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장소를 도쿄돔으로 옮긴 일본시리즈 3차전에서 니혼햄 파이터스를 7-4로 물리치고 시리즈 전적 2승1패의 우위를 점했다.

`아시아의 대포' 이승엽이 홈런포를 쏘아올린 경기라서 그 의미가 깊었던 것은 물론 하라 감독의 타순고민까지 해결해준 한방이기도 했다.

경기초반은 양팀의 홈런쇼가 불을 뿜었다. 니혼햄은 1회초 2사에서 3번타자 이나바 아츠노리가 솔로홈런으로 선취점을 뽑았다. 삿포로 2차전 홈런에 이은 2경기 연속홈런. 니혼햄은 2회초에도 코야노 에이치의 솔로홈런이 터지며 단숨에 2-0 리드를 잡는다. 하지만 장타력 하면 일본최고 구단이라고 자부하는 요미우리가 니혼햄의 홈런행진을 지켜만 볼리 만무했다. 곧바로 이어진 2회말 공격에서 이날 6번 1루수로 선발출전한 이승엽이 1사후 우측 외야 광고판 아래를 때리는 큼지막한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한점을 추격했다. 이승엽의 이 홈런은 치바 롯데 시절 일본시리즈에서 기록한 이후 4년만의 손맛이다.

분위기를 요미우리 쪽으로 돌리는데도 한몫을 한 이 홈런은 바늘가는데 실이 안따라갈수 없다는듯 아베 신노스케의 홈런이 곧이어 터지면서 단숨에 2-2 동점을 만든다. `백투백' 홈런. 한번 불이 붙기 시작한 요미우리 홈런포는 3회말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마저 솔로홈런을 쳐내며 3-2 역전에 성공한다. `미스터 풀스윙' 이란 별명답게 컨택트 지점에서 타격동작이 완전히 무너지면서도 무지막지한 풀스윙이 만들어낸 한방이었다. 연이은 홈런포를 보면서 자신의 본래 임무를 잊어버렸던 것일까? 올시즌 도루 4위(31개)에 랭크된 니혼햄의 리드오프 타나카 켄스케도 5회초 솔로홈런을 쳐내며 3-3 동점을 만들었다. 이때까지 양팀의 득점은 모두 솔로홈런으로만 얻어낸것.

하지만 쫓아가면 도망가고 도망가면 쫓아오던 양팀의 경기상황은 5회말 오가사와라의 2타점 2루타로 요미우리가 5-3 재역전에 성공한다. 8회초 니혼햄은 요미우리의 실책과 미스플레이에 힘입어 한점을 추격한다.
요미우리 양날개 불펜진인 오치 다이스케에 이어 등판한 좌완 야마구치 테츠야가 타나카에게 히트바이 피치드볼을 허용한후 견제구마저 악송구를 범하며 단숨에 무사 2루 상황을 초래했다. 다음타자는 이토이 요시오. 하지만 나시다 감독은 삿포로 1,2차전에서 2번타순을 맡았던 모리모토 히쵸리를 대타로 기용한다.
모리모토는 유격수 내야땅볼을 치지만 유격수 사카모토의 5cm 긴 송구를 이승엽이 놓치면서 2루주자 타나카가 홈을 밟는다. 공식기록은 이승엽 실책. 단숨에 한점차까지 추격당한  야마구치는 다음타자 이나바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를 스스로 자초하며 심장을 오글라 들게 만들었다. 무사 1,2루 상황.

하지만 야마구치는 4번타자 타카하시 신지를 병살타로 돌려세운 후 2사 3루에서 터멀 슬래지마저 땅볼로 잡아내며 스스로 만든 위기를 종료시킨다. 마크 크룬의 롤러코스터 같은 피칭을 감안할때 1점 리드는 결코 안심할수 없는 상황이라는걸 알고 있다는듯 요미우리는 곧바로 이어진 8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 아베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면서 이날 경기의 쐐기를 박아버렸다.
이날 요미우리 선발로 등판한 위르핀 오비스포는 6이닝동안 4피안(피홈런 3개)을 허용하며 행운의 승리투수가 됐고 니혼햄 선발 이토카즈 케이사쿠는 팀 타선이 초반에 벌어놓은 점수를 지켜내지 못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요미우리 승리는 팀 창단 75년만에 일본시리즈에서만 통산 100승을 달성한 의미있는 날이기도 했다.



