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중국을 4-0으로 물리치고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아시아라운드 첫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최약체 중국을 맞이해 거둔 승리의 이면에는 경기내용이 루즈했음은 물론 `졸전' 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빈타에 허덕였는데 그 중심에는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가 있었다.
이치로는 WBC가 시작하기 전만해도 3번타자 기용이 유력했었다. 하지만 일본팀들과의 연습경기에서 연이은 부진을 거듭, 결국엔 중심타선에서 빠지며 중국전에는 1번타자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치로는 팀의 리드오프로서의 역할을 단 한차례도 수행하지 못한채 5타수 무안타. `이치로의 일본팀' 이란 일본언론의 호들갑이 무색할 정도로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외야플라이를 쳐냈을뿐 그 이전 4타석에서는 모두 내야땅볼을 기록했는데 연습경기부터 이어져온 타격슬럼프가 아직도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단 한경기만을 놓고 판단한다는게 섣부른 감이 있지만 중국전에서 보여준 일본타자들의 타격감각은 전체적으로 다운되어 있었다. 일본이 중국을 상대로 쳐낸 안타수가 고작 5개다. 아오키 노리치카(2개),오가사와라 미치히로,무라타 슈이치,이나바 아츠노리만 안타를 기록했을뿐 메이저리거인 후쿠도메 코스케(4연타석 볼넷 출루),조지마 겐지,이와무라 아키노리는 모두 무안타에 그쳤다.
다르빗슈 유(니혼햄 파이터스)를 선발로 내보낸 일본은 이후 와쿠이 히데아키(세이부)-야마구치 테츠야(요미우리)-타나카 마사히로(라쿠텐)-마하라 타카히로(소프트뱅크)-후지카와 큐지(한신) 총 6명의 투수를 투입했는데 비록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마쳤지만 중국타자들의 수준을 고려할때 그리고 투구내용을 들여다 보면 타자들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컨디션은 아닌듯 싶다.
일본은 3회말 나카지마의 볼넷에 이은 아오키의 중전안타로 선취점을 뽑은 후 이어진 공격에서 무라타의 투런홈런까지 터지며 단숨에 3-0 리드를 잡았다. 6회에는 후쿠도메와 조지마의 연속 볼넷에 이은 이날 중국의 세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온 순궤치안의 어이없는 보크로 어부지리로 한점을 보태며 사실상의 승부를 결정지었다.
[중국전 3회말 투런홈런을 쏘아올린 무라타 슈이치]
▶ 아오키 노리치카-무라타 슈이치, 절정의 타격감을 뽑내다
"제2의 이치로"라 불리우는 아오키지만 이날 경기로만 놓고 보면 수식어의 임자를 바꿔도 될정도로 맹활약을 펼쳤다. 2005년 센트럴리그 신인왕,타율1위,베스트나인상 센트럴리그 최초의 200안타(202개), 일본최초의 3년연속 190안타 이상기록, 2007년 타율 1위(.346) 최다안타 1위, 2008년 타율 2위(.347) 그리고 해마다 늘어나는 장타율과 감소하는 삼진갯수. 그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절정의 타격솜씨를 보여주고 있는 아오키는 역시 대단했다. 1회 첫타석에서 1루라인을 타고 흐르는 총알같은 2루타, 3회에는 팀이 첫 득점을 올리는 적시 중전안타까지 쳐내며 미칠듯한 타격본능이 어떤것인가를 보여줬는데 4회 세번째 타석에서는 비록 범타에 그치고 말았지만 잘 맞은 타구가 1루수의 호수비로 잡혔던 타구였다.
일본의 다음 상대는 우리 대한민국이다. 아오키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필자가 봤을때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 김광현의 불꽃투에 기대를 걸어야 할뿐. 아오키는 정말로 무서운 타자로 이미 성장을 끝마쳤다.
`공을 자신의 중심에 놓고 때려라' 라는 아주 평범한 타격의 표본은 아오키가 안타를 칠때의 모습을 보면 알수가 있을 정도다.
역시 무라타였다. 2년연속 센트럴리그 홈런왕(2007년 타점왕 포함)의 위력을 여지없이 보여준 한판이었다.
