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변함없이 4월 한달을 힘겹게 보내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에 또다른 악재가 찾아왔다. 지난해 다승왕을 차지했던 외국인 투수 아퀼리노 로페즈와 토종 에이스 윤석민의 부상이 바로 그것.
이들의 부상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외국인 선수 엔트리 한장 없이 시즌을 시작한 KIA로서는 투수왕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가 됐다. 두 선수 모두 극심할 정도의 부상이 아니기에 등판일정을 조절해 가며 경기에 투입될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윤석민의 부상소식은 그가 최고 투수로 도약하는 길목마다 찾아왔기에 아쉬움이 큰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윤석민은 지난주 삼성전(9일)에서 초반 호투하다 5회에만 4실점하며 팀 타선이 초반에 벌어준 점수를 지키지 못했다. 6.1이닝동안 탈삼진을 무려 9개나 잡아놓고도 한번의 집중타에 무너진 것이다.
개인적으로 윤석민을 국내 최고 우완투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리그를 막론하고 최고의 타자는 꾸준함이며 최고 투수 역시 자신의 로테이션을 건너뛰지 않는 투수다. 이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아직 윤석민은 최고투수라는 자질론에 비해 성적면에서는 뭔가가 부족해 보이는 느낌을 지을수 없다.
윤석민의 장점은 매우 뚜렷하다. 150km를 넘나드는 포심패스트볼, 최고 140km초반까지 찍는 고속슬라이더,130km대의 너클커브,120km대의 서클 체인지업 등 매우 다양한 구종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능구렁이처럼 구사하는 `셋업 피치'는 그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영리함까지 갖추고 있다. 덧붙여 이제는 거의 사라져 가는 구종중 하나인 팜볼을 간혹 던지기도 하며 투심과 스플리터까지 구사할수 있는 투수가 됐다.
선발투수가 다양한 변화구 구종을 가지고 있는 것은 타자의 성향이 제각각이란 점을 감안할때 매우 유용한 플러스요인이다. 하지만 이것이 꼭 투수에게 유리함만을 가져다 주는건 아니다.
와쿠이 히데아키(세이부)와 윤석민의 차이, 그리고 셋업피치
윤석민에 관한 글을 쓰면서 일본의 와쿠이를 언급한 것은 이 두 투수가 매우 흡사한 유사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걸 미리 밝힌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지난해 사와무라상을 수상한 와쿠이와 윤석민은 1986년생의 동갑내기, 못던지는 구종이 없을만큼 다양한 레퍼토리, 그리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각각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국가대표로 참가한 경력까지 닮았다. 하지만 와쿠이와 윤석민의 차이점은 한경기에서 포심패스트볼 대비 변화구를 구사하는 비율의 차이에 있다.
와쿠이는 포심패스트볼,슬라이더,슈트볼,컷패스트볼,포크볼,체인지업,싱커,커브를 던질줄 알지만 이중 당일 컨디션에 따라 2-4개의 변화구 구종을 선택해 던진다. 하지만 이중 와쿠이의 주특기라고 할수 있는 변화구는 슬라이더다. 컨디션에 따라 변화구 구종 선택을 2-4개로 한정해 던진다고 밝혔지만 그 어떤 경기라도 슬라이더는 반드시 자신의 변화구 주종에 포함시킨다. 어떨때는 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로만 연속 3이닝을 소화할 정도다. 슬라이더 하나만 놓고 볼때 윤석민이 와쿠이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을만큼 매우 빠르고 날카로운 공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언제부터인가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비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윤석민은 포심패스트볼 대비 변화구 구사율이 5:5에 가까울 정도로 속구 위주의 피칭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금 윤석민은 와쿠이가 던지는 속구 대비 변화구 비율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외람된 말이지만 얼마전 일본 칸사이 독립리그(코리아 해치)에 진출한 팀 선배 김진우가 임의탈퇴 이전해(2006년)부터 망가졌던 것은 지나친 변화구 구사율도 그 이유중 하나였다고 본다.
이 당시 김진우는 속구와 커브의 비율이 3:7에 가까울 정도로 그 좋은 포심패스트볼의 구사력이 떨어졌는데 이듬해엔 아예 속구를 던지지 못하며 스스로 무너져 버렸다. 변화구로만 삼진을 잡는 맛에 익숙해져 버린 젊은 투수가 어떻게 망가져 가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윤석민은 김진우의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끝으로 윤석민은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호투를 하다가도 어느순간 집중타를 허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기중 기복에 따른 문제점으로만 치부하기엔 돌이킬수 없는 결과로 나타나기에 이점 역시 쉽게 간과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셋업 피치' 를 너무나 성급하게 가져갈때가 그 시점이라고 봤다.
투수는 타자를 상대로해 유리한 볼카운트까지 가져가는데 있어 위닝샷을 던지는 시점을 어느 볼카운트에서 선택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한다. 셋업피치란 투수가 위닝샷을 던지기전의 공, 가령 위닝샷을 아웃코스로 설정했다면 그 이전 공을 연속해서 인코스로 던져 체감적으로 타자의 배팅타이밍을 한쪽으로 유도해 놓기 위한 일종의 코너웍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쉽게 말하면 투수가 어떠한 목적구를 던지기 위해 타자의 코스변화를 혼란스럽게 하기위한 일종의 `떡밥 투구' 라고 보면 이해하는데 있어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셋업피치로 타자의 혼동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타자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위닝샷을 너무 빨리 던지면 안된다. 우리가 야구 중계를 보다 보면 해설자가 이러한 말을 하는걸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목적구를 너무 빨리 던졌다." "이공은 위닝샷으로 던져야 하는데 너무 이른 볼카운트에서 던져 어떤 공으로 위닝샷을 선택할지 궁금해졌다" 즉, 간혹 난타를 당하는 윤석민의 투구내용을 보면 타자 스스로 볼카운트에 따라 코스변화의 혼란함을 느끼게끔 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예전과는 달라진 투구패턴으로 인해 종종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싶다.
윤석민이 진정한 `한국 최고 우완투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포심패스트볼 대비 변화구 비율의 조절, 그리고 여타의 변화구 구종보다 슬라이더 구사율을 예전처럼 끌어올려야 한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빠른 속구를 가지고 있는 투수는 그걸 기준으로 나머지 변화구는 양념처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싶다.덧붙여 다양한 구종은 때론 독으로 돌아온다는점 역시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의 완전한 쾌유를 빈다.
사진/ KIA 타이거즈
윤석구(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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