이승엽 홈런포, 요미우리 추격의 시발점 역할

경기후 하라 감독도 말했지만 요미우리는 홈런 대결에서 질수가 없었다. 경기 초반 이토카즈는 뜻밖의 호투를 선보이며 요미우리 중심타선인 오가사와라-라미레즈-카메이를 잡아냈는데 요미우리에는 이 중심타순이 지나면 또다시 홈런타자들이 대기한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했을 것이다. 그 첫 대포는 이승엽이 터뜨렸다.
이승엽은 2회말 5번타자 카메이가 죽자 자신이 4차전부터는 그 타순에 들어가야 한다는것을 시위라도 하듯 이토카즈의 2구째 가운데 조금 높은공을 그대로 잡아당겨 우측 외야석 광고판 바로 아래에 떨어지는 대형홈런를 쏘아올렸다. 홈런 그 자체만 놓고 보면 클래스가 남다른 타구였다.

일본시리즈가 열리기전, 윤석구의 야구세상에서 이승엽의 타격동작이 올시즌 한참 좋았을때와 흡사할정도로 비슷해졌다며 칭찬했던 그 스윙이 나온것이다. 예전에는 스트라이드시 앞다리를 리프트(lift)할때 그 탑 지점이 자신의 밸트 높이까지 들어올려졌는데 지금은 그 높이의 거의 반 정도까지 낮아졌다. 이렇게 되면 스트라이드 착지점이 빨라져 시간적으로 공을 오래볼수 있는 여건이 가능해진다. 이와 더불어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위치도 파워포지션에서 미리 귀위까지 잡아당겼다가 나오게돼 폭발력 있는 스윙을 함에 있어서 부담이 없게 된다. 리프트 탑(lift top)지점은 낮아졌지만 그립위치는 한참 홈런포를 쳐낼때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바로 그 자세에서 이날 대형 홈런포가 터진것이다.

사실 경기가 열리기전까지만 해도 지명타자제가 아닌 이번 도쿄돔 3차전에서 이승엽의 선발출전은 불투명해 보였다. 타니 요시토모가 외야수로 들어가 라미레즈-마츠모토와 함께 외야라인을 형성해 3루 오가사와라, 그리고 카메이를 1루수로 기용할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뜻밖에도(필자는 좌완 야기 토모야를 예상했다) 이날 니혼햄 선발이 우완 이토카즈가 나서는 바람에 이승엽은 선발로 경기에 나설수 있었고 4승짜리 이토카즈 정도는 이승엽이 홈런을 쳐내기에 안성맞춤이란 것을 확인만 시켜준 꼴이 되고 말았다. 이승엽은 투수와 볼카운트 싸움을 오래하면 안타를 쳐낼 확률이 떨어진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공이 오면 초구라도 스윙을 한다는 자세로 남은 시리즈에 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치열한 홈런 공방전, 그러나 결국 적시타가 승부를 갈랐다.

경기초반까지 양팀이 얻은 점수는 모두 홈런으로부터 나온것이다. 하지만 홈런이란 것이 그렇게 자주 나오는것이 아니다. 결국 타선의 집중력이 언젠가는 터져줘야 쫓아오는 팀의 맥을 끊어버릴수 있는데 그걸 5회말 오가사와라와 8회말 아베가 해냈다. 이 두선수는 이날 경기에서 똑같이 3타점씩을 쓸어담으며 올시즌 30홈런 타자의 위용을 니혼햄에게 과시했다.

반면 니혼햄은 특유의 집중력 있는 경기를 하지 못했다. 홈런을 제외하고 8회초 얻은 점수도 상대 실책 덕분이었으며 무사 1,2루의 황금찬스를 병살타와 범타로 날려버린것도 8회말 아베의 쐐기타점을 불러들인 단초를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에서 니혼햄의 중심타자들인 4번 타카하시와 5번 슬래지가 각각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찬스를 살려내지 못한 것이 패배의 직격탄이었다.

