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6월 어느날, 당시 KIA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경기내내 끌려가던 타이거즈는 LG 투수 이상훈을 상대로 박재용이 극적인 만루홈런을 터트려 8:6으로 역전을 시켰으나 9회말에서 재역전을 당해 패한 경기가 있다. 금일(4월 15일) 잠실경기에서 당시의 시나리오가 다시한번 연출되며 KIA 타이거즈는 10:9로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는데 놀라운 것은 당시와 상황이 너무나 흡사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KIA 입장에서는 당시의 상황과 비교했을때 단 한경기의 패배가 아닌 올시즌 향방이 좌우될수 있는 소중한 경기라는 점에서 쓴 입맛을 다실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제까지 KIA는 3승10패로 꼴찌, 더군다나 최근 6연패 중이란것을 감안할때 기필코 1승이 필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승리의 키스는 입술까지만 허용하며 싸늘하게 돌아서 버려 팬들의 애간장을 더욱 태워버렸다.당초 연패를 끊어줄거라 믿었던 호세 리마는 초반 변화구 컨트롤 난조와 무딘 페스트볼로 4회에만 7실점을 포함해 총 8실점을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사실상 여기서 승부는 끝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기나긴 연패를 끊어보겠다는 KIA 선수들의 반격은 날카로웠다.
첫타석에서 우측펜스를 맞추는 큼지막한 2루타를 때려낸 6번 김주형 (보충설명 1)은 5회 두번째 타석에서 봉중근의 바같쪽 높은 공을 잡아당겨 좌중간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이 첫득점을 시작으로 6회에만 3점을 뽑아낸 KIA는 기여코 봉중근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린다. 이어 등판한 정재복의 안정된 경기운영으로 이대로 승부가 끝날것 같던 경기는 9회초 KIA의 대반격으로 LG의 숨통을 조여갔다. 정재복에 이어 등판한 이승호가 이용규 장성호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급기야 LG 마무리투수인 우규민까지 경기를 매조지으러 마운드에 오르는 상황까지 와버린 것이다. 이때까지 스코어는 8:5 로 LG의 리드.
KIA는 이날 선발출장 했던 4번타자 이재주 타석에서 최희섭을 대타로 내면서 승부수를 띄운다. 9회 1사 주자 2루상황에서 등판한 최희섭은 우규민의 낮은 공을 그대로 걷어올려 잠실구장 센터를 넘기는 130m 짜리 대형홈런을 터트리는 믿을수 없는 장면을 연출한다. (보충설명 2) 순식간에 스코어는 8:7 .
한번 상승세를 탄 KIA의 방망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현곤(대주자 이종범)과 김주형의 연속 안타로 주자 2, 3루 가 된 KIA는 안타하나면 역전이 가능한 상황까지 온것이다.(우규민 덕아웃행. 정찬헌 마운드행)
다음 타자는 7회 나지완 타석에서 대타로 나왔던 김원섭.
빗맞은 투수앞 땅볼을 쳐 이대로 경기가 종료될거란 생각이 든 순간, 정찬헌의 송구실책으로 2명의 주자가 모두 홈에 들어와 기여코 KIA는 9:8 역전에 성공한다. 믿을수 없는 순간이었다. 만약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27년째 접어든 한국프로야구 사상 가장 극적인 역전승이라 해도 다른 이견이 없을만한 시나리오였다. 더군다나 KIA의 마무리는 최근 팀의 연패로 등판 기회가 없었던 한기주가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런 믿음은 더욱 강할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집간날 등창 난다고 했던가?
9회말 첫타자 이성열을 보기좋게 삼진으로 돌려세운 한기주는 LG 클린업 트리오인 3번 박용택-4번 동수 동수 최동수-이종열에게 연속 3안타를 맞고 9:9 동점을 허용하고 만다. (보충설명 3) 다음타자 조인성을 만루작전을 위해 고의사구로 보낸 한기주는 7번 박경수를 투수 인필드플라이로 잡는데 성공하지만 박용근 대신 대타로 나선 김용우에게 사구를 허용, 치열했던 경기를 허망하게 내주고 만다.
KIA 입장에서는 다 따라잡은 경기, 그리고 팀의 6연패를 끊는 10승보다 소중한 1승을 날려버린 것이다.
사실 이런 경기는 처음 점수차가 났을때 그냥 그대로 패하면 그나마 후유증은 없을 것이다. 8점차의 리드를 기여코 따라잡아 9회 역전까지 성공해 놓고 9회말 재역전을 허용하며 패했기에 팀에게는 1패 이상의 충격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KIA 입장에서는 통한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최고의 명승부라 칭찬하고 싶다. 호랑이 근성으로 무섭게 몰아부치는 것을 보니 흡사 전성기시절 타이거즈 모습을 보는듯 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나고 덕아웃 표정은 참담하기 그지 없었지만 고개를 꼿꼿히 들라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지는 경기는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는다. 정말 오랜만에 최선을 다한 경기, 그리고 최고의 승부를 펼쳐준 KIA 타이거즈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앞으로 경기는 112경기나 더 남아 있다. 그동안 변비가 걸려버린듯한 타선의 침묵은 오늘로서 끝난 느낌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 회복이다. GO Tigers !!
보충설명 1)
오늘 네이버 박동희 기자가 김주형 선수에 관해 쓴 글이 나온걸로 안다.필자도 보았다.
어제 김주형 선수와 통화를 한 모양인데 필자도 방금 전 통화를 해봤다. 박동희 기자랑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물어보니 이야기를 해주었다.(비밀)
필자의 타격분석 자료(국내선수중)에 있는 여러명의 선수중 김주형 선수는 참으로 헛갈리게 하는 선수다. 일일히 다 확인이 불가능할만큼 그동안 타격폼이 변화했기 때문이다.아마 지구상에 있는 타격동작이란 동작은 다 한번씩은 해본듯 하다.
