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승 5패 승률 .821 그리고 15연승. 한때 아마 최강이라 불렸던 쿠바 야구대표팀의 국제대회 성적이 아니다. SK 와이번스(이하 와이번스)가 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까지 잡아내며 15연승을 내달렸다. 쫓고 쫓기던 경기가 전개된 이날 경기는 사실, 와이번스 입장에선 연승질주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경기였다. 6회초까지 LG에 2-4로 뒤지고 있었던 와이번스는 그러나 6회말 4번타자 박정권의 솔로홈런이 터지며 한점차까지 추격하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더니 8회말에 기여코 역전에 성공한다.
8회말 LG는 이상열이 선두타자 박재상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하자 곧바로 마무리 오카모토 신야를 마운드에 올렸다. 1사 2루 상황에서 김재현을 상대한 오카모토는 그러나 유격수 오지환이 실책을 범하며 단숨에 1사 1,3루 상황이 됐다. 이후 대주자 모창민의 2루도루까지 이어지며 이젠 안타 하나면 역전이 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다음타자 박정권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단숨에 1사 만루상황.
타석에는 이날 승부의 키를 쥐고 들어선 박경완. 하지만 오카모토의 초구가 포수 조인성의 가랑이 사이로 빠지며(포일) 3루주자가 홈을 밟아 4-4 동점이 됐다. 곧이어 박경완은 오카모토의 높은 공을 좌전안타로 연결하며 기여코 역전에 성공한다. 스코어는 5-4. 한국에 진출한 이후 오카모토의 첫 블론세이브가 작성된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LG의 반격도 결코 만만치가 않았다. 9회초 공격, 2사 3루에서 조인성의 동점적시타가 터지며 또다시 승부는 5-5 동점이 됐다. 저력의 와이번스를 상대로한 LG의 뒷심이 명승부를 이어가게 하는 극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진짜로 극적인 순간은 9회말 와이번스의 마지막 공격에서 대미를 장식했다.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오카모토는 2사까지 잘 막아내며 연장전에 돌입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했지만 다음타자 조동화에게 2구째(142km 포심패스트볼)를 통타당하며 끝내기 홈런을 허용, 패전투수가 됐다. LG와의 3연전을 싹쓸이한 와이번스는 15연승, 그리고 LG는 4연패에 빠지며 승률이 다시 5할 밑으로(.462)으로 내려갔다.
선발 야구, 그것은 SK 전력의 핵심 요소
이팀을 보면 정말로 무섭다는게 느껴진다. 김재현과 박재홍이 대타로 나올정도면 더 이상 설명조차 할 필요가 없는 전력이다. 하지만 진짜 와이번스의 강점은 탄탄한 선발 로테이션에 있다고 본다.
카도쿠라 켄과 게리 글로버, 그리고 기존의 송은범과 고효준, 에이스 김광현까지 합류했다. 또한 선발로 키우면서 쓸거라는 엄정욱도 있다. 여기에다가 KIA에서 와이번스로 이적한 후 기량이 일취월장한 전병두도 조만간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KIA 시절 광주구장 입구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잡은 사마귀를 병뚜껑에 넣어놓고 벌레와 친하게(?) 지냈던 그때의 전병두가 아니다.
혹자들은 1993년 해태 타이거즈 전력을 지금의 와이번스와 비교하는데 선발 투수만 놓고 보면 지금 와이번스가 더 낫다고 본다. 당시 해태는 6명의 10승 투수들을 배출했지만 마당쇠 역할을 했던 송유석(11승)은 선발투수가 아니었고, 마무리 선동열(10승, 31세이브) 역시 선발이 아니기에, 올 시즌 와이번스 선발투수력은 역사상 최고라고 해도 이견이 없을 정도다.
선발투수들의 투구숫자에 따라 등판 경기를 조절할 정도로 매우 창의적인 마운드 운영을 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의 영향력도 결코 무시할수 없는 요소다.
안정된 수비력, SK 야구의 진가는 바로 이것
사실 SK는 타격의 다른면, 그러니까 과거 삼성의 공포의 중심타선이나 빙그레의 다이나마이트 타선, 그리고 해태의 KKK 라인등과 비교해 보면 폭발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타선 전체의 짜임새다.야구는 9이닝을 하는 경기다. 쉬어가는 타순이 없는 팀은 어느 이닝,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득점을 올리수 있는 기대감이 있고, 실제로 지금 와이번스는 이를 실천해 내고 있다.
수비력 역시 와이번스가 연승을 달리는데 있어 결코 빼놓을수 없는 부분이다. 만년 하위팀인 일본의 오릭스 버팔로스, 그리고 팀 전력에 비해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이 있는 국내 롯데 자이언츠가 강팀으로 꾸준히 불릴수 없는 것은 다른 곳보다 수비에 있다. 개인적으로 `타고난 재능보다는 꾸준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 라는 이 용어를 야구의 타격에만 국한시키자면 이율배반적인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두산의 이종욱이, KIA의 이용규가, 그리고 LG의 이대형이 아무리 홈런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이들은 홈런타자가 될수가 없다. 왜냐하면 선천적인 체격조건과 파워를 그렇게까지 밖에 타고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비는 그렇지가 않다. 한때 수비때문에 타격 재능을 꽃피우지 못할것이란 전망을 들었던 3루수 최정은 최고수준의 선수로 변화를 끝마쳤다. 개인적으로 노장선수들을 제외하고 황재균(넥센)과 최정을 국내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갖춘 야수라고 평가한다.
