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한국대표팀이 중국을 14-0 7회 콜드게임승을 거두고 다시한번 일본과 맞붙게 됐다. 중국은 수준이 떨어지는 팀의 전형적인 모습인 수비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며 매이닝 미스 플레이를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한국은 1회말 이종욱의 볼넷에 이은 도루, 상대투수 궈치앙의 폭투까지 이어지며 무사 3루찬스 잡은후 정근우의 볼넷과 김현수의 안타로 선취득점에 성공한다.
김태균의 내야땅볼로 한점을 더 달아난 한국은 4회말 이범호가 투런홈런을 쏘아올리며 단숨에 4-0을 만들며 대량득점의 시나리오를 시작하더니 5회말에는 이진영과 추신수가 각각 안타와 상대실책으로 2득점을 올리며 6-0으로 사실상의 승부를 결정짓는다. 이어 박경완의 밀어내기 볼넷과 이종욱의 희생타, 정근우의 안타까지 터지며 9-0까지 스코어 차이를 만드는데 이과정에서의 득점은 상대팀의 보이지 않는 실책성 플레이와 폭투등이 남발해 손안대고 코를 푸는 손쉬운 득점들이었다.
6회에는 대타 이대호의 2루타,이범호의 희생타, 대타 강민호의 볼넷과 박기혁의 3루타에 이은 이종욱의 안타로 일거에 4득점을 뽑으며 최종 스코어 14-0 으로 경기를 매조짓게 된다.
한국 선발 윤석민은 6이닝동안 2피안타 탈삼진 4개 무실점으로 선방하며 내일 일본전을 대비해 투수력까지 아끼는 역할까지 해내며 그 명성 그대로의 호투를 보여줬다.
7회 중국의 마지막 공격때는 정대현이 올라와 두명의 타자를 깔끔하게 막았고 역시 컨디션 점검차 올라온 임창용도 한타자를 틀어막으며 아직은 한수 아래인 중국팀의 1라운드 탈락을 확정시켰다.
▶ 이범호의 홈런, 윤석민의 무실점 호투
이대호를 대신해 이날 3루수로 선발 출장한 이범호는 4회말 타석에서 좌월 투런홈런을 쏘아 올리며 3루주전 입성을 노리겠다는 무력시위를 보여줬다. 전날 일본전에서 이대호의 부진과 맞물려 수비강화 측면으로 해석되는데 수비 역시 별다른 우려없이 깔끔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다만 한국의 일방적인 경기 페이스였다는 점을 고려할때 큰 의미는 두기 힘들다. 내일 일본전에는 두 선수중 누가 선발로 출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홈런이 주는 의미를 생각할때 김인식 감독 입장에서는 이범호에게 마음이 있지 않을까 싶다.
윤석민의 호투는 한게임 이상의 맹활약이었다. 일본에게 유리한 경기편성으로 인해 자칫 투수력 고갈이 우려 됐는데, 중국전에서 큰 출혈없이 경기를 끝낼수 있었던 것도 윤석민의 호투가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마지막 7회에 올라온 정대현과 임창용은 말 그대로 내일 일본전을 위한 워밍업 이상의 의미는 없었던 구위점검 차원이었다.
3월 9일 조 1위 결정전, 한국 vs 일본
▶ 한국 또 좌완 선발 투수?
내일 일본전 선발이 좌완 봉중근으로 내정됐다. 최근 몇년간 한일 양국은 유독 좌완 선발투수를 집중적으로 투입시키며 필승의 의지를 내비쳤는데 일본은 과거 와다 츠요시-스기우치 토시야-나루세 요시히사 의 좌완 3인방으로 톡톡한 재미를 봤지만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실패를 교훈삼아 더 이상 한국전에는 이들의 모습을 볼수 없게 됐다. 이들이 아니더라도 그만큼 질적 양적으로 이에 못지 않은 투수들이 있기 때문인데 일본은 내일 한국전에 우완 이와쿠마 히사시(28. 라쿠텐 골든 이글스)를 선발로 예고했다.
이와쿠마는 작년시즌 총 28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201.2이닝을 던졌다. 21승 4패 평균자책점 1.87 을 기록하며 사와무라상을 수상했는데 대표팀 동료인 다르빗슈 유(니혼햄 파이터스)의 타이틀 2연패 도전을 제치고 차지한 수상이라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와쿠마는 무시무시한 페스트볼의 위력을 뽐내는 투수는 아니지만 투구 로케이션이 뛰어남은 물론 프로 8년차 투수답게 배짱이 두둑한 선수로 알려져 있다. 몸쪽 역회전볼, 포크볼을 주무기로 다소 독특한 투구폼을 가지고 있어 타자들이 배팅 타이밍을 맞추는데 있어 상당히 까다로운 투수다. 앞발 레그 킥 즉 투구시 리프팅(lifting) 탑지점에서 움직임을 한번 끊었다가 스트라이드로 넘어가는 스타일이라(다르빗슈도 비슷한 스타일) 우리타자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고전이 예상된다.
