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에게 통산 2,000안타가 갖는 의미는 매우 특별하다.
올해로 29년의 프로야구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통산 2,000안타를 달성한 선수는 양준혁(삼성)과 전준호(현 SK코치) 단 두명뿐이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한 이종범(KIA)도 올 시즌중 2,000안타(한일통합) 돌파가 확실해 보인다. 이 세명의 선수들은 프로야구 중흥기(1990년대)를 이끌었던 대타자들로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약했던날 보다 이미 은퇴를 했거나 은퇴할 날이 얼마남지 않는 전설들이다.

우리보다 역사가 오래된 일본프로야구(NPB)에서 통산 2,000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모두 38명이다.
이미 은퇴를 했거나 고인이 된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의 거의 대부분은 명구회에 입회돼 있다. 물론 오치아이 히로미츠(현 주니치 감독)처럼 입회자격이 있음에도 스스로 거부한 선수들도 있지만(→ 오치아이는 신인시절 예의 독특한 타격폼때문에 선배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던 선수다.  "오레류" 즉, 자기만의 독특한 타격스타일을 내세우며 주류 선수들과 거리를 두기도 했던 오치아이는 선수의 평가에 있어서 기록으로만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싫어 거부한걸로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독특한 타격폼의 개성이 갖는, 또한 일률적인 타격스타일에 반기를 들었다는 의미에서 오치아이의 행동에 찬사를 보낸다.) 이 기록이 상징하는 것, 그리고 먼 미래에 이들의 플레이를 직접보지 못했던 야구팬들에겐 `타격기계' 라는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줄수 있는 징표라는 점에서 영광스러운 안타숫자다.

특별한 일이 없는한 올 시즌 말미쯤이면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요미우리)도 2,000안타(5월 20일기준, 통산 1,885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오가사와라 역시 "명구회"에 입회할수 있는 영광을 만끽할수 있었음 하는 멘트를 여러경로를 통해 밝힌바 있다.


국내에서 통산 2,000안타를 달성했거나 또는 예정인 양준혁,전준호,이종범은 모두 불혹을 넘긴 선수들이다.
은퇴한 전준호를 제외하고 현역선수중 양준혁은 우리나이로 39살(2007년)에 2,000안타를 달성했고, 올해 달성예정인 이종범은 41살이다. 이 두 선수 모두 대졸출신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대단한 안타생산 능력을 보여줬는데 그 뒤를 이어 고졸 장성호가 통산 2,000안타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장성호의 통산 안타는 1,741개다. 2,000안타까지는 259개가 남아 있는데 이 페이스대로라면 내년쯤이면 충분히 도달할수 있는 안타갯수다. 하지만 올 시즌 장성호는 이미 시즌 일정의 1/3가 지나가고 있는 지금, 1군경기에 단한차례도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2011년이면 충분히 달성할것으로 예상됐던 2,000안타가 2012년, 어쩌면 그 이듬해까지 미뤄질수도 있는 상황이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어떻게 세월이 가느냐보다는 어떻게 세월을 보내느냐가 중요해진 이쯤, 1년이란 세월이 갖는 공백은 기록이 갖는 의미보다 치명적인 그 무엇을 남기고 있다.
그의 거취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덧붙여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단과 선수간의 감정적 불신을 제외하더라도 그라운드에 서야할 선수가 자신의 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은 선수뿐만 아니라 그를 응원하는 팬들까지 손해라는 느낌이다. 장성호가 한참대의 나이는 아니지만 아직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선수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9년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던 과거의 기억이 아닌 정상적인 몸상태라면 다시한번 예전과 같은 타격실력은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해마다 오프시즌이 되면, "장성호 타격폼 바꾼다" "장성호 변화한다" 라는 일률적인 기사들이 양산되어 왔다. 장성호 특유의 `외다리 타법'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장성호는 미세한 타격폼 수정은 가했을지는 몰라도 큰 틀에서 놓고 봤을때 자신의 외다리 타격폼을 고수하고 있다.

그에 대한 팬들의 더 큰 기대치를 외면(?)하면서, 덧붙여 타격의 본질적인 면을 바꾸지 않는 장성호의 위대함이 묻어나오는 부분이다. `타격은 타이밍 싸움이다' 라는 평범한 야구론에 입각해서 보자면 변화하지 않는 장성호는 그 자체로도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수 있었다 라고 본다. 왜냐하면 타격시 들어올리는 다리 높이와 장성호의 타격은 상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십수년동안 행해져 왔던 장성호의 타격이 타격폼을 바꾼다고 해서 지금보다 더 많은 홈런갯수와 장타율을 보장해준다는 확신이 없다는 뜻이다. 장성호는 경험이 부족한 신인급 타자도 아니며 이미 자신의 커리어 동안 몸속에 인지되어 있는 능력만으로도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릴 자격이 있기에 타격폼 변화는 필요가 없었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오늘 윤석구의 야구세상에서 언급할 부분도 이점이다.

