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두산 베어스와의 2연전을 승리로 가져가며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전날 경기에서 11타점을 합작한 최희섭과 김상현은 이날 경기에서도 1회초 최희섭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고 뒤이어 김상현의 투런홈런포(시즌 31호)까지 터지며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 냈다.
KIA의 투수력을 감안할때 1회부터 타선이 터지는 날엔 승리하는 경기가 많았던 전례에 비춰볼때 이날 경기 역시 1회초에 승부가 결정됐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후 KIA는 `거만한(?) 주장' 김상훈의 홈런포(시즌 12호)와 이재주의 3루타, 그리고 찬스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최종 스코어 8-2 승리를 만들어 냈다.
KIA 선발투수 아퀼리노 로페즈는 명품 `싱커'를 밑바탕으로 9이닝동안 호투를 펼치며 완투승(10피안타,4볼넷)을 거둬 올시즌 두산전에서만 2번의 완투승을 따내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를 재확인시켰다.
이 승리로 로페즈는 올시즌 12승을 거머쥐며(4패, 평균자책점 3.20) 다승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두산은 믿었던 선발 김선우가 경기 초반부터 KIA 타선에 난타당하며 5.1이닝동안 7실점(6자책, 홈런포함 10피안타)해 팀의 연패를 끊지 못했다.
당초 명승부가 펼쳐질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경기는 싱겁게 KIA의 일방적인 경기로 끝나, 두산 입장에서는 팀의 6연패 및 이번 3연전의 스윕을 걱정하게 됐다. 두산은 선두 KIA와 7.5경기차까지 멀어지며 3위로 주저앉아 이젠 2위 탈환을 목표로 팀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 29일(토) 경기의 승부처
1회초 김상현의 투런홈런은 타격기술로 만들어낸 한방.
두가지 부분에서 되짚어 보자면..
첫째, 김선우는 빠른 패스트볼을 인코스에 던졌다. 초구부터 정면승부를 펼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공을 파울로 만들어내지 않고 안쪽으로 집어 넣어 펜스 넘어로 공을 보낸 김상현의 타격은 실로 대단했다. 인코스로 들어오는 빠른공을 가격할때 포인트가 늦으면 손목으로만 스윙이 이뤄져 땅볼타구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반면 앞쪽에서(타자 무릎 근처) 히팅포인트가 형성되면 제대로된 파워를 넣기가 용이해져 강한 타구를 보낼순 있지만 그대신 파울타구가 나올 가능성도 역시 커진다.
김상현은 홈런을 쳐내기에 이상적인 지점인 앞쪽에서 히팅을 하고서도 그걸 파울로 만들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했는데 인코스로 들어오는 공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배트를 쥐고 있는 인사이드 그립부분을 포인트지점에서 길게 가져갔기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만약 그 인코스 공에 대한 포인트지점에서 뒷손목을 빨리 되감아 버렸다면 십중팔구는 파울타구가 나왔을거라고 본다. 배트헤드를 여분의 시간까지 끌고 나왔다가 돌렸기에 홈런으로 연결할수 있었다는 말이다. 이건 굉장히 고급스러운 타격기술이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스스로 터득하며 몸속에 인지되는 능력까지 배가한 김상현의 공포스러움을 엿볼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둘째, 경기 상황이 만들어냈던 홈런이란 점이다.
전날 두산은 루상에 타자를 출루시키는 횟수가 빈번해지며 스스로 무너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를 했다.
KIA 타선을 상대로 두산투수들은 위기상황에서 도망가는 피칭을 했는데 KIA보다 더 많은 안타를 때려내고도 패한것도 이때문이다.
전날 경기 내용을 인식하고 있던 김선우는 초반부터 도망가지 않고 정면승부를 택했다. 결과론적인 말이지만 상대가 김상현이란 것을 망각한 피칭이었다. 바깥쪽 변화구로 김상현을 꼬시는 변화구를 먼저 던졌다면 허무하게 초구홈런을 허용하지 않을수도 있었지만(경기 초반이기에 맞더라도 루상에 주자를 채워주지 않겠다는) 그리고 아주 좋은 코스로 공을 던졌지만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 피칭은 김선우의 실투가 아니였다. 전날 팀 투수들이 난타당하며 패한 원인을 데자뷰하지 않겠다는 의도는 물론, 두산 벤치에서도 도망가지 말고 정면으로 승부하라는 지시가 있었지 않았나 싶다.
만약 김상현이 이러한 부분까지 생각하며 타석에 임했다면 이제 그는 타격천재가 된걸까?
