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한참 진행중이었던 2008년 시즌.
당시 MBC ESPN(현 스포츠플러스)에서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던 전직 감독과 통화 할 기회가 있었다. 통화 내용의 주된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최희섭(KIA)으로 옮겨 갔다.
왜냐하면 팬들의 중심에 놓여 있었던 최희섭이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언론들이 팀 부진의 원인으로 최희섭을 주목했고, 당시 두통과 잦은 부상 등으로 인해 제몫을 못했던 최희섭은 변명할게 없을 정도로 처참한 성적을 기록중이었다. 결국 그해 최희섭은 타율 .229 6홈런 22타점으로 시즌을 끝마쳤다. 할말이 없는 성적표였다.
당시 모 해설위원이 해석한 최희섭 부진의 원인은 크게 2가지 였다.
첫째는 스윙시 허리가 돌지 않는다. 두번째는 첫번째와 연관성이 있는데 다름 아닌 그의 몸무게였다. 허리가 굵어졌기에 스윙시 몸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고 결국 최희섭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몸무게를 빼야 한다는 귀결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3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2012년 우승 탈환이란 목표로 1,2군 선수 전원이 참석한 KIA 타이거즈의 첫 훈련날이 어제(8일)였다. KIA는 11월 마무리 훈련을 마치며 약속했던 선수들 체지방률 재측정에서 전원이 합격점을 받으며 올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체지방은 본격적인 전지훈련에 앞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해 볼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잣대중 하나다. 이것은 신임 선동열 감독이 선수들에게 주문했던 것으로 감독이 머리속으로 계획하고 있는 모든 시나리오의 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일이었다.
하지만 최희섭은 훈련 첫날 독감을 이유로 훈련에 불참했고 경기장에 나와 인사만 한뒤 KIA 지정병원인 광주 한국병원에 입원했다.
최희섭은 시즌이 끝난 후 지금까지 공식적인 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첫 훈련에 참가했던 선수들의 말을 들어보면(전화로 확인한 사항이기에 딴지 걸지 않았으면) 모든 선수들이 11월과 비교해 살이 빠진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최희섭은 살이 쪄 나타났다고 한다.
이것은 감독의 지시를 어긴 일이며 최희섭에 대한 비판이 일어날수 밖에 없는 일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최희섭의 몸무게가 130kg까지 돼 보인다는 기사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 본 것은 아니기에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운동선수에게 있어 몸무게 조절은(그것도 감독이 지시한) 아마츄어처럼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살을 뺀다는 것은 그만큼 훈련량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곧 일주일 후에 있을 동계훈련을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공부해서 남 주는게 아니듯 훈련을 열심히 해서 남 주는게 아니다. 선수 스스로를 위한 일이다는 뜻이다.
언젠가 이곳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최희섭은 여타의 타자들과는 다른 유형의 선수다.
일반적으로 좋은 타자를 가리켜 ‘밀어치기에 능한 선수’라고 하지만 최희섭은 잡아 당겨 좋은 타구가 나왔을때가 바로 베스트 컨디션을 의미한다. 잡아 당겨 질 좋은 타구가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허리의 움직임 원활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차례 최희섭에 대한 타격분석을 하면서 필자가 느낀 점은 확실히 그는 뱃살이 없을때가 그렇지 않을때보다 잡아 당겨 쳐 좋은 타구를 많이 생산했다.
허리부상에서 자유로울수 없었던(훈련량이 부족했던) 2008년을 보면 밀어치는(밀려치게 되는) 안타가 많이 생산됐는데 그만큼 잡아 당겨 시원하게 타구를 날리는 모습은 찾기가 힘들었다.
최희섭은 선천적인 신체조건이 좋은 선수다. 그리고 파워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타고난 면이 있다. 하늘이 내려준 이러한 조건을 갖고 있다면 조금만 열심히 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승승장구할텐데 매 시즌마다 부침이 심하고 팬들의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사건과는 별개로 이제부터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히고 그동안 최희섭에 대한 느낀 점을 몇마디 하고 싶다.
최희섭은 한국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모든 언론의 호화스런 칭찬 속에 한국인 첫 메이저리그 타자라는 수식어, 그리고 대형 슬러거로서 빅리그를 접수할 것이란 팬들의 기대는 실로 대단했었다. 하지만 뇌진탕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이후 저니맨처럼 여러팀을 옮긴 끝에 한국에 복귀했다. 2009 시즌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최희섭은 단 한번도 그 명성에 걸맞는 성적을 보여준 적이 없다. 난 이 차이를 최희섭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최희섭은 오프시즌에서 단 한번도 긍정적인 훈련을 했다는 소식을 들어본적이 없다.
물론 있다. 하지만 그 연속성에 있어선 없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감기 몸살, 허리통증과 같은 부상이 항상 그를 따라 다녔으며 그럴때마다 "아픈데 어떻게 하라고?" 라는 팬들의 감싸안음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건 오프시즌뿐만 아니라 시즌중에도 자주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이젠 냉정해져야 한다.
팀내 최고 연봉급 야수로서 그리고 4번타자로서 그의 이탈이 팀 성적에 얼만큼 영향을 끼쳤는지는 2009년을 제외하고 매 시즌마다 바로미터가 됐다는 사실은 그 스스로도 명확히 깨달아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최희섭이란 이름 석자가 주는 간판타자라는 무게감은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일련의 과정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롭지 못함은 ‘책임감’ 이다.
어떻게 보면 야구는 군대와 매우 흡사한 조직력을 지니고 있다.
군대도 맡은 바 보직이 있듯 야구 역시 선수마다 맡은 바 임무가 있다. 선발,중간,마무리 라는 보직이 나뉘여져 있음은 물론 1번타자부터 9번타자 그리고 대타나 지명타자와 같은 역할분담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이중 어느것 하나라도 정상적으로 작동이 안될 시엔 그 파장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최희섭은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4번타자라는 책임감에 있어 자유로울수 없는 선수다.
시즌에 들어가기에 앞서 감독과 코치들은 한 시즌의 청사진을 계획하는데 그 자리에 있어줘야 할 선수가 시작부터 이탈해 버린다면 이것처럼 맥빠진 일이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최희섭은 지금까지 자신의 능력을 다 피우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에 하나다.
그가 지닌 능력만 놓고 보면 가장 좋았던 2009 시즌도 솔직히 만족스럽지 않다. 애써 돌려 말할 필요도 없이 그리고 굳이 2009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남들은 갖고 있지 못한 것을 타고 났으면서도 야구에 대한 마음가짐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어쩌면 그는 팬들의 외면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선수가 될것이다. 이제 최희섭 스스로도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할때가 온것이다.
사진/ KIA 타이거즈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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