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벼랑끝에서 살아남았다.
인천 문학 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롯데는 5회초 손아섭의 적시타와 6회초 이대호의 솔로 홈런을 앞세워 SK를 2-0으로 물리치고 시리즈 전적 2승2패 동률을 맞췄다.
3차전을 포함, 이번 포스트시즌 포스팅에서 늘 강조했듯 단기전은 선취점이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 쟁쟁한 투수들이 총동원하는 단기전이다 보니 선취점을 얻고 가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승부의 향방에 있어서 바로미터다. 이날 4차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양팀의 선발투수는 롯데는 크리스 부첵, SK는 윤희상을 내세웠다. 이번 시리즈가 경기 중반 이후에 승패가 엇갈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번쯤 선발투수가 무너질뻔한 예상도 가능했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부첵은 매 이닝 위기상황을 맞았지만 3.1이닝(2피안타, 2볼넷, 2실점)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힘이 떨어진 4회말 장원준과 교체됐다. 롯데 입장에선 이 순간이 이날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원래 장원준은 5차전 선발로 내정됐던 투수다. 하지만 롯데 입장에선 5차전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
1사 1루 상황에서 장원준은 마운드에 올라오자 말자 박정권을 2루수 땅볼로, 그리고 1루주자 마저 병살로 처리하며 큰 고비를 넘겼다. 롯데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었고 결과였다.
위기를 넘긴 롯데는 8회초 공격에서 이대호의 솔로홈런 한방으로 쐐기점을 얻었다.
9회말 마운드에 오른 김사율은 2사 후 박재상에게 2루타를 얻어 맞았지만 박정권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롯데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 냈다.
전날까지 장타없이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이대호는 이 홈런 한방으로 4차전 승부를 결정지었고, 이제 되살아난 이대호를 앞세운 롯데가 5차전의 희망을 안은채 부산으로 향하게 됐다.
이날 경기는 중간계투로 마운드에 올라 4이닝을 무실점으로 호투한 장원준이 MVP를 차지했다.
SK 윤희상의 포크볼, 패했지만 희망을 던졌다.
4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한 윤희상(26)은 노망주다.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투수로 올 시즌 막판 보여준 투구는 향후 SK의 선발투수로 부족함이 없다는 걸 유감없이 보여줬다.
윤희상은 아직 한국야구에서 낯설은 포크볼을 주무기로 하는 투수다. 이미 KIA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포크볼의 위력은 확인된 바 있고 이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윤희상은 140km 중반의 포심 패스트볼과 카운트를 잡는 포크볼과 타자의 배트를 유도하는 볼성 포크볼, 그리고 흡사 슈트볼(인사이드 역회전)을 연상케 하는 타자 몸쪽(우타자 기준)으로 휘면서 아래로 떨어지는 포크볼이 일품인 투수다.
롯데가 초반을 어렵게 끌고 간 것은 윤희상의 포크볼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5회 공격에서 손아섭의 적시타가 터져 나오긴 했지만 바깥쪽 포크볼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는 실투성 공이었다. 특히 우타자 강민호를 상대로 보여준 윤희상의 포크볼은 떨어지는 공이 아닌 스트라이크 존에서 형성된 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민호는 연신 헛방망이를 돌리기에 급급했다.
이것은 타자의 스윙궤적과 포크볼이 지닌 궤적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민호는 타격스타일상, 몸의 회전력이 돋보이는 타자다. 스윙궤적은 여타의 타자들에 비해 좀더 걷어올리는 즉 어퍼컷 스윙(Uppercut Swing)에 좀더 특화된 타자로 특히 높은쪽에서 몸쪽으로 휘면서 떨어지는 포크볼에 쥐약일수 밖에 없는 타격스타일이다. 아마도 눈에는 제대로 보였을 이공이 강민호 입장에선 상당히 곤란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윤희상은 포크볼의 위닝샷을 앞세워 5이닝 동안 6탈삼진을 기록했지만 타선의 지원없이 빛바랜 역투로만 만족해야 했다. SK가 5차전에서 승리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할지, 아니면 반대로 탈락해 시즌을 종료할지는 모르겠지만 올해 SK는 윤희상과 박희수를 건진 것만으로도 팀 마운드의 미래를 밝게 했다는 점에서 크나큰 수확이었다라고 평가받을만 하다.
이대호가 살아났다. 하지만...