장성호 타격의 장점은 복잡하게 생각할게 없다. 여타의 타자들보다 공에 반응하는 시간적인 타이밍의 출발이 빠를뿐(High Knee lift & Long Stride) 타격의 일련과정을 보면 `교과서'에 가까운 스윙을 보유한 타자이기 때문이다. 우선 장성호 타격의 특징적인 면을 살펴보자.

위의 영상에는 없지만 준비자세에서 장성호는 자신의 어깨넓이와 비슷한 양다리 간격, 여타의 타자들보다 좀 더 빠른 앞발 이격(Knee lift=Leg Kick), 그리고 영상에서 보여지듯 들었던 다리가 돌아나오는 스트라이드, 체중이동의 전진력, 노 테이크 백(No Take-Back)의 특징을 보여준다.

본문에 장성호의 타격을 `교과서' 라고 언급했는데 여기에는 두가지 부분이 이 기준을 부합시킨다.
첫째, 아주 멀리 내딛는 롱 스트라이드 인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
둘째, 절대로 뒷팔꿈치가 돌아서 나오거나, 또는 위로 치켜 올려진 후 배트가 스타트 되는 경우가 없다는 점을 들수 있다.

타격서적 `3할의 예술'의 저자인 찰리 라우(1970년대 시카고 화이트삭스 타격코치)는 자신만의 독특한 타격이론으로도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타격론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타이밍을 잡는 앞발의 스트라이드는 짧을수록 좋다 라는 점을 장성호와 대입시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장성호의 스트라이드는 매우 멀리 내딛는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처음 준비스탠스에서의 양다리 사이의 폭과 스트라이드 착지점의 폭을 보면 한족장 정도밖에 내딛지 않는다.


영상에도 나와있지만 컨택트(Contact) 지점에서 장성호의 양다리 사이 간격을 보면 여타의 타자들에 비해 그 폭이 좁다는걸 알수 있다. 이러한 폭의 특징을 보편적인 면에서 언급하자면 타격시 몸이 회전하는 공간이 적기에 넓은 스탠스(Broad-Stance)의 보폭에서 임팩트가 이뤄지는 여타의 타자들에 비해 체중이동시 전진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컨택트시(처음 준비자세에서의 양 다리 사이의 폭이 아닌) 양 다리사이의 폭이 넓으면 상체와 하체가 따로 놀 가능성, 또한 스윙의 파워를 분산시킬 위험성이 있다. 투수론적으로 대입하면 일종의 러싱현상(Rushing)이 일어날수 있다는 뜻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스윙의 진행속도를 하체가 뒷받침 하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기 쉽지만 장성호의 스트라이드 착지점 이후의 양 다리 폭을 보면 넓지 않기에 스윙의 스피드는 물론 지금까지 진행돼 왔던 파워를 잃어 버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성호는 스트라이드시 다리를 이격시키는 높이,그리고 돌아나오면서 앞발이 착지하기에 그 보폭이 클것 같지만 보다시피 그렇지가 않다.

두번째 테이크 백에 관한 것은 눈으로도 쉽게 판단할수 있다. 런치포지션(launch position)이전, 즉 배트가 스타트 하기전 장성호의 뒤쪽 어깨와 배트를 쥐고 있는 그립을 보면 스트라이드의 착지까지 거의 처음 그대로에서 위치해 있다가 발사되는걸 알수 있다. 이러한 매커닉(Mechanic)은 통상적으로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들에게서 흔히 볼수 있는, 즉 뒤쪽 팔꿈치가 들리거나 또는 흔들리며(`Elbow sway) 나오는것과는 상반된 스타일이다. 매우 콤팩트하고 타이트하게 배트가 드레그(Dreg)되는 이유도 이점에 있다. 장성호 타격의 교과서적인 부분,덧붙여 이렇게 함으로 인해 보다 정교한 스윙을 가질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타자가 아닐까 싶다.
장성호야 말로 정교함의 대명사라고 불려도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만큼 3할타자의 표본이다.


장성호는 선수생활의 기로에 놓여 있다. 어찌됐든 선수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직도 충분히 뛰어난 실력을 보여줄수 있는 그의 부재는 소속팀뿐만 아니라 한국야구 전체의 손실이라고 본다. 장성호의 장래는 어떻게 될것인가. 그리고 스나이퍼 조준경을 다시한번 가늠할수 있을까.
앞으로 그가 어떤 팀에서 활약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장성호의 실력은 아직도 녹슬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루빨리 1군 무대에 복귀해 2,000안타를 향해 뛰는 스나이퍼의 모습을 보고 싶다.


사진 * GIF/ KIA 타이거즈 제공 & 윤석구의 야구세상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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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괴벨스와 같은 인간이 있다. 다만 남자가 아니라는 것만 다를뿐...사람들의 인지부조화가 만들어 낸 희대의 괴물이지.. 뭐 그렇다고.. KCN 야구해설위원 & 광주 MBC-R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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