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슬럼프에 빠지면 반드시 나타나는 문제점이 있다. 심리적인것, 기술적인것, 그리고 이 두가지가 모두 복합된 경우도 있고 어떨때는 아무 이유없이 슬럼프 기간이 길어질수도 있다. 하지만 원인없는 결과가 없듯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선수들 대부분은 기술적인 문제점이 분명히 발견된다.

물론 야구가 멘탈적인 요소가 다분한 운동이기에 선수의 내면적인 부분까지는 알수 없지만 슬럼프 그 자체가 심리적인 문제에서 발현해 기술적인 문제로 넘어오는 경우도 흔하기에 이것 역시 결코 무시할수 없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영웅인 이용규(KIA)를 두고 하는말이다.

시즌 초반 부상 후 전반기 막바지에 복귀한 이용규는 팀이 상승세를 달릴때 그속에 있었다. 그의 맹타는 중심타선의 타점 쓸어담기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 역시 보이지 않는 팀전력의 플러스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용규는 활화산과 같았던 팀 상승세가 한풀 꺾인 후 9월 들어 부진에 빠져버렸다. 물론 팀은 최근 다시 기운을 차리면서 3연승을 거두고 있지만 연승의 한복판엔 그가 없다. 최근 5경기 성적이 11타수 무안타다. 금요일 LG와의 광주경기에선 선발 라인업에서도 빠졌다. 최근 몇년간 이용규의 플레이를 상기해보면 슬럼프가 오더라도 지금처럼 오랜기간의 텀을 보여준적이 없기에 큰 경기를 앞두고 우려스러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영상은 지난 8월 11일 대 롯데전에서 이용규가 상대선발 장원준을 상대로 우중간 안타를 뽑아내고 있는 장면이다. 이 안타로 6경기연속 안타행진을 이어갔는데, 이용규 특유의 멋진 타격장면이 아닐수 없다.테이크 백(Take Back)이 없이 배트가 간결하게 나오는 것, 롱 스트라이드(Long Stride) 히터지만 처음 다리를 들어올릴때(Lift Start)와 스트라이드 착지점까지의 과정까지를 보면 몸의 밸런스도 거의 흠잡을게 없을만큼 완벽하다.

다리를 많이 들어올린 후 내딛는 타자지만 컨택트(Contact)지점에선 머리와 앞발이 대각선 모양을 그릴만큼 상체 역시 앞으로 쏠리지 않고 체중의 분산 역시 막고 있다. 인코스에 꽉차게 들어오는 아주 타이트한 공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앞어깨를 끝까지 닫아놓고 있는 모습인데, 이용규가 아웃코스에 비해 다소 약했던 인코스 공, 더군다나 좌투수를 상대로 쳐낸 안타여서 그 의미가 깊다고 볼수 있다.

오늘 글의 주제는 이용규가 잘맞았을때를 말하고자함이 아니기에 이쯤에서 그만 접자. 단,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이용규의 타격은 아래 영상에 있기에 좋았을때의 이 영상을 유심히 관찰해보고 아래 영상과 비교를 하는것이 이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듯 싶다. 특히 배트가 스타트를 하기전과 그리고 이후의 이동 과정에서 양 어깨의 위치와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부분을 유심히 봤으면 좋겠다.



먼저 밝힐것은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래 광고가 가로로 새겨져 있어 그걸 아래쪽으로 놓기 위해 중간쯤에 위치를 수정했다. 큰 틀에서 보는데는 불편함이 없을것으로 믿는다. 이 영상은 가장 최근 경기인 지난 9월 15일 목동 히어로즈 전에서의 이용규 모습이다. 상대투수는 2004년 신인왕에 빛나는 좌완투수 오재영. 단 3개의 공에 삼구삼진을 당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최근 이용규의 스윙은 상당히 커져 있다. 덧붙여, 그 커져 있는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기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스윙을 보인다는 점이 이용규 본인은 물론 필자도 혼란스럽게 한다. 첫번째 영상에서는 앞다리가 스트라이드 착지점에 내딛을때까지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부분이 귀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스윙방법은 당연히 어깨 위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처음 준비스탠스에서 뒷쪽 어깨가 앞쪽 어깨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배트가 스타트를 한 후 컨택트 지점까지 가는데 있어 최단거리로 바로 스윙이 이뤄지기가 용이해진다.

일명 내려찍는 스윙, 즉 다운컷(Down Cut) 스윙은 뒷 팔꿈치를 높이해야(뒤 어깨위치가 앞쪽보다 높은곳에 있어야) 그 상태 그대로에서 배트가 찍듯이 이동하게 돼 강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생산할수 있다. 몸이 회전하는 과정에서 지면과 수평을 이룬 배트 각도는 정확성은 물론 자신의 볼카운트가 불리할때 공을 커트해내기가 여타의 스윙방법론보다는 유리한점이 많다는 점도 이용규가 가진 장점이다. 이용규는 귀 위쪽(그립 탑)에서 시작한 그립 위치가 찍듯히 이동하다 컨택트 지점에서는 배트가 수평을 이룬다.