이대호 타격의 가장 큰 장점은 물 흐르듯 부드러운 스윙이다. 이대호가 헛스윙을 했을때를 유심히 한번 보자. 보통 타자들 같으면 허리가 급격하게 돌아가 앞발이 주저 앉는듯 하며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내딛은 앞발 끝이 빨리 꺾이며 앞 어깨가 미리 오픈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대호는 헛스윙을 하더라도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드물다.
이것은 곧, 공을 자신의 포인트까지 끌려 들여 스윙을 하는 이대호 특유의 스윙도 일정부분을 차지하지만 타격폼 자체가 굳더더기가 없을만큼 매우 부드럽게 스윙의 일련과정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도 그 이유일수 있다. 결국 포스트시즌 들어 이대호가 부진했던 건 타격폼에 대한 문제나, 스윙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성급한 마음이 앞서 좋지 않은 공에 배트가 나간다던가 투수의 투구패턴을 일찍 판단해 공격하는 조급함이 낳은 산물이었다.
이번 4차전에서 이대호는 팀이 1-0으로 앞선 8회초 공격에서 SK의 바뀐 투수 이영욱을 상대로 볼카운트 1-1에서 느린 커브(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를 잡아당겨 좌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이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포스트시즌 들어 이대호가 부진했던 가장 큰 원인이 조급함이다. 하지만 이번 홈런은 시속 107km의 느린 커브볼을 공략했다. 이 순간 이대호가 조급한 마음에 스윙을 가져갔다면 결코 홈런 타구를 만들어내진 못했을 것이다. 타석에서 여유를 갖는, 그리고 공을 자신의 포인트까지 잡아당겼다가 특유의 부드러운 스윙으로 타구를 담장밖으로 넘겨 버렸다.
아마도 이대호는 그동안 자신의 부진이 마음의 부담으로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4차전에서 팀을 살린 이 한방은 이대호 본인 뿐만 아니라 롯데 공격에 있어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5차전 역시 롯데가 비빌 언덕은 이대호의 방망이다. SK 역시 이대호를 상대로 쉽게 갈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앞뒤 타석에 배치된 롯데 타자들에게는 시너지 효과까지 발휘, 그리고 이대호를 볼넷(고의)으로 내보냈을때 그 다음 타자들이 어떠한 타격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한국시리즈 진출 여부가 판가름 날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대호와 같은 타자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의 장점이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투수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결코 롯데가 유리하다고만 볼수 없다.
5차전 선발 투수는 김광현(SK)과 송승준(롯데)이다. 하지만 5차전에서 선발 투수를 길게 끌고 갈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본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김광현이 초반에 흔들리면 불펜 투수들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김광현은 1차전에서 선발로 나와 3.2이닝을 던지며 8피안타(1홈런) 4실점의 실망스런 투구내용을 보여줬다. 이만수 감독대행이 불펜 총동원령을 내린 것은 에이스 김광현의 컨디션을 감안한 것이다.
SK는 3차전에서 호투한 박희수를 비롯해, 정우람, 이승호(작은), 정대현이 4차전에는 투입되지 않았다. 이 불펜 투수들의 휴식기간이 넉넉하기에 체력적인 부분 역시 우려할 만한게 없다. 어쩌면 초반 SK가 리드를 안고 간다면 롯데로썬 힘겨운 싸움이 될수도 있다. 롯데 역시 2차전에서 1실점(6이닝 5피안타)으로 호투한 송승준이 있다. 만약 송승준이 2차전과 같은 모습을 재현해 준다면 SK 불펜이 동원되기 전에 롯데가 반드시 선취점을 얻고 리드하는 경기상황이여야 한다.
필자가 예상 하기론, 5차전은 그 어떤 경기보다 선취점의 갖는 의미가 매우 중요할듯 싶다.
이것은 SK 불펜 전력, 그리고 최근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송승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중반 이후 승패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제 플레이오프는 어느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든 결국 삼성만 미소짓게 됐다.
하지만 야구는 체력적인 부분, 그리고 투수력의 싸움이 모든 전력평가의 기준은 아니다. 상승세를 타고 가는 팀 역시 단기전에서 보여준 승리 인지능력을 계속해 유지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두산 베어스(2001년)가 그랬고 80년대 후반 해태 타이거즈(현 KIA)가 그랬다. 양팀 모두 5차전에서 수준 높은 경기, 그리고 잊혀지지 않을만큼의 명승부를 보여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 SK 와이번스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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