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의 어떤 대회를 앞두고 특정선수, 혹은 특정라인에 대한 기록의 평가는 정답이 될수 없다. 그건 정규시즌과는 다른 분위기, 그리고 정규시즌의 모습이 단기전에서의 바로미터가 될수없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을 앞두면 항상 나오는게 정규시즌때 기록이 그러했기에 A팀이 이긴다. 또는 상대전적이 그러했기에 B팀이 이긴다 라는 것도 야구가 가진 특성이 기록중심에 바탕을 두고 예상을 하기 때문이다.
2001년 한국시리즈 직전 삼성의 절대우위 예상을 깨고 두산이 우승을 했던것, 그리고 2008년 준플레이오프 직전 롯데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하다던 세간의 평가를 무색하게 했던 삼성의 승리가 바로 그런 것들이다. 이것은 기록을 바탕으로 내세운 예상이었다.
위의 사례들은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을 나타내는 그리고 기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잘 대변해줬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도표를 그리거나 기록을 끄집어 내서 경기 예상을 하는걸 굉장히 싫어한다. 일전에도 언급한적이 있지만 " 기록과 통계는 비키니를 입은 여자와 같아서, 모든걸 보여주지 않는다 " 라는 주의이기 때문이다. 기록은 참조할때가 가장 가치가 있는 것이지, 그게 절대적인 신앙적 정답은 아니다. 기존언론에서 기사의 가치를 `객관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평가를 하곤 하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것 역시 정답이 아니라고 본다.
글속에는 글쓴이의 주관적 생각이 스며드는 부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을 앞둔 요즘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갖는게 한-일전 그리고 양팀의 중심타선 비교우위다. 기록이 다가 아닌, 리그가 다른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뭉치면 어떤 효과가 발생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참조용으로 2008년 성적을 짧막하게 도표를 만들어 봤다.>
| 게임 | 타수 | 안타 | 홈런 | 타점 | 출루율 | 장타율 | 타율 | |
| 오가사와라 | 144 | 520 | 161 | 36 | 96 | .381 | .573 | .310 |
| 마츠나카 | 144 | 538 | 156 | 25 | 92 | .382 | .489 | .290 |
| 후쿠도메 | 150 | 501 | 129 | 10 | 58 | .359 | .379 | .257 |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요미우리)-마츠나카 노부히코(소프트뱅크)-후쿠도메 코스케(시카고 컵스) 로 이어지는 일본대표팀의 중심타선은 네임밸류로만 놓고 보면 무서운 타선이다.
[2006년 WBC 결승전에서의 마츠나카 노부히코]
3번타자로 나설 오가사와라는 4년연속 30홈런에 통산 타율이 .318로 정교함과 파워를 동시에 갖춘 `풀스윙 히터'로 유명하다. 일본전 등판이 유력한 우리의 김광현과 류현진 투수가 이 3명의 타자들중 오가사와라의 봉쇄여부에 따라 한-일전 승패가 결정된다고 본다. 마츠나카와 후쿠도메를 결코 무시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작년이맘쯤 오가사와라 타격분석을 하면서 언급한적이 있지만 그의 타격이 무지막지한 풀스윙의 거친 타격이라 `모 아니면 도' 식으로 비춰질수도 있지만 타격장면을 느리게 해서 분석해보면 얼마나 배팅타이밍을 스스로 잡아먹지 않고 고르게 타격을 하는지 알수 있는 선수다. 테이크 백(백스윙)이 거의 없는(그냥 없다라고 생각해도 무방),그리고 로드포지션(Load position)→ 런치포지션(Launch position)의 이동과정에서 자신의 배팅공간을 길게 가져가며 최대한의 파워를 분출해내는 타자다. 이 두포지션 사이를 길게 가져가면서도 배트스피드가 빠른 타자들은 어느대회에 내놓아도 처음상대하는 투수와의 승부에서 얌전히 물러나지 않을만큼의 적응력이 있다라고 본다. 필자가 오가사와라를 무서워 하는 이유다.
마츠나카는 일본을 대표하는 국제대회 단골멤버다. WBC 1회 대회때도 참가를 했었고 한때는 일본 `제1의 슬러거'라며 칭찬이 자자했던 대표타자다. 하지만 요 근래들어 몇년동안은 과거만큼의 강력한 파괴력이 실종된듯한 느낌이다. 2년연속 40홈런(2004-44홈런,2005년-46홈런) 3년연속 120타점 이상을 기록했던(2003-2005)시절엔 후쿠오카돔이 아닌 센트럴리그의 히로시마나 도쿄돔이 홈구장이었다면 일본프로야구 한시즌 홈런신기록(왕정치,터피 로즈,알렉스 카브레라가 보유중인 홈런 55개)을 달성했을거란 전문가들의 전망도 그를 보고 나온 발언이었다. 하지만 2006년(홈런19개)-2007년(홈런 15개)부터 급격하게 홈런수가 감소했다. 비록 올시즌 25방의 홈런을 터뜨리긴 했지만 프로입단 이후 가장많은 경기와 가장많은 타석(632타석)에서 때린 홈런이라 이제 그도 나이(1973년생)가 들어가는 모습이다. 큰경기에 약한 징크스(2005년 롯데와의 포스트시즌 당시 무기력한 모습을 상기해 보라)가 이번 한-일전에서 다시한번 나타났으면 한다. 그의 대안으로 작년시즌 센트럴리그 홈런왕인 무라타 슈이치(요코하마)를 거론하곤 하는데(사실 필자가 자주 거론함) 그의 3루 수비력을 감안할때 고개가 끄덕여지기는 힘들다. 4번 무라타보다는 대타 무라타가 더 위력적일듯 싶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발표했던 2007년 겨울쯤 후쿠도메 타격분석(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서 바꿔야할 타격폼)을 윤석구의 야구세상에서 한걸로 기억하는데, 주니치에서의 타격폼 그대로 진출하더니 완전 망가진 작년시즌을 보냈다. 출루율과 장타율이 비슷해져만 가는 저 아름다운(?) 스탯의 이면에는 빅리거의 변화구 공략에 상당한 애를 먹었던 작년시즌 후쿠도메다. 개인적으로 빅리거 투수들과 상대함에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은 페스트볼보다는 변화구라고 본다. 손가락이 긴 그쪽 투수들은 같은 구종의 변화구를 던지더라도 동양투수들에 비해 꺾이는 각도 차이가 상당히 심하다. 이름값의 후쿠도메가 만약 5번타자로 한국전에 출전을 한다면 개인적으로 땡큐다. 좌완 김광현이나 류현진에 맞서서 얼만큼의 에버리지를 보여줄수 있을지, 그리고 장타를 생산할수 있을지 밝아보이지 않는다.(WBC 대회전까지 시간이 나면 후쿠도메의 일본시절 타격동작과 지금의 타격동작을 비교분석해 볼까 한다.)