야구는 투수놀음? 하지만 과연 그럴까?
흔히 야구를 투수놀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야구라는 스포츠를 좀 더 긴밀하게 들어다 보면 이말이 꼭 들어맞는 것만은 아니다. 이번 두산과의 경기에서 KIA 타선은 그걸 증명해줬다.
두산이 이번 시리즈에서 2연패를 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투수들의 와일드 피치(Wild Pitch)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와일드 피치가 나오는 경우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두산 투수들은 위기상황에서 KIA 타자들을 두려워 하는게 역력했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다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져서 타자를 꼬시는게 아니라, 미리 타자앞쪽에서 변화구가 형성되어 원바운드에 가까운 볼을 던졌는데 이건 타자의 배팅존에서 변화구 제구력이 되지 않아 `큰것을 맞으면 안된다' 라는 지나친 강박관념이 낳은 산물이다.
이래서 야구는 보편적인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틀속의 고정관념으로 인식되어온 것들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면 안된다.
이번 시리즈에서 두산의 투수력이 KIA 보다 떨어졌기에 2연패를 당했다는 주장은 물론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KIA 타선이 가진 한방 능력이 워낙 뛰어났기에 본래 가지고 있던 기량을 펼쳐보이지도 못하고 도망가는 피칭으로 일관한 두산의 투수들이다. 이걸 `야구는 투수놀음' 이라고 확정시키기 보다는 `타력이 강한 상대'와 맞붙으면 실력외적인 공포감이 생기기에 스스로의 투수력 약화를 가져왔다고 봐야 한다.
타선이 강하면 상대 투수력이 뛰어나더라도 심리적인 공포감만으로도 이길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KIA, 이젠 한국시리즈를 대비할때
앞으로 KIA의 남은 경기수를 감안해 보면 5할 승률만 유지해도 1위가 거의 확정적인 상황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팀 전력이라면 어느팀이 2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승차의 갭은 더욱 벌어질것은 자명하다.
9월부터는 엔트리가 확장된다. 아마 김종국이 1군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큰데, 한동안 1군에서 그 모습을 볼수 없었던 원인은 잦은 부상때문이기도 했지만 신인 안치홍과 김선빈이 2루자리를 지켜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야 수비에서 유격수와 더불어 가장 중요시 되는 2루 포지션을 어린 두선수만 믿고 한국시리즈를 맞이한다는 것은 결코 안심할수 없는 부분이다.
김종국은 프로경력이 일천했던 시절 한국시리즈를 경험해 봤음은 물론 해태에서 KIA로 바뀐 이후 2002년-2003년 플레이오프, 2004년,2006년 준플레이오프를 각각 뛰어본 경력이 있다.
아직은 큰 경기에서 김종국만한 선수가 없다는 뜻이다.
작년 롯데와 삼성의 준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 많은 전문가들은 롯데의 우세를 예상했었다.
하지만 롯데는 삼성에게 힘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한해 농사를 매조지하고 말았는데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 선수들은 정규시즌과는 다른 경직된 플레이는 물론 하지 말아야 할 실수(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성 플레이 포함)까지 하며 허망하게 물러났다. 큰 경기를 뛰어보지 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 낳은 결과물이었다.
당시 준플레이오프를 앞둔 시점에서 롯데의 우세가 예상된다는 질문에 진갑용(삼성)은 " 큰 경기는 정규시즌과는 완전히 다르다. 경기를 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달려가는 순간부터 심적인 긴장감은 생각 이상의 압박감으로 다가올 정도다. 롯데의 전력이 우리보다 낫지만 이점이 변수로 작용될것이다" 라고 소감을 밝힌바 있다. 진갑용의 이말은 정확히 적중했으며 실제로 롯데가 받은 정신적인 압박감은 경기를 통해 충분히 느낄수 있을 정도였다.
올시즌 KIA 역시 마찬가지다. 9월에 들어서면 김종국에게 1군경기의 감각을 유지하는 라인업을 짤 필요성이 그래서 더 와닿는다. 비록 지금 KIA가 팀 장타력으로 연일 상대팀을 초토화 시키곤 있지만 정규시즌과는 다르게 한국시리즈와 같은 큰 경기는 투수력이 총동원된다. 그때가서도 지금과 같은 공격력을 보여준다는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란 뜻이다. 지금 KIA에게 마지막 남은 퍼즐 한조각은 김종국의 1군 복귀라고 본다.
세대교체의 중심에 놓여 있는 노장 선수지만 아직 KIA에겐 김종국의 존재가 필요하다.
사진/ KIA 타이거즈 & 두산 베어스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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