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강팀으로 인정받으려면 주전이 강해야 한다. 이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강팀을 유지 하려면 백업이 강해야 한다.
롯데와의 광주 2연전에서 모두 패하며 사실상 올 시즌 4강 진출이 좌절된 KIA 타이거즈 야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주전과 비주전간의 실력차이에서 오는 갭을 메우지 못한 것이 올 한해 농사를 망친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애정을 표할때 나타나는 부류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상대하게 될 팀을 어떻게 요리할까에 대한 믿음, 두번째는 오늘 경기에서의 타순을 예상하는 일이다.
전자는 분명히 상위권에 올라 있는 팀을 응원하는 팬이며, 후자는 4강이 힘들어 보이는 팀을 응원하는 팬이다. 왜 이렇게 단정짓느냐면, 상위권 팀은 주전과 백업의 레벨 차이가 그렇게 도드라 보이지 않기에 설사 주전선수 한명이 부상으로 이탈해 있더라도 무사안일적인 마인드의 고착화 때문이며 후자는 백업선수가 1군에 올라왔는데 과연 몇번타순에 배치될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지금 어느수준에 있느냐를 복잡하지 않게 알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삼성 라이온스가 전자라면 후자는 분명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올 시즌 KIA 타이거즈다.
강팀으로 가는 초석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욕을 먹더라도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근시안적인 팀 운영으로 당장의 성적에 급급해 하는게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KIA는 준비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급작스런 우승의 열매를 따먹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열매는 종자씨가 없는 순간의 달콤함에 지나지 않았다.
단 1년만에 팀 성적이 급락한 KIA 타이거즈. 과연 문제는 어디에 있었을까?
일본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인 노무라 카츠야(전 라쿠텐 감독)는 수많은 명언을 남긴 지도자로도 유명하다. 그중 “아무리 강한팀이라도 팀타율 3할은 불가능하다. 나머지 7할은 범타다. 7할의 멈타를 잘 활용해야 3할 타율의 귀중한 역할을 수행할수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 노무라 감독 하면 ID 야구(Important data)의 원조 그리고 거장으로 손꼽는다. 그럼 여기에서 말하는 ID는 뭘까? 우리가 흔히 데이타 야구라고 하면 정형화된 통계, 그리고 일률적인 상대 혹은 자신의 팀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해 보다 확률높은 야구를 추구하는데 있다. 하지만 노무라의 데이타 야구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노무라의 ID란 중요정보란 뜻을 의미한다. 단순히 컴퓨터에 정리돼 있는 정보가 아니라 현장에서 상태팀과의 경기에서 습득할수 있는 현장정보를 일컫는다.
즉 현장에서 벌어지는 아주 소소한 것들(단순히 치부하고 넘어가는 것들 포함)까지 포함해 그걸 어떻게 얻어서 인용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방법론인 것이다. 이것은 소위 세이버 매트릭스에서 말하는 통계적 데이타와는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SK 김성근 감독이 경기중 벌어지는 어떠한 상황에 따라 메모하는 하는 것은 정형화된 데이타의 틀에서 한단계 더 진일보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통계에 대한 것들을 뛰어넘는 인식의 융통성을 발휘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행위라고도 볼수 있다.
필자가 왜 KIA에 대한 글을 쓰며 김성근과 노무라를 언급했냐면, 흔히 조범현 하면 데이타 야구라고 인식하고 있는(그게 데이타면 MB의 철학은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다) 팬들이 상당수라는 점에 반기를 들고 싶기 때문이다. 정형화된 데이타는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예를 몇가지 들어 보자. 팀의 4번타자 최희섭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난해 부활했다. 하지만 올 시즌 그는 한단계 더 진일보해질거란 기대를 외면하고 후반기 들어 부진의 연속이었다. 그의 부진은 팀 추락의 바로미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그의 부진은 어디에서 기반했던 것일까? 선수 스스로의 문제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임기응변의 대처 능력의 미숙이 부진의 첫번째 원인이었고 그걸 보면서도 변화시키지 못한 감독 이하 코칭스탭들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최희섭은 타자 자신에게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여타의 볼카운트에서 취하는 타격자세를 버리는 타격을 한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그의 타격동작은 Tapping style of batting(앞발의 스텝이 없는)을 취한다. 태핑 타법은 장점 못지 않게 단점도 존재한다. 보편적으로 타격시 앞다리를 지면에서 이격시키지 않는(노 스트라이드) 최희섭의 이러한 타격은 배팅 타이밍을 잡기가 굉장히 어렵다. 타격은 투수와 리듬감 싸움에서부터가 그 시발점이며 그 리듬감은 곧 타이밍과 직결된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희섭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이 태핑타법으로도 장타가 곧잘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단 1년만에 완전히 망해 버렸다.
이젠 상대 투수들이 2스트라이크 이후 최희섭의 타격자세를 미리 알고 있어 패스트볼 계열의 공으로 공략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희섭이 2 스트라이크 이후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처하지 못한 것은 선수 스스로도 문제가 있지만 이러한 것을 보며 데이타적인 것들로 역이용하지 못한 지도자의 잘못도 크다고 본다. 아마 최희섭 스스로도 왜 그러는지 잘 모를것이다.
