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라는 말을 먼저 해야할까? SK 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스를 9-5로 물리치고 첫판을 가져왔다. SK는 초반 호투를 보여준 김광현이 5회초 급격하게 페이스가 흔들렸지만, 이후 계투진의 활약과 활화산과 같던 팀 타선의 호조가 맞물리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반면 삼성은 초반엔 김광현의 호투에 밀리며 고전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5회초 김광현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며 급기야는 역전까지(3-2) 성공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마치 플레이오프때처럼 한번 찬스를 잡으면 기필코 대량득점으로 연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라도 한듯.
하지만 김광현을 무너뜨리는데까지는 성공했던 삼성이지만 이후 정우람의 호투에 밀리며 정대현-전병두-송은범으로 이어지는 계투진을 상대로 홈런으로만 2점을 획득하는데 그치며 결국 백기를 들었다.
한국시리즈 전에 썼던 글에서도 간단히 언급했다시피, 이번 1차전 대결은 분위기 싸움이었다. 초반 분위기는 SK가 가져왔지만 김광현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삼성의 공격은 자칫 이대로 경기가 끝날것 같던 흐름을 다시 되돌리기에 충분했다. 김광현은 최고 150km의 포심 패스트볼과 140km에 이르는 슬라이더로 4회까지 삼성타선을 무실점을 틀어막았다. 특히 3회초 이영욱을 볼넷을 내보내기전까지는 삼진을 무려 8개나 잡아내며 명불허전 그 자체의 위압감을 보여주며 삼성벤치를 답답하게 했다.
하지만 5회초 삼성은 진갑용의 볼넷과 신명철의 좌중간 2루타가 연속해서 터지며 김광현을 당혹스럽게 했다. 여기서 신명철을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김광현이 선두타자 진갑용에게 볼4개를 연속해서 허용하자 신명철은 김광현의 초구를 공략해 성공했다는 점이다.
김광현 입장에서는 진갑용에게 스트라이크를 하나도 던지지 못하고 볼넷을 내줬기에 주자를 모으지 않는 즉, 다음타자 신명철을 상대로는 반드시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져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대투수의 심리를 읽고 대처한 신명철이었다. 결국 이것이 화근이 된 김광현은 이후 또다시 강봉규에게 볼넷(무사만루)을 허용하더니 이영욱에게 희생타를 맞고 한점을 내준다. 스코어 2-1.
이어진 찬스에서 삼성은 박진만의 3루땅볼로 맞은 2사에서 김광현의 포투로 동점, 이어서 박한이의 중전적시타까지 터지며 기여코 3-2 역전에 성공한다. 다음타자 김상수에게 또다시 볼넷을 헌납한 김광현은 마운드에서 내려왔고 바뀐 투수 정우람이 박석민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지만 좌타자 최형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숨가빴던 5회초 경기를 끝마친다.
하지만 위기 뒤에 찬스라는 말이 있듯, 야구가 흐름을 타는 경기라는 점을 또다시 증명해주며 5회말 SK는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삼성 선발 레딩은 선두타자 정근우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물러났고 바뀐 투수 좌완 권혁은 좌타자 박재상마저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맞는다. 한타자만을 상대하고 물러난 권혁을 대신해 권오준이 올라와 박정권과 이호준을 틀어막고 위기를 넘기는가 싶었지만 최정의 내야안타가 이어지며 SK는 공격의 불씨를 이어갔다.
이때 김강민을 대신해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대타 박재홍. 그리고 권오준을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오승환. 하지만 오승환은 올라오자 말자 박재홍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밀어내기 점수를 허용한다. 간단히 동점을 만든 SK는 다음타자 김재현이 오승환으로부터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역전에 성공, 오승환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삼성은 6회초 강봉규의 솔로홈런으로 한점을 추격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6회말에서 수비에서 이날 승패를 결정짓는 추가점을 내주며 무너진다. 6회말 마운드에 오른 이우선은 선두타자 나주환을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이후 정근우에게 우전안타에 이은 2루 도루 허용, 그리고 박재상에게 마저 2루타를 얻어맞고 이날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때까지 스코어는 6-4 SK의 리드.