하지만 두번째 영상은 리프트 과정에서 앞다리를 들어올리기 시작한 후 지면에 착지하기 전까지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위치가 첫번째 영상과는 상당히 다르다. 첫번째 영상에서는 앞발이 지면에 착지할때까지 거의 그립부분이 아래로 떨어져 있지 않지만 두번째 영상에서는 이용규 특유의 리프팅 탑 지점(무릎높이가 최고점)에서 발을 3루쪽으로 쭉 뻗을때부터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부분이 귀 밑으로 내려와 있다.
더군다나 이후 뒤팔꿈치가 아래쪽으로 한번 더 이동했다가 나오기에(이날 해설을 맡은 이순철 위원은 파워포지션 과정에서 배트가 쳐진다고 했지만, 필자가 한가지를 더 첨가하자면 첫번째 영상에선 들어올린 발이 지면에 착지하기 전에 뒷팔꿈치가 돌아나오는 느낌이 없을만큼 그상태에서 출발을 하지만 두번째 영상에서는 자신의 등뒤쪽으로 한번 더 이동했다가 출발을 한다) 그만큼 배트스피드를 죽여버린 결과가 나올수 밖에 없다.

타자의 배트스피드는 스윙의 종류, 그리고 배팅의 스타일마다 각각의 차이점이 있지만, 타자자신도 모르게 달라진 타격폼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느림과 빠름이 변화할수 있다는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결국 이 과정이 현재 이용규의 배트스피드를 갉아 먹고 있는 원인인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첫번째 영상에서는 처음 준비자세에서의 양쪽 어깨 위치는 뒤 어깨가 높은 곳에서 시작했다가 이후 양어깨가 수평을 이루면서 컨택트가 되는데, 두번째 영상은 준비자세에서는 뒷쪽 어깨가 높지만 스윙시 너무빨리 뒤 어깨가 쳐져서 나오기에 위치 역시 앞쪽 어깨보다 일찍 낮아져 버렸다. 다른 것은 제외하고 어깨이동만 보자면 흡사 슬러거들의 스윙방법(어퍼컷 스윙)과 비슷하다는 느낌마저 들정도다.

최근 이용규의 극심한 타격부진은 결국, 파워포지션에서 그대로 배트가 스타트를 해야하는데 그 과정에서 그립이 아래쪽으로 쳐지면서 그 각만큼이나 스윙의 폭이 커져 배트 스피드를 스스로 죽여놓고 있기에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 타격이란 아주 미세한 부분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그것이 전체적인 부분까지 모두 영향을 미치게돼 바람직한 스윙이 나온다는게 불가능해진다. 우리가 흔히 군더더기 없는 스윙이라고 말하는것에 이용규를 대입하자면 지금의 이용규는 군더더기가 한부분에서 발생한 셈이다.

언젠가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현대 야구의 타격론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끼친 찰라 라우(전 화이트삭스 타격코치)는 "타격의 상승세가 지속될때 곧 닥쳐올 슬럼프를 대비하라" 라는 멋진 명언을 남긴바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도구를 이용해 날아오는 공을 정확히 가격해야 하는 타격의 어려움이 늘 한결같을순 없다는 우회의 표현이지 않나 싶다.

덧붙여 그만큼 타격동작이란 항상 일정할수 없기에 잘 맞을때의 영상을 꾸준히 관찰하여 몸속에 인지할수 있는 능력을 배가하는 것도 타자라면 반드시 해야하는 학습이다. 여담이지만, 알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는 삼진을 당하면 다음 이닝전까지 팀 비디오 담당자와 함께 덕아웃에서 즉석으로 자신이 삼진을 당한 구종의 로케이션과 자신의 타격폼을 되돌려 본다고 한다.(여기에 멋진 일화가 있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필자가 알고 있는만큼 이야기해볼 생각)

KIA의 우승은 이용규 없이 이뤄낼수 없다. 큰 경기에선 작은 플레이 하나로 승패가 좌우 된다는 점을 감안할때 재치가 뛰어난 이용규의 활약이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타격부진이 지속된다면 그 재치마저도 발휘할 기회가 없어진다. 팀 타선이 동시에 상한가를 쳤다가 동시에 바닥을 친후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지금, 유독 이용규만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는점이 우려스럽다.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기에 본연의 타격으로 되돌아 올것으로 믿는다.



사진 & GIF/ KIA 타이거즈 * MBC ESPN & 윤석구의 야구세상 작업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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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괴벨스와 같은 인간이 있다. 다만 남자가 아니라는 것만 다를뿐...사람들의 인지부조화가 만들어 낸 희대의 괴물이지.. 뭐 그렇다고.. KCN 야구해설위원 & 광주 MBC-R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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