올시즌 노-스트라이드로 하체이동을 없애버린 김주형은 사실 타격폼 수정을 한지가 불과 2달도 채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지훈련 막바지에 지금의 타격폼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타격폼에 적응이 덜되어 시범경기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인것으로 분석된다.
다소 필자의 자랑같지만 2005년 여름쯤 김주형에게 지금 현재 취하고 있는 타격처럼 다리를 들지 말고 노-스트라이드로 쳐볼것을 필자가 권유한적이 있었다. 노-스트라이드 타격으로 홈런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파워가 없는 선수에게 권하는 자세가 아니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런 히팅시스템이 보편화 되어 있으며 요즘 추세도 노-스트라이드 로 타격을 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필자가 2005년 김주형에게 이 타격방법을 권유한 이유는 크게 2가지였다.
첫째는 이폼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노-스트라이드는 앞발을 정지하거나 혹은 타이밍을 잡을때 발목만 뒷쪽으로 틀어서 몸통회전력으로 배팅을 하는 타격이다. 하체는 타이밍과 상체의 로테이셔널(회전)을 받혀주는 지지대 역활만을 할뿐이다. 즉 배팅의 파워를 상체의 파워로만 내야하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힘이 부족한 선수들이 취하는 타격동작이 아닌것이다. 스트라이드란 배팅 타이밍,그리고 파워도움닫기 측면이 강하다고 필자가 자주 언급했었다. 스트라이드를 하면 들었던 다리가 이동이 될때 중심이 무너질 확률이 높다. 김주형이 삼진이 많았던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물론 파워히터로 성장하는 선수들의 공통된 사항이긴 하지만..) 바로 이러한 점이다. 노-스트라이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서서히 적응하고 있는 느낌이다.
두번째는 스트라이드를 하지 않기에 처음 스탠스를 미리 넓게 벌린다는 점이다. 김주형은 여타의 노-스트라이드를 하는 타자들처럼 심하게 다리를 넓게 하지는 않지만 분명 중심이 밑으로 낮아져 있다.
중심이 낮다는 것은 공을 오랫동안 볼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떨어지는 변화구를 좀 더 오랫동안 지켜볼수 있다는 장점도 빼놓을수 없다. 당연히 어이없는 변화구에 당할 위험성이 이전보다는 줄었다는 이야기다.(일전에 A-로드는 왜 푸홀스보다 삼진이 더 많은지에 대한 글을 쓴적이 있다. 이부분은 블로그 Batting Theory 카테고리 뒤쪽으로 넘겨보면 나와 있을것이다.) 덧붙여 한가지만 더 이야기 하자면 올시즌 시작쯤에 김주형은 처음 타격준비자세에서 배트를 정지 시킨채 공을 기다렸다. (2주전에 필자가 스스로 리듬을 타는 방법으로 준비자세에서 방망이를 흔들며 스스로 리듬을 타라고 조언한바 있다.) 오늘 배팅준비자세를 보니 정말로 배트를 움직이며 나름의 배팅 리듬을 타고 있었다.
노-스트라이드로 타격을 하면 배팅 타이밍을 반박자 뒤로 놓고 치기도 용이하다.그건 이 타격폼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장점이라고 할수 있는데 오늘 김주형은 4개의 안타중 홈런을 빼고 3안타(2루타포함) 모두를 우측으로 밀어서 안타를 생산했다. 타격자세를 유심히 보면서 흐트러질쯤에 또다시 조언을 할 생각이다. 지금처럼만 하면 정말 좋겠는데 말이다.
보충설명 2)
일전에도 한번 언급을 했지만 최희섭은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보이는 타격을 하는 선수다.
상체로만 타격을 하는 나쁜 버릇이 여전하며 어퍼컷 스윙을 하기에 140km 초반의 조금높은 공이 들어오면 전혀 배팅 타이밍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낮은쪽 떨어지는 변화구도 약점을 보인다(낮은 쪽 변화구를 잘치는 타자가 몇명이나 있으랴 만은..) 오늘 우규민에게 친 홈런은 가운데에서 바같쪽으로 흐르는 즉 옆으로 휘는 변화구를 던지다 최희섭에게 홈런을 얻어 맞았다. 왼손타자,그것도 정통파 투수가 아닌 우규민의 공을 바라보는 최희섭이 유리했다는 말이다. 결과론이지만 그 상황에서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어차피 LG의 마무리는 우규민이다. 이전에 연속안타를 맞았을때 교체를 생각해 볼수도 있었으나 긴 페넌트레이스를 생각한 김재박 감독이 우규민의 기를 살려주려는 의도로 교체를 하지 않은것으로 보이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대신 최희섭은 이 한방의 홈런으로 그동안의 자신감 부족에서 회복되는 계기가 될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보충설명 3)
한기주의 볼배합에 문제가 많았다. 그리고 LG 중심타자들이 똑똑했다고 볼수 있다.
한기주의 변화구는 버린채 철저하게 빠른공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155km에 육박하는 한기주의 페스트볼을 쳐냈던것은 히팅 타이밍을 한박자 빠르게 가져가는 부분에서 돋보였는데 김재박 감독의 지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그리고 한기주는 팀의 연패가 길어져 그동안 감각이 많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오늘의 패배를 교훈삼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덧... 김상훈의 부재가 뼈져린 경기였다.ㅠ)
사과의 말씀)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글을 쓰려고 노력은 하나 오늘과 같은 경기를 보고 그러기가 힘들었습니다.KIA 타이거즈 위주의 글이 되어 버렸는데 혹여 LG 트윈스 팬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실거라 믿습니다.(다음부터는 안그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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