문제는 한국의 좌완선발인 봉중근이다.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지만 이젠 그만 일본전 좌완 선발투수 고집은 버렸으면 한다. 물론 봉중근의 투구스타일이 김광현과는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지난 7일 경기에서 좌완 김광현을 내보내고 난타당했던 것은 그만큼 일본이 한국의 좌투수 공략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미 결정된 일이기에 어쩔수 없는일. 봉중근의 호투를 기대할수 밖에 없다. 그의 환상적인 1루 견제동작이 일본전에서 다시한번 빛을 발했으면 싶다.
▶ 스즈키 이치로,아오키 노리치카 그리고 무라타 슈이치
사실상 이번 리턴매치는 이 세명의 타자를 막느냐 막지 못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것으로 전망된다.
WBC 가 열리기전 요미우리와 세이부 등과의 연습경기에서 부진, 첫 경기인 중국전에서도 무안타에 그쳤던 이치로는 지난 7일 한국전에서 살아나며 5타수 3안타(1도루)를 기록 했는데 3안타가 모두 경기승패를 결정짓는 초반에 나온 안타들이다. 한국전을 통해 그의 타격페이스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번 경기 역시 그를 막지 못하면 초반부터 경기가 꼬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팀 3루수 자리는 누가 들어설지 모르지만 항상 기습번트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수비에 임했으면 한다.
아오키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의 앞타자인 나카지마 히로유키의 끊질김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정교함과 장타력을 동시에 갖춘 대형 유격수인 나카지마와 상대하다보면 루상의 이치로가 뛸듯 말듯 괴롭히다 보니 그와 어려운 승부를 할수 밖에 없으며(실제로 지난 대결에서 2회초 밀어내기 볼넷을 얻은바 있음) 나카지마의 볼넷 이후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가는 김광현의 슬라이더를 노리고 들어간 아오키의 적시타가 득점의 시발점이었다. 종합해 보면 이치로의 출루가 모든 불행의 시작이란 점을 봉중근 선수는 꼭 명심해야 한다.
무라타는 이미 제 2의 마츠나카 노부히코(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된듯한 느낌이다. 지난 1회 대회에서 4번타자로 맹활약을 펼치며 일본의 첫 우승에 기여했던 마츠나카가 대회직전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그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만큼 벌써부터 공포의 타자가 됐다.
작년시즌 요코하마 경기에서의 무라타 타격을 보면 2스트라이크 이후 가운데에서 바깥쪽으로 흐르는 유인구성 변화구를 던지면 거의 배트가 나오는데, 한국의 정대현이나 임창용의 공이라면 충분히 상대해볼만 하다고 본다. 단 무라타는 어떠한 볼카운트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신의 스윙을 가져간다는 점은 주의해야할 부분. 7일 김광현에게 홈런을 터트리기전 2스트라이크 이후 무던히도 쳐내던 파울타구도 컷트의 의미도 있었지만 죄다 풀스윙으로 쳐낸 파울이었다.
지난 경기에서 하라 감독이 가지고 나온 타선을 보면 한가지 독특한 점을 발견할수 있었는데 좌-우 지그재그 타선이 바로 그것이다. 1번 스즈키 이치로(좌)- 2번 나카지마 히로유키(우)- 3번 아오키 노리치카(좌)- 4번 무라타 슈이치(우)- 5번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좌)- 6번 우치카와 세이치(우)- 7번 후쿠도메 코스케(좌)- 8번 조지마 겐지(우)- 9번 이와무라 아키노리(좌). 돌이켜 생각해보니 김광현 한명으로 너무 오랫동안 끌고 간것이 패인이 아니였나 싶다.
그만큼 한국전을 위한 대비도 철저했지만 지그재그 타선으로 구성된 저 라인업도 분명 영향이 있었다. 이 라인업으로 1차전에서 대승을 거뒀던 일본은 아마도 내일 리턴매치에서도 저 타선 그대로 스타팅 멤버를 들고 나올것으로 보인다. 비록 봉중근으로 선발투수가 내정돼 있지만 조그만한 위기, 아차의 순간이 닥치면 한 타이밍 빠르게 투수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도 우리 코칭스탭들이 염두에 둬야 할 일.
실제로 한국은 일본전에 앞서 이미 투수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금일 중국전에서 원사이드하게 이닝을 먹어준 윤석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인데, 봉중근-손민한-정현욱-오승환-정대현-임창용 으로 이어 던지며 짧게 이닝을 끊어서 한명의 투수가 같은 타자를 두번 상대하는 일이 없게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
사실 한국은 이미 중국전 승리로 본선 진출이 확정된 상태다. 굳이 일본전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첫번째 대결에서 치욕적인 콜드게임패를 당했던 것을 상기할때 일본에게 다시한번 진다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팀 분위기는 물론 본선 라운드에서의 팀 상승세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연 한국은 지난 경기의 참패를 설욕할수 있을까? 다시 말하지만 "언더 독" 이란 자세로 임한다면 결코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야구란 큰 스코어 차이로 질때도 있고, 박빙의 승부에서 단 한점차이로 이길때도 있는 예측불허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필승을 기대한다.
사진/ 연합뉴스 & 도쿄 TV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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