김선빈도 있다. 지나치게 밀어치라는 감독의 주문은 선수의 타격개성을 실종하게 했으며 그렇다 보니 심지어는 인코스에 오는 공도 의식적으로 밀어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개인적으로 팀 배팅은 감독이 주문하는 것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도 크지만, 마음놓고 풀스윙을 하는게 야구가 지닌 본질성에 더 부합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경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왜 소중한 아웃카운트 하나를 버리면서까지 우측으로 타구를 보내려고 의식적으로 밀어치는 것인지(이게 성공하면 팀 배팅을 했다고 칭찬하는 문화도 사라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도무지 이해할수 없다.
이것은 김선빈이 밀어쳤을때 안타를 생산할 확률이 더 높았다는 데이타의 단순함을 넘어, 어린 선수가 훗날 어떠한 타자로 성장할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 덧붙여 선수자신에게 맡기는 야구가 근시안적인 데이타가 아닌 그 데이타 속에 있는 것을 이용함에 있어서 부족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역시절 노무라는 특정 타자의 스탠스 위치를 보고 볼배합을 해 번번히 범타로 솎아낸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타자가 나오면 안타를 허용하는 경우가 잦아 고민이 쌓여만 갔다. 며칠 밤낮을 고민한 끝에 얻어낸 결론은 그 타자가 포수 노무라의 볼배합을 역이용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가령 오픈 스탠스의 떡밥을 미리 던져놓고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휘어져 가는 슬라이더를 던지게끔 상대 배터리에게 유도한 후, 실제로 스텝을 내딛을땐 배터박스와 가깝게 클로즈 스탠스를 취하며 스윙을 가져갔던 것이다. 분명 데이타 상으로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빠져 나가는 슬라이더를 던지면 어이없는 공에도 쉽게 배트가 나온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상대타자는 어느 순간부터 미리 알고 대처한게 성공한 것이다. 그 데이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융통성이 없는, 즉 죽은 데이타가 됐던 셈이다.
올해 필자가 지켜본 조범현 감독의 데이타 야구는 이러한 예처럼 융통성이 부족한 야구였다. 죽은 데이타를 고수했다는 뜻이다. 이것 이외에도 더 언급할 것들이 무궁무궁하지만(실제로 이것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들이 한두개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다 언급하면 겨울에 쓸글이 없어지기에) 이부분은 다음 시간에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다.
지난해 KIA가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조범현 감독의 경질은 불가피했다. 실제로 작년 이맘쯤 기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진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의 폭발력은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돌아왔고 그것은 곧 전력보강 없이 올 시즌을 맞이한 치명적 결합으로 되돌아 왔다.
정치에서 코드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여론을 듣는 유연성의 부족, 그 부족은 지나친 자신감의 발로를 촉발시키는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구사하기가 힘들어진다는데 있다. 물론 도미솔이 C코드가 되는 음악에서의 코드는 불협화음 없이 원활한 음을 내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코드 인사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정치와 야구에서만큼은 코드 인사가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더군다나 능력이 없는 코드인사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포수 김상훈의 백업요원으로 현역생활을 했던 김지훈 배터리 코치가 1군에 있는 이유(정식으로 지도자 연수를 떠난 사람도 아니다)와, 현역에서 은퇴한 다음시즌에 타격코치를 하고 있는 최경환(지금은 2군에 있다)이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배터리와 타격코치를 한다는게 상식으로 이해가 안가는 구단이다. 물론 이 사람들은 코드와는 별로 연관성은 없다. 하지만 비판의 눈초리를 이들로 인해 방패막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정도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은 알수 없는 것이기에 조심스럽지만 그러고도 남음이 있는 분이 한분 있어서 KIA의 미래가 매우 걱정된다.
지난해부터 장성호를 전력 외로 분류하고서도 올 시즌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게 KIA다.
나지완이 그 몫을 대신해 주겠지 하는 것도 자만심에서 왔던것. 정말로 장성호가 꼭 필요한 존재였다면 그리고 그렇게 자만할 정도로 이팀의 기본 바탕이 튼실했었다면 올해와 같은 성적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동계훈련을 가지 못한 장성호의 부진은 어느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일전에 필자가 한화에 가면 잘할것이라고 분석한적이 있는데, 그 분석은 올 겨울 충실한 훈련을 소화한 이후인 내년시즌에 가서 평가해도 늦지 않을거라고 자신있게 주장하고 싶다.
만약 야구가 7회까지만 하는 스포츠였다면 올해 KIA의 운명도 뒤바뀌었을 것이다.
불펜 투수들의 그 엄청난 블론세이브와 역전패는 투수들의 잘못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 1차적인 원인제공은 터지지 않은 타선으로 인해 매일 같이 피가 말리는 승부가 잦았던 것이 더 컸다. 투수교체 타이밍은 결과론적인 비판과 칭찬이 공존하기에 논외로 쳐도, 결국 올 시즌 KIA 야구의 내리막은 팀 타선의 부진이 모든걸 대변해 줬다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시시때때로 일본인 타격인스트럭터를 고용했던 것도 자신들의 무능력을 스스로 인정한것밖에 되지 않는다. 스스로의 얼굴에 침을 뱉어놓고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것도 누구와 닮은것 같아 씁쓸할 정도다.
과거, 에이스 김진우를 축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구상했다가 배신당해 목이 날아간 감독이 3명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난해 우승이란 믿음에 도취돼 배신당한 팀이 돼 버렸다. 근본적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개인적으로 주전과 비주전간의 실력차이에서 온 부분이 컸다고 생각한다. 더 큰 문제는 2군에서 1군 선수들을 밀어낼 선수가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누가 초래했을까?
리빌딩이 아닌 이노베이션(innovation)이 더 시급한 지금의 KIA 타이거즈다.
사진/ KIA 타이거즈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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