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몰락, 그리고 희망

Korea Baseball 2010/09/24 10:43 Posted by 윤석구


지난해 12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V10을 이룩했던 KIA 타이거즈.

2009년은 시즌 직전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의 선전으로 인해 새로운 야구팬들의 증가, 덕분에 어느해보다 관심과 이목이 그라운드에 집중됐던 한해였다.


야구장은 새로운 여성팬들이 주 고객이 됐고 야구초보 팬들 역시 지난해 좋은 성적을 냈던 팀을 응원팀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KIA의 우승을 지켜본 신입팬들 역시 야구가 지닌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이제 야구를 볼줄 아는 수준에 이른 팬들 역시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컸을 것이다.
하지만 KIA는 단 1년만에 몰락했다.


그것은 준비되지 않은 우승이 낳은 실패였지만 어떻게 보면 올 시즌의 실패가 장기적으로 팀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선 꽤 희망적이다.
지난해 오프시즌엔 특별한 전력보강이 없었지만 내년엔 확실한 전력보강이 있다. 그리고 새롭게 선보일 신흥타자들의 합류는 어쩌면 다시한번 팀이 재도약하는 중심축이 될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끝난 시즌에 대한 비판보다 희망을 논하는게 현 시점에선 바람직한 일이라 판단 돼 이것과 관련된 시간을 마련했다.



17억팔 황금듀오, 한기주 김진우의 합류


팔꿈치 수술을 마치고 내년시즌 팀에 복귀하는 한기주. 그의 복귀는 불펜이 아닌 선발이란 점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수 없다. 야구에서 특히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한국야구는 선발투수들의 중요성은 팀 전력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나온말이 ‘선발투수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다.


꼭 KIA가 아니더라도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시즌전 예상했던 선발 로테이션이 시즌 끝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100%) 없다. 이건 프로야구가 태동한 이후 절대진리와 같은 관습이나 다름없는 패턴이었다.왜냐하면 꼭 부상선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며 경우에 따라선 불펜진들의 난조와 부상선수 속출로 인해 보직이 변경되는 상황이 언제나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기주의 선발 복귀는 선수 개인이나 팀 입장에서도 매우 환영할만 하다. 한기주는 프로에 와서 제대로된 몸상태로 뛰어본 적이 없는 투수다. 불펜과 마무리로써 매우 훌륭한 성적을 보여줬던 시즌에서도 그의 팔꿈치는 정상이 아니었다. 팔꿈치 부상에서 해방된 한기주의 본모습은 어떠할까? 어쩌면 프로입단전 그에게 걸었던 기대치에서 더욱 업그레이된 모습으로 되돌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김진우 복귀 역시 없던 전력에서 공짜(?)로 얻어낸 것이나 다름없는 전력 보강이다.
그의 피지컬적인 능력, 그리고 오랫동안 공을 던지지 않았던 싱싱한 어깨, 그리고 무엇보다 성실하게 팀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점으로 비춰볼때 예상보다 빠른 시일안에 1군에서 얼굴을 볼 가능성이 크다. 실전 감각만 빨리 회복한다면 어쩌면 임의탈퇴 이전보다 더욱 위력적인 공을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클래스는 어디가지 않는 법이다.


신종길과 최훈락에 대한 기대치는?


사실 오늘 하고 싶은, 그리고 언젠가 한번 언급하고 싶었던 것은 신종길과 최훈락에 관한 글이었다.
그중에서 타격에 대한 논의를 해보고 싶었는데, 우선 신종길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신종길의 타격스타일은 “Tapping style of batting”(앞발의 스텝이 없는)이다. 줄여서 ‘태핑 타법’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타격시 지면에서 앞발의 이격없이 처음 준비스탠스 그자리에서 위치해 놓고 타격하는걸 일컫는다.


이러한 태핑타법은 국내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스타일이다. 흔하진 않지만 메이저리그에선 종종 볼수 있으며 일본프로야구 같은 경우는 올 시즌 퍼시픽리그 홈런왕이 유력시 되는 젊은 거포 T-오카다(오릭스)가 가장 대표적인 선수라고 할수 있다.



신종길의 타격하는 모습을 보면 이 타법이 지닌 장점과 단점을 공히 알수 있을정도로 장단점이 뚜렷하다.
태핑 타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자 스스로 리듬을 어떻게 타느냐에 있다.
스트라이드(Stride) 즉 타격시 하체의 움직이 제한돼 있어 투수 손에서 떠난 공이 어느시점, 그리고 어느지점에 왔을때 배트를 스타트할것인가가 배팅 타이밍을 잡는데 있어서 핵심이다.


