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회에서 경기방식과 룰의 이익을 등에 업고 우승을 차지한 일본은 디펜딩챔피언으로서의 지나치게 타이틀방어에 올인하는듯한 인상이다. 주요방송과 신문들 역시 이에 동조하고 있다.
대회를 한달 앞둔 5일, 일본의 스포츠 찌라시들인 `산케이신문'과 `스포츠호치' 는 한국전 선발투수로 마츠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레드삭스)의 등판이 유력하다는 보도를 냈다. 1년이 남았을때, 1달이 남았을때 등등 유달리 이러한 날짜관념을 염두에 두고 보도를 내는 전형적인 모습인데(이해는 한다만) 오바스러움이 지나치지 않나 싶다.
최근 몇년동안 국제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일본은 특히 한국전 선발투수에 대한 언급을 자주 하곤 했는데 일본언론에서 흘린 예상 선발투수가 한국전에 등판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2007년 12월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앞두고 한국전 선발투수로 거론된게 다르빗슈 유(니혼햄 파이터스)였다. 하지만 한국전에 등판했던 투수는 좌완 나루세 요시히사(치바 롯데 마린스). 좌완투수에게 약하다는 한국타자들의 약점을 역이용한 작전이었다. 결과는 4-3 일본의 승리. 한국을 대륙별 예선으로 떨어뜨렸다.
베이징 올림픽 예선을 앞둔 시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르빗슈가 한국전 선발투수로 유력하다고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언론에서도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와다 츠요시(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선발로 등판했다.
비록 와다는 이대호에게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7회 마운드를 물러날때까지 한국타선을 꽁꽁 묶은 인상적인 호투를 펼쳤다. 그 이유가 어디에서 기인된 것인지는 몰라도 일본은 한국타자들이 좌투수에게 약하다는 선입견이 지나치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와다는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아테네 올림픽 예선겸)에서 한국을 셧아웃 시킬정도의 완벽한 피칭을 보인적은 있다.
준결승전을 앞두고 또다시 거론된 투수가 다르빗슈였는데 결국 좌완 스기우치 토시야(소프트뱅크 호크스)를 냈다. 예선전에서 와다의 호투에 고무된 일본은 다시한번 스기우치를 선발로 내보냈지만 채 4회를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고 말았다. 정말이지 국제대회가 있을때마다 한국전에 그 이름이 오르내리는 다르빗슈를 이번대회에서 꼭 상대하고 싶을정도다.
[WBC에서 불펜으로 활약하게 될 세이부의 키시 타카유키]
최근 일본 TBS에서는 쿠도를 비롯해 이번대회에 불참하는 우에하라및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국전 전력분석 토론내용을 방송에 내보냈다. 이들은 4개팀이 참가하는 이번 아시아라운드에서 이와쿠마 히사시(라쿠텐 골든이글스)- 마츠자카-다르빗슈 로 이어지는 투수 로테이션에는 수긍을 했지만 이번 대회가 선발투수에 대한 비중이 크지 않을거란 전망도 내비쳤다.
일본이 초반 리드를 할 경우, 초반 리드를 빼앗길 경우, 박빙으로 갈 경우, 는 물론이고 경기 중반 이후 경기양상에 따라 좌-우 투수들을 연이어 투입시켜야한다는 말도 나왔다. 특히 우에하라의 의견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누가 한국전 선발로 등판하더라도 아주 조그만한 위기라도 찾아오면 투수교체를 빨리 가져가는게 좋을거란 의견이었다. 일본은 첫경기에서 맞붙을 중국전에서의 승리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두번째 경기인 한국전을 이기면 남은 경기 승패여부와 관계없이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 한국전에 올인한다는 생각인데 우에하라의 의견은 가용할수 있는 투수들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가상의 경기내용을 짐작하며 거기에 따른 몇가지 자신의 주관을 덧붙여 설명했다.
우에하라는 선발투수를 강판시킬때는 루상의 주자 유무를 반드시 확인하고 다음투수를 투입해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내비쳤는데 아직 최종엔트리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일본대표팀의 불펜투수로 예상되는 선수들 대부분이 소속팀에서는 선발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닝에 관계없이(경기초반이라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선발이 물러날시 마무리 투수인 후지카와 큐지를 조기 투입해 급한불을 초반부터 꺼야 한다고까지 했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한-일전은 초반리드가 중요하기 때문. 그리고 후지카와가 아니더라도 뒷문을 막을 투수들이 있다 라는 점도 예를 들었다.
세이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 두명의 투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불펜투수로 활약하게 되는데 이들은 소속팀에서는 선발로 활약하는 투수들이다. 주자가 없는 상황, 또는 새로운 이닝이 시작할때 이들을 내보내야 한다는 말이다. 선발투수는 경기리듬감이 불펜투수들과는 달라서 주자 유무에 따라 투구감각이 차이가 있다.
우에하라는 만약 일본이 한국에게 경기중반 리드를 빼앗긴다면 이 두선수를 조기에 투입시키는게 좋다는 의견이었다.
반대로 일본이 리드할시에는 공의 구속과 핀포인트 제구력, 그리고 낙차큰 커브를 가진 키시를 마무리 투수로 투입해도 괜찮을거란 전망도 내비쳤다. 작년시즌 일본시리즈 MVP인 키시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위기상황시 한국의 좌타자들인 김현수와 이용규 그리고 추신수등과 상대할때는 좌완인 나루세와 와다를 투입시켜서 불을 꺼야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선발과 마무리에서 모두 경험이 있는 우에하라다운 분석이다.
예상은 예상일 뿐이지만 결국 이날 방송에 나온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한국전은 박빙의 승부가 될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김광현에 대한 공포심으로 가득찬 모습이었는데 김광현의 구위로 봤을때 일본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실점을 최소화하며 중반까지 경기를 이끌어 가다 투구수 제한 때문에 김광현이 물러난 이후 한국투수들을 공략하겠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에는 김광현만 있는게 아니다 라는 것을 꼭 보여줬으면 싶다.
개인적으로 마츠자카와 상대했던 시드니 올림픽때의 우리대표팀 타선과 지금의 타선, 그리고 당시보다 못한 그의 투구로 봤을때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본다. 우에하라의 한국전 불펜투수 총동원령의 주장은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닐까 추측된다. 마츠자카는 시드니 올림픽에서 우리에게 두번씩이나 패한 경험이 있다.
현재까지 WBC에 대한 준비는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잘되어 가고 있는듯 보인다. 야쿠르트의 전설적인 포수였던 후루타 아츠야는 얼마전 세이부 라이온스의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현장을 찾아 키시와 와쿠이에 대한 조련에 들어갔다.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줌은 물론 아직도 현역복귀에 미련이 남아있는 그 역시 이번 캠프가 훈련의 병행인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마츠자카는 `선발투수'가 될것인지 아니면 `첫번째 투수'의 의미만 있을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경기결과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편 마츠자카도 세이부 라이온스 캠프에 참가해 몸만들기에 한참인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일본야구기구 & 보스턴 레드삭스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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