이어진 공격에서 SK는 마치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다음타자 박정권의 투럼홈런까지 합세하며 단숨에 8-4까지 달아났다. 이후 최정의 2루타와 김재현의 1타점 적시타까지 터진 SK는 6회말에만 도합 4점을 획득, 삼성의 의지를 완전히 꺾어 버렸다. 삼성은 8회초에 박석민이 정대현으로부터 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한점을 만회했지만 더 이상 뒤쫓기엔 송은범의 공이 너무나 좋았다.
이날 SK가 승리할수 있었던 것은 베테랑 김재현과 가을만 되면 미치는 박정권의 활약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먼저 박정권이 6회말 쐐기를 박는 투런 홈런을 칠때의 상황으로 되돌아가 보자.
박정권이 타석에 들어서기전 6-4로 앞서있던 SK를 맞아 이우선은 아마도 루상에 주자를 더 이상 내보내면 힘들것으로 봤을 것이다. 볼카운트가 1-3으로 투수에게 불리한 상황에서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가다 박정권에게 홈런을 얻어 맞기전 분위기와 상황 자체가 그랬기 때문이다.
박정권이 홈런을 터뜨릴때의 상황을 보면 칭찬해줄 부분이 있다. 아마도 자신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였기에 공 하나를 더 보자는 마음에서 두가지를 생각했던것 같은데..
박정권이 포심을 노리고 스윙을 했다면 아마도 그 타구는 좌측폴대를 기준으로 그 언저리로 날아가는 타구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박정권의 미트 포인트는 앞쪽이 아닌 약간 뒤에서 형성됐다. 이것은 그만큼 변화구를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풀이할수 있는데, 박정권의 평소 타격스타일 즉, 앞발을 잡아당겨(뒤쪽으로) 지면에 한번 두드리는 소위 토우 탭(Toe-Tap) 타법시 그 타이밍이 보통때마다 늦었기 때문이다.
경기를 보면서 뭔가 타이밍이 약간 어긋나 있는듯 싶어서(맞는 순간엔 넘어갈지는 몰랐음) 리플레이로 다시 보니까 평소 첫 앞발의 터치, 그러니까 넓은 준비스탠스에서 앞발을 뒤로 이동해 지면에 두드리는 타이밍이 포심을 염두에 둔 타이밍의 시발점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결국 이우선의 공을 좀 더 관찰할 시간적 여유를 둔 것이 마침 변화구가 한가운데로 들어왔고, 평소의 히팅 타이밍은 아니었지만 박정권은 멋지게 이공을 통타해 우중간 홈런으로 연결했다. 박정권은 이날 3타수 2안타(홈런)3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2007 한국시리즈 MVP에 빛나는 김재현의 활약도 대단했다.
5회말 김재현은 오승환을 상대로 2타점 좌전적시타를 때려냈는데, 볼카운트 2-3에서 오승환이 던진 가운데에서 약간 빠지는 공을 밀어쳐 좌전안타를 터뜨렸다. 자세히 보면 김재현 역시 히팅 타이밍이 제대로 된 상태에서 공략했다고는 볼수 없었다. 조금 늦었다 싶은 공을 손목을 이용해 툭 건드리는듯한 인상이었는데, 힘들이지 않고 이러한 스윙을 보여줄수 있었던건 역시 베테랑 타자였기 때문에 가능했지 않았나 싶다. 김재현 역시 3타점(2안타 볼넷1개)을 쓸어담으며, 경기 MVP에 선정됐다.
김광현에 이어 5회초 마운드에 오른 정우람은 첫타자 박석민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지만 2사 만루 위기에서 좌타자 최형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끊었다. 삼성 입장에서는 5회초 공격에서 김광현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SK 공격력을 감안할시, 그리고 이번 포스트시즌이 원래 한번의 찬스에서 대량득점이 터진다는 미신 아닌 믿음이 있던터라 5회초 3-2 역전에 성공한 후 더이상 추가점을 뽑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특히 2사 후 등장했던 타자가 4번타자 최형우란 점을 감안하면 특히 더 미련이 남을수 밖에 없었다. 이날 최형우는 안타 없이 볼넷 하나(삼진2)만을 기록하는데 그쳐, 전혀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또한 삼성은 5회말에 권오준을 내리고 오승환을 투입한 것도 시기상 문제가 있었지 않았나 싶다.
