도메의 리그적응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100년만에 팀 우승을 위해 팀의 선봉을 다시 맡을 전망이다.작년시즌 그는 33개홈런과 42개의 2루타를 기록했으며 팀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를 차지했다.
헨리 라미레스는 2005시즌이후 플로리다가 조쉬 베켓과 마이크 로웰을 보스턴 레드삭스로 보내고 받아온 선수다.하지만 그는 2006년 내셔널리그 신인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작년시즌에는 29홈런 51도루를 기록할 만큼 공수주 3박자를 완벽하게 갖춘 선수중 한명이다.수준높은 유격 수비와 빠른발 그리고 .330이 넘는 타율과 높은 장타력까지 겸비한 그의 1번타자 역활은 완벽하지만,구단의 마인드(선수 팔아먹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팀에서 언제까지 뛸지도 가늠하기가 힘들다. 작년까지 팀의 4번타자를 맡았던 미구엘 카브레라 마저 디트로이트로 떠나 버린 상황에서 댄 어글라, 제레미 허미다와 함께 올시즌 플로리다 타선을 이끌 전망이다.
[플로리다 마린스의 헨리 라미레스]
이밖에 작년시즌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하며 팀을 디비전시리즈까지 이끈 필라델피아의 지미 롤린스(30홈런-41도루) 역시 장타력을 갖춘 리드오프이며 크리스 영(애리조나)은 극악의 타율인 .237에도 불구하고 32개의 홈런을 쳐내 팀을 내셔널리그 챔피언쉽 시리즈까지 이끌었다.
혹자들중 스즈키 이치로가 보여준 높은 타율(2007시즌 .351)과 빠른발(37도루)을 생각해 내며 그를 최고의 리드오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치로는 작년시즌 .351의 고타율에도 불구하고 4할이 되지 않은 출루율(.396)을 기록했으며 홈런은 고작(?)6개에 불과했다. 아주 보편적이며 정석적인 리드오프의 개념에서 야구를 생각 하자면 훌륭한 성적이다. 그를 폄하 하자는게 아니다.하지만 글머리 처음에서도 언급했다 시피 작전없이 단타로만 1득점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 3안타 이상이 필요하다. 즉 이치로의 낮은 장타력과 또한 고타율에도 불구하고 4할에 못미치는 출루율을 생각하면 오늘 언급한 위의 타자들과 비교했을때 그를 최고의 1번타자라고 불리우기엔 분명 석연치 않다.
4번타자와 같은 리드오프를 보유한 팀은 강해질수 밖에 없다. 야구가 1득점을 올리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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