이렇듯 와이번스는 언제부터인가 있는 자원에서의 선수기량 발전, 그리고 주전과 비주전간의 실력차이를 최소화 시키며 약점 없는 팀으로 꾸준히 진화했고 지금은 그 정점을 찍고 있다.
SK 와이번스는 히로시마 토요 카프 보다 뛰어난 팀
얼마전 독자님 한분께 매우 난처한 질문을 받았다. 현재 와이번스의 전력을 일본내 팀들과 비교하면 어느정도 수준이 일까? 라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올 시즌 들어가기에 앞서 일본프로야구 12개팀의 프리뷰 시간에도 언급한적이 있지만 올해도 센트럴리그 꼴찌가 유력시 되는 히로시마 팀보다 지금의 와이번스 전력이 더 좋다고 본다.
마티 브라운(현 라쿠텐 감독) 감독이 팀을 떠나면서 물려준 유산이라고 평가되는 젊은 선수들과 비교했을때 와이번스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중 마에다 켄타와 아오키 타카히토(선발 투수)를 제외하면 엉망인 선발마운드, 41살의 나이에 더 이상 기대할것이 없어진 타카하시 켄, 그리고 지난해 리그 탈삼진왕을 차지했던 콜비 루이스가 떠난 마운드까지 더하면 이팀은 해마다 전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푸에르토리코 대표팀에서도 활약한바 있는 알바라도(전 LA 다저스 산하 AAA)를 올해 영입했지만 부도수표 기미가 보이고(빨리 내보내야 할듯),지난해까지 마무리를 맡았던 나가카와 카즈히로는 올시즌엔 초반부터 불을 지르며, 작년 `필승계투'요원으로 활약했던 마크 슐츠가 마무리로 보직을 이동할 정도로 팀 투수력이 엉망진창이다. 투수력만 놓고 보면 절대로 와이번스가 히로시마보다 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타선도 똑딱이 타자 히로세 준,그리고 히로시마의 미래라 불렸었던 더불어 마티 브라운 전 감독의 애제자였던 소요기 에이신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타선이 아사상태다. 그나마 경험있는 타자들중 2루수 히가시데 아키히로가 있지만 아시다시피 이선수는 장타력과는 거리가 먼 선수다.
히로시마가 팀 장타력 회복을 위해 데려온 호주 출신의 외국인 타자 저스틴 휴버(전 미네소타)는 조만간 쫓겨나도 할말이 없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부터 4번타자 몫을 전혀 못하고 있는 쿠리하라 켄타는 시즌이 시작된지 한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2할대 초반에 머무는 타율(.220 홈런3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록 리그가 다르긴 하지만 현재 히로시마 팀정도의 선수구성이라면, 덧붙여 만약에 와이번스가 일본 센트럴리그로 갈수만 있다면 히로시마보다 아래에 있는 전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1군 엔트리에 등록할수 있는 외국인 선수 4장의 카드, 히로시마가 육성군으로 영입한 지난해 시코쿠 · 큐슈 아일랜드 리그 평균자책점 1위인 윌피레이셜 게레로과 같은 추가적 외국인 선수까지 동일하게 영입할수 있는 여건까지 갖춰진다면(일본리그에 맞는 선수영입을 와이번스도 똑같이 적용한다면) 충분히 하위권에서만 놀지는 않을듯 싶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윤석구의 야구세상의 생각이지만 그만큼 지금 와이번스의 야구수준은 이미 한국리그에서 뛸 이유가 없을 정도로 공포의 팀 이상의 경이적인 팀이라고 본다.
지난해 와이번스는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 7차전까지 가는 접전끝에 3년연속 우승을 달성하는데 실패했다. 7차전이 끝나고 김성근 감독은 "내년에는 우리팀 유니폼을 보기만 해도 상대팀이 저절로 주눅이 들정도로 더더욱 강팀이 되어 돌아오겠다" 라는 멘트를 한적이 있다.
패자의 억울함, 그리고 말로 형언할수 없는 안타까움을 내년시즌에 모두 돌려받겠다는 그의 다짐은 올해 약속으로 되돌아 왔다.
와이번스는 이번 주중 넥센과의 3연전을 시작으로 다시 연승가도를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님 댁에 면도기 놔드려야겠다." 라는 7개구단 팬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외면하고 어디까지 연승을 이어갈지 올 시즌 한국야구의 화두는 SK 와이번스에게 쏠린지 오래다.
사진/ SK 와이번스 * 연합뉴스
윤석구 (http://hitting.kr/)
글 작성하면서 들었던 음악: Guns N' Roses "Don`t C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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