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포츠종목을 막론하고 언더독(Underdog)이라 평가받는 팀 또는 선수는 경기에 임하는 각오부터가 다르기 마련이다. 특히 개인종목은 대체적인 평가가 곧바로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한데, 전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인 퀸튼'램페이지'잭슨의 경우가 바로 이러한 선수중 한명이다.

물론 그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상급 파이터지만 이번 UFC92에서 그와 상대한 선수는 과거에 퀸튼 그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던 선수였다. 바로 '도끼 살인마' 라는 무시무시한 닉네임의 반더레이 실바다.

퀸튼과 실바는 프라이드시절 2번이나 맞붙은 경험이 있다. 결과는 실바가 2번모두 KO승을 거뒀는데 당시 22연발 니킥의 실바는 공포 그자체의 포스였다. 특히 2004년 2번째 대결에서 실바는 넥클린치 상태에서 퀸튼의 안면에 니킥을 적중시키며 그를 링줄에 걸어버렸는데 실바의 경기중 최고로 손꼽히는 명장면이기도 했다.

                                                               [UFC92]

4년만에 UFC92에서 맞붙은 두선수는 이러한 인연으로 인해 더더욱 관심을 모을수밖에 없었다.
경기전 예상은 팽팽했다. 실바가 이긴다는 쪽은 "퀸튼 내면속에 숨겨진 공포심을 이겨내기 힘들것이다" 와 덧붙여 지난 경기에서 키스 자르딘을 초살로 물리친 실바의 상승세 및 옥타곤 적응이 끝났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퀸튼이 우세하다는 쪽은 "프라이드 무대와 옥타곤은 다르다" 와 더불어 프라이드 시절과 비교해 일취월장해진 퀸튼의 기량을 그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경기결과는 1라운드 퀸튼의 싱거운 KO승으로 끝나고 말았다. 실바를 바닥에 눕히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분 20초. 4년 5개월을 기다린 퀸튼의 복수가 성공한 것이다.

야구에서의 타격(Batting)이 타이밍 싸움이듯 퀸튼의 레프트 훅 역시 기가 막힌 상황에서 나온 타이밍이었다. 1라운드 후반 전진스텝을 밟으며 양훅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실바의 펀치를 퀸튼 특유의 안면 블로킹으로 막은 후 레프트 카운터를 실바의 턱에 꽂아넣는 타이밍이 환상적이었다. 일부에서는 럭키성 펀치라는 의견이 나올수도 있지만 실바의 리드가 되는 왼손훅 이후 두번째 오른손 훅이 빗나가자 나온 카운터였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 없는 퀸튼의 완벽한 승리다.
레프트 훅을 허용하며 실신한채 쓰러진 실바를 향해 퀸튼은 다시 파운딩을 퍼부으며 지난 2번의 패배가 남긴 쓰라린 상처를 완벽하게 치유하기도 했다.

실바는 2006년 프라이드 무차별급 GP에서 미르코 크로캅의 하이킥에 실신 KO패를 당한 이후 미들급 타이틀전에서 댄 핸더슨에게 KO패 그리고 이번 퀸튼에게마저 KO패를 당하며 내구력이 갈수록 약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퀸튼은 '아이스맨' 척 리델을 KO로 잡고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한 이후 포레스트 그리핀에게 판정패하며 타이틀을 내줬지만 실바를 잡음으로서 다시한번 타이틀에 도전할수 있는 발판을 마련게 됐다.

UFC92에서는 또하나의 빅매치가 있었는데 헤비급 잠정 타이틀전인 "미노타우로" 안토니아 호드리고 노게이라와 프랭크 미어간의 대결이다. 익히 많은 MMA 팬들이 알고 있다시피 호드리고는 강한 체력과 강철 맷집을 자랑하는 불꽃부활의 화신인 선수인데 결과는 미어의 2라운드 KO승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날 경기에서 미노타우로는 스탠딩 타격에서 미어에게 밀리면서 1라운드에서만 3번의 다운을 당했다. 이미 승패가 기울었던것.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한번의 기회만 찾아오면 미노타우로의 주특기가 나올수 있기 때문에 긴장감은 여전했다. 과거 미르코 크로캅과 팀 실비아를 잡아냈던 미노타우로의 매직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의 미노타우로가 아니였다. 1라운드와 마찬가지로 2라운드에 들어와서도 미어의 원투 스트레이트에 이은 앞손 어퍼컷을 허용하며 위태위태하더니 2라운드중반 미어의 왼손 스트레이트 두방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미어는 바닥에 쓰러진 미노타우로를 향해 무차별 파운딩을 퍼부으며 결국 레프리스톱을 받아냈다. 미노타우로 커리어 사상 최초의 KO패순간이기도 했다.

                [오늘 패배한 3인방들, 좌로부터 반더레이 실바, 포레스트 그리핀, 미노타우로]

미어는 과거 허벅지뼈가 부러질 정도의 큰 교통사고를 당한적이 있지만 이걸 극복했음은 물론, 이번 경기전 언더독이란 세간의 평가를 무색하게 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앞으로 미어는 브록 레스너와 헤비급 타이틀을 놓고 격돌할것으로 예상된다.

메인매치 마지막으로 펼쳐진 UFC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전도 오늘 경기의 백미중 하나였다.
퀸튼 잭슨을 물리치고 챔피언에 올랐던 포레스트 그리핀과 척 리델을 라이트 훅 한방으로 잠재웠던 라샤드 에반스의 경기는 시종일관 핀치에 몰렸던 에반스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끝이났다.

경기 초반부터 그리핀의 레그킥과 스트레이트에 고전했던 에반스는 3라운드 초반 단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승기를 잡았다. 3라운드 초반 그리핀의 바디킥을 캐치하며 그라운드로 몰고 간 에반스는 하프가드에서 오른손 파운딩을 퍼부으며 그리핀을 폭격한 이후 왼손 파운딩으로 경기를 매조지 했다. 새로운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으로 등극한 것이다.

에반스의 승리로 인해 라이트헤비급은 전입가경,예측불허의 물고 물리는 강자들의 체급이란 것을 한번더 입증하기도 했다.
기존의 강자였던 척 리델은 프라이드시절 포함 퀸튼 잭슨에게 2번씩이나 KO패. 퀸튼은 그리핀에게 잡혔으며 실바는 리델과 퀸튼에게 연이어 패했다. 키스 자르딘은 실바에게 초살당했지만 리델과 그리핀에게 승리를 거뒀으며 퀸튼은 그리핀에게 패배하긴 했지만 리델과 실바를 초살시킨바 있다.

여기에 료토 마치다와 다음 UFC93에서 마크 콜먼과 맞붙는 마우리시우 쇼군도 있다. 현재까지 무패를 달리고 있는 료토 마치다와 라샤드 에반스도 훗날을 장담할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내년 1월 영국에서 열리는 UFC93에서는 `슈퍼코리안' 데니스 강의 데뷔전이 펼쳐진다.

사진/ UFC.com

덧) 아직 협의중에 있지만 서울신문에 기존의 일본프로야구 기사뿐만 아니라 MMA 기사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윤석구의 야구세상은 누가 뭐라해도 주종목이 Baseball 입니다. MMA는 대회가 있을때만 기사를 쓸 생각인데, 사실 필자는 야구못지 않게 MMA를 사랑합니다.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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