필자가 대회전 아오키는 물론 무라타에 대한 분석을 여러차례 한바 있지만 무라타의 장점은 역시 우직함이다. 특정 볼카운트에 편중되지 않고 골고루 분포된 타율과 홈런은 설사 자신에게 볼카운트가 불리하더라도 본연의 스윙을 하는 무서운 타자인데 중국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회말 첫번째 타석에서는 비록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그 이전 좌측폴대를 살짝 빗나가는 큼지막한 파울홈런부터가 예사롭지 않더니 결국 3회말 두번째 타석에서 2스트라이크로 몰리는 상황에서도 떨어지는 변화구를 강한 손목힘으로 걷어올려 홈런을 쳐냈다. 히팅임펙트 이후 앞다리가 무너졌지만 무라타이기에 가능했던 홈런이었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부진으로 그에 대한 공포심이 없는 한국 팬들이 많은데 올림픽때는 감기몸살로 인한 컨디션 저하가 결정적이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볼카운트가 유리하더라도 걸리면 여지없다는 점을 우리투수들이 꼭 숙지했으면 싶다.
[다르빗슈 유의 연속투구동작 -니혼햄 파이터스-]
▶ 4이닝동안 한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던 다르빗슈 유, 그리고 불펜 투수들
중국전에 선발로 등판했던 2007년 사와무라상에 빛나는 다르빗슈는 역시 대단한 투수였다. 중국 타자들의 수준을 고려하면 칭찬만 하기엔 뭐하지만 어찌됐던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한국타자들이었다면? 이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그렇게 좋은 피칭은 아니였다.
공인구에 대한 적응력이 아직도 부족하다는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페스트볼은 비교적 제구가 되는 편이었지만 슬라이더,체인지업,커브의 변화구 제구력은 뜻대로 되지 않은듯 보였다.다르빗슈는 이번 대회 경기 운영상 꼭 한번은 한국전에 그 모습을 드러낼것으로 보인다. 투구시 앞 무릎 리프팅 탑지점에서의 모션이 끊겼다가 다시 나오는데 한국타자들은 이점을 숙지하고 배팅 타이밍에 대한 연구를 해야할듯 싶다.
이밖에 와쿠이부터 후지카와까지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은 모두 안타를 허용했는데 불펜전문투수인 요미우리의 야마구치를 제외하곤 소속팀에서는 모두 선발투수라는 점이 한국전에서는 어떠한 결과로 나타날지 흥미로워진다. 분명한 것은 선발과 불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르다는점, 하라 감독의 대표팀 선수선발이 어떠한 결과로 나타날지 꼭 지켜보자.
▶ 중국전 4번타자였던 이나바 아츠노리(니혼햄), 한국전에도 지명-4번타자일까?
현 일본대표팀 타자들중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는 4년연속 30홈런 이상(프로데뷔후 8시즌 30홈런 이상)을 쳐냈으며 본문에서 언급했던 무라타는 2년연속 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선수다. 유달히 "4번타자" 의 상징성을 내세우는 일본야구의 보편적인 정서로 보자면 당연히 가장 파괴력이 뛰어난 타자가 그 자리에 들어가야 맞지만 이번 일본팀은 이나바가 그자리를 차지할거라고 한다. 이나바는 프로 14년동안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적이 4번, 장타율 5할 이상을 기록했던 시즌도 4번뿐이다. 작년에는 홈런 20개를 기록했는데 통산 홈런도 겨우(?) 200개다. 중국전 7회 마지막타석에서 2루타를 치긴 했지만 그 이전 타석에서는 내야땅볼 2개와 삼진 하나를 기록했다. 오늘 무라타의 타격감을 감안할때 한국전에는 이나바 대신 무라타가 그자리에 들어갈 확률이 크다.
이나바의 4번기용은 한국도, 그리고 일본의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할만큼 하라감독의 속내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한점차 승부, 거기에 덧붙여 만약 팽팽한 투수전이 전개된다면 풋워크와 좌우 수비범위가 좁은 무라타가 이나바 대신 한일전에는 3루 대신 지명- 4번타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좌완 김광현이란 점도 이유가 될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변수를 계산에 넣고 일본전을 준비해야 한다. 일본의 수비위치 이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록 일본은 중국에게 승리를 거뒀지만 이치로를 포함해 총 4명의 야수 메이저리거들이 타격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보였다. 그리고 연습경기때부터 고민꺼리였던 투수들의 공인구 적응도 완전치가 않은 모습이다. 단 하루 휴식을 취하고 7일 한국과 맞붙었을때 이 부분이 얼만큼 개선될지, 그리고 타격컨디션을 끌어올릴지가 한-일전의 중요한 키포인트가 될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국은 6일 저녁 7시 이번 대회 첫 상대인 대만과 일전을 치룬다.
사진/ 일본야구기구 & 로이터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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