니혼햄의 나시다 감독은 멍청한건가 아니면 뚝심인가

이번 일본시리즈는 선발 예고제가 아니다. 경기 시작 30분전에 선발투수와 타자라인업을 발표하는데 지금까지 3차전을 오는동안 니혼햄은 단 한번도 요미우리를 혼란스럽게 하지 못했다.
다르빗슈의 출전이 어렵다는 예측으로 인해 1차전은 좌완 타케다 마사루는 정상적인 선발투입이라고 할수 있지만 2차전에서 요미우리는 다르빗슈의 출전을 예상이라도 한듯 그에 맞는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특히 이번 3차전 선발투수는 좌완 야기 토모야로 예상했던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하라 감독이 `플래툰'의 신봉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야기가 선발로 등판할시 이승엽은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되는게 수순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이날 3차전은 우완 투수 이토카즈가 선발로 등판했고 하라는 이토카즈가 나올것이란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듯 좌타자 이승엽을 선발타순에 집어넣었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는 하라의 완승이다. 또한 이날 8회말 요미우리 공격 당시 나시다 감독의 투수기용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승엽 타석때 니혼햄 투수는 좌완 미야니시였다. 이때 하라는 좌투수 상대로 우타자 타니를 대타로 내세웠고 니혼햄은 곧바로 우완 사이드암인 에지리 산타로로 투수를 교체했다. 하지만 에지리는 우타자 타니를 볼넷으로 걸러보내고 좌타자 아베를 상대해 2타점을 얻어맞으며 쐐기점수를 허용했다. 정상적인 상식이라면 우투수 에지리는 타니를 상대로 해서는 어떻게든 틀어막았어야 했다.

그리고 볼넷으로 허용한 후 좌타자 아베를 상대로해서는 투수를 교체하는게 바람직했다. 이날 홈런을 쳐내며 타격상승세를 보였던 아베, 더군다나 상대투수는 좌타자 아베가 오랫동안 공을 지켜보면서 타격할수 있는 우완 사이드암 투수. 도무지 이해할수 없는 투수기용이다. 이건 결과론적인 것을 떠나 에지리를 내보내 우타자 타니 대신 좌타자 아베를 상대하게 했다는그 자체가 이해할수 없는 부분이다. 나시다 감독도 연구대상인가?


4차전 전망

이번 일본시리즈동안 니혼햄 선발투수를 예측한다는 건 로또복권 6개 번호를 맞추는것보다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그래도 예상은 해야하기에 개인적으로 야기 토모야(좌완)가 나올 확률이 크다고 본다.

한국의 꽃범호와 비슷한 핸섬가이 야기를 기다리다 필자도 지쳐버렸다. 솔직히 야기 빼놓고 나올 투수도 없다. 투수 로테이션상 5차전은 1차전 선발이었던 타케다 마사루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제 남은 투수는 정말로 야기 밖에 없다.(이것 마저 예측이 빗나가 버린다면 앞으로 남은 경기 리뷰 안쓴다)

요미우리는 좌완 타카하시 히사노리가 나올것으로 전망된다. 원래 오비스포가 4차전에 나올것으로 예상했지만 앞으로 당겨놓은 투수 로테이션일뿐이다. 세스 그레이싱어가 있었다면 그의 자리가 될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그레이싱어는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닌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내일 니혼햄 선발투수로 야기가 예상처럼 등판한다면 이승엽은 선발로 출전할수 있을까?
오늘 홈런도 쳤는데 말이다. 필자도 모르겠다. 플래툰에 걸신들린 하라 감독의 스타일상 야기가 물러난 경기 중후반쯤 대타로 나올 가능성도 배재할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4차전에서 요미우리가 승리를 거둔다면 사실상 올시즌 일본시리즈는 요미우리 우승으로 결판이 날듯 보인다. 2차전 선발투수로 나왔던 다르빗슈가 남은 경기에서 등판하지 않는다는 일본언론의 보도가 상당한 신빙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햄 입장에서는 반드시 잡아야할 4차전이다.


사진/ sanspo.com & 연합뉴스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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