물론 권혁이 박재상을 상대로 볼넷을 내준것이 이번 시리즈의 장기적인 안목에 봤을때 더 치명적이지만 권오준에 이어 오승환을 그 상황(2사만루)에서 올렸다는 것은 더욱 납득하기 힘든일이다.
오승환은 실전경기에서 뛴지가 오래됐기에 그를 테스트할 성격이었다면 완전히 경기가 넘어갔거나, 아니면 우리쪽(삼성)이 넉넉한 점수차로 이기고 있을때 올렸으면 싶었다. 이렇게 박빙, 또한 그 시점이 이날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던지라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다. 솔직히 말하면 플레이오프때부터 선동열 감독의 투수교체는 도저히 예측할수도 없고, 뭐가 뭔지(내 기준으로만 보자면) 이질감이 들어 글을 쓰는데 있어 망설여진다.
일전에도 언급한적이 있지만 야구 경기에서 점수가 나는 상황을 보면, 첫 타자를 볼넷(또는 몸에 맞는볼)으로 내보냈을시 실점할 확률이 매우 높다. 특히 올해 포스트시즌에선 이러한 양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0-2으로 뒤지고 있던 삼성이 5회초 공격에서 3점을 획득하며 역전시켰던 것도 선두타자 진갑용의 볼넷으로부터의 시작이었다. 3회초 삼성은 진갑용,강봉규,김상수의 볼넷과 박석민의 몸에 맞는 볼로 무려 4명의 타자가 걸어나갔는데 이쯤되면 볼넷은 눈물의 씨앗 정도가 아니라 상대팀 입장에선 ‘피눈물의 씨앗’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SK도 마찬가지였다. 역전을 허용한 직후 곧바로 이어진 5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 정근우는 볼넷으로 출루해 결국 홈까지 밟았다. 다음타자 박재상과, 대타 박재홍까지 볼넷 행진에 동참하며 삼성이 5회초에만 무려 5명의 투수가 이어던지게끔 했던 것도 적시타 이전에 볼넷이 화근이었다.(레딩-권혁-권오준-오승환-정현욱) 독자님들께서는 선두타자가 볼넷을 얻어 출루하면 그 이닝에서 득점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2차전 선발로 SK는 이승호(큰), 그리고 삼성은 차우찬을 예고했다.
당초 카도쿠라의 선발 투입이 예상됐지만, 이승호를 예고한 SK는 개인적으로 보험용 선발 등판이 아닐까 보여진다. 이승호를 투입해 기대 이상으로 이닝을 소화하게 되면 그대로 가는 것이고, 반대로 초반에 흔들리면 상황에 맞게 카도쿠라를 투입, 2차전까지 잡겠다는 김성근 감독의 복안이 아닐까 보여지기 때문이다.
SK는 1차전에서 김광현을 빨리 내리고도 승리를 가져갔다. 단기전에서 에이스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는건 사실상 그 경기는 패했을때를 의미한다. 하지만 초반 좋은 공을 뿌리고 있었음에도 한순간에 무너진 김광현은 이후 등판한 투수들의 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었기에 데미지는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84개의 공을 뿌린 김광현은 앞으로 남은 시리즈에서 활용할 여분의 공간이 많기에 오히려 팀 입장에선 악재가 아닌 이익이 아닐까?
반대로 삼성은 2차전이 사실상 이번 한국시리즈의 성패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경기다.
플레이오프때 부진했던 차우찬이 막강 SK를 상대로 부활할수 있을지, 그리고 부활한다면 어느정도의 이닝까지 막아낼 것인가가 시리즈 향방의 분수령이다. 이제부터 삼성은 한경기 한경기가 벼랑끝에 서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플레이를 할 시점에 와 있다. 한번 분위기를 탄 SK가 만약 2차전마저도 가져간다면, 어쩌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일찍 올 시즌 마지막 경기를 볼 가능성이 크다. 차우찬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졌다.
사진/ 삼성 라이온스, 뉴시스, 연합뉴스, SK 와이번스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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