이것은 다양한 스타일의 투수들(우완,좌완,사이드암,언더) 그리고 투수들의 피칭 스타일이 모두 다르기에 타이밍을 잡기가 보통 쉬운일이 아니다. 그 타이밍을 잡기 위한 첫 시발점의 중요성이 몸의 리듬감이라는 뜻이다. 자신의 배팅 공간을 미리 넓게 둔 상태에서 타격을 하기 때문에 떨어지는 변화구를 공략할시 팔로만 스윙을 할 가능성도 여타의 타격스타일보다 높은 편이다. 반대로 빠른공은 분명 강점이 있는 스타일이라고도 볼수 있다.



올 시즌 T-오카다의 홈런 분포도를 보면 대부분의 홈런이 센터를 중심으로 대량생산됐다. 이건 무엇을 뜻하냐면 그만큼 태핑 타법은 몸의 회전력이 여타의 타격스타일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다.
홈런타자가 아닌 신종길 입장에선 지금의 타법을 고수한다면 내년엔 잡아 당겨서 생산되는 안타보다 밀어쳐서 기록하는 안타가 많이 나올것으로 보이며 또 그렇게 돼야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수 있을 것으로 추론된다. 물론 그의 폭발적인 스피드는 덤이다.


최훈락은 매우 큰 신장(191cm)을 가지고 있는 선수지만 사실 장타력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KIA 입단 후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2군에 주로 머물렀었고 그 원인은 타격에서 어떠한 메리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후반기때 오랫만에 본 최훈락은 완전히 다른 타자가 돼 있었다.
사실 깜짝 놀랬다. 왜? 전형적인 백 레그 로드형(Back leg load) 타자로 탈바꿈 해 있었음은 물론, 타격시 상체의 위치가 몰라볼 정도로 달라져 있는게 영락없이 베테랑 타자의 그것을 보는듯한 착각이 일었기 때문이다.


타격은 알면서도 실행하기가 어려운 운동이다. 무슨 말이냐면 자신의 문제점을 알고 있어 수정을 가했어도 실전에 가서는 그 버릇을 고치기란 쉬운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과거 최훈락이 그러한 선수중 한명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후반기에 본 최훈락은 전혀 다른 타자가 됐다. 예전엔 타격시 상체가 전방쪽으로 급격하게 치우치는 그래서 하체와 상체가 따로 논다는 느낌(일명 러싱 현상 -Rushing-)이 들만큼 파워풀한 스윙이 보이지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앞발로 타이밍을 잡는 짧은 레그 스텝의 이동만 있을뿐 상체는 자신의 뒷쪽으로 뉘어져 있는 즉 스테이 백(Stay Back) 상태가 유지된채 스윙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러한 스윙 방법은 효율성 면에선 일반화된 매커닉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을 받쳐놓고 친다의 표본은 컨택트(Contact)시 상체와 무게중심은 뒤에 남겨두며 가격할때인데, 이러한 스타일은 지난해 한국에서 뛰었던 로베르토 페타지니(현 소프트뱅크)가 표본이다. 스윙시 전체적인 무게중심이 뒤쪽에 남아 있어 서두르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경험이 쌓여 상대하는 투수들에 대한 대응력만 길러진다면 좀처럼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타격스타일이라고도 볼수 있다. 최훈락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이며 실제로 후반기 동안 지켜본 그는 이젠 과거처럼 상체와 하체가 따로 놀지 않았다.


신종길과 최훈락의 성장은 어쩌면 KIA가 안고 있는 타선의 문제점을 덜어내는데 있어 중요한 키포인트다. 물론 수비력은 아직까지 미흡하다. 하지만 수비는 그 어떤것보다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역시 실전경험이 더 필요하다. 한두가지 문제점이 없는 선수는 없다.


약점이 있기에 기대가 안된다는 쪽은 야구의 본질과 팀 체질개선을 논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완벽한 상태로 1군 무대에 서는 선수는 야구역사를 통틀어도 흔한 일이 아니다. 복싱을 배울때 맞는 법을 알아야 피하는 방법을 알듯 선수도 약점이 있어야 미래가 있는 것이다. 신종길과 최훈락은 그걸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는 장점이 있기에 희망을 걸어볼수 있는 선수들이다.


사진/ KIA 타이거즈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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