큰 경기에서는 한방이 승부를 가른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일본이 무서운것은 이치로와 아오키와 같은 정교하고 발빠른 타자들의 능력이다. 원힛트 투베이스 야구를 할줄 아는 이들이 일본의 중심타선보다 더 경계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하라 감독이 이치로를 4번에 기용할수도 있다고 한 발언을 생각해보면 과거와 같은 강력한 파워히터들이 즐비했던 타선이 지금은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름값으로만 보면 믿을만 하지만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일본의 중심타선이다.
| 게임 | 타수 | 안타 | 홈런 | 타점 | 출루율 | 장타율 | 타율 | |
| 추신수 | 94 | 317 | 98 | 14 | 66 | .397 | .549 | .309 |
| 김태균 | 115 | 410 | 133 | 31 | 92 | .417 | .622 | .324 |
| 이대호 | 122 | 435 | 131 | 18 | 94 | .400 | .478 | .301 |
이승엽이 빠진 대표팀 중심타선은 분명 가벼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승엽 대신 추신수가 가세하니 그게 그거라는 분석도 있지만 일본대표팀으로 눈을 돌리면 후쿠도메와 비교를 하는게 맞다고 본다.
[2008년 보스턴 레드삭스전 추신수]
작년시즌 성적으로만 놓고 볼때는 추신수의 압승이지만 또다른 점에서도 추신수의 압승이 기대된다.
사실 개인적으로 추신수의 장래성을 굉장히 높게 평하는 편이다. 후쿠도메가 빅리거의 빠른볼에 적응을 하지 못해 일찍 헤드업이 되면서 앞어깨가 열리는 타격(빠른공에 대한 부담으로 인한 변화구공략시)을 올시즌 보여줬다면 추신수의 타격동작은 과거와는 달리 일취월장 그 자체였다.(추신수 타격분석도 작년가을쯤 했으니 궁금하면 이블로그 어딘가에 있으니 찾아보시길) 과거 배트 헤드를 투수쪽으로 눕히던 것을 수직으로 세우면서 배트가 돌아나오는 시간을 단축시켰음은 물론, 백스윙이 없어짐으로 생긴 파워부족을 짧은 레그 스텝 그리고 임펙트전까지 강력한 힙턴력과 백 레그(체중을 뒤에 남겨두는)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같은 한국인이라고 해서 하는말이 아니라 정말로 추신수의 잠재력이 어느정도까지 발휘될지가 올시즌 궁금할 정도다. 이번 대회 후쿠도메와의 비교우위에서는 단연 추신수의 압승이라고 본다.
김태균 역시 경쟁력이 높다. WBC 1회 대회에도 참가했던 김태균은 작년시즌 한국리그 홈런왕이다.
국내타자중 No-Stride 파워히터의 표본, 강력한 몸통회전력을 자랑하는 그의 타격은 사실 일본의 야구관계자에게 자랑하고 싶은 선수다. 일본에서 홈런좀 친다. 라고 평가받는 타자들중 No-Stride 배팅을 하는 타자는 거의 없다.(있으면 댓글로 남겨주길) 하지만 한국에는 김태균이 있다. 라고 말이다.
기실 스텝을 하지 않는 타자들은 자신의 배팅공간에서 공을 바라보는 시각적인면에서는 굉장히 유리하다. 다리를 든다는것은 그 과정에서 타격폼이 무너질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김태균은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이 자랑하는 다르빗슈 유와 이와쿠마 히사시 그리고 마쓰자카 다이스케 중 어느 투수와 상대할지는 모르겠지만 김태균의 배팅이 일본에서 통할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대호의 강점은 뭐니뭐니 해도 실투를 놓치지 않는 타격이다. 베이징 올림픽 예선에서 와다 츠요시에게 뽑아낸 홈런은 앞으로 있을 국제대회에서의 활약을 입증했던 장면이었다. 큰 등치지만 몸이 유연하기에 배트 컨트롤도 좋은편이며 다양한 미트포인트(컨택트부분)지점을 가지고 있는 타자다. 이미 이대호는 올림픽에서 일본과 2차례나 격돌해본 경험있어 이 부분에서 큰 자심감을 안고 일본전에 나설것으로 보인다. 야구는 투수와 타자가 처음 맞붙으면 단연 투수가 유리할수 밖에 없는 스포츠다. 이대호의 경험 그리고 그의 파괴력이 다시한번 일본땅에서 폭발할것으로 기대한다.
작년 연말 일본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하라 타츠노리는 대회 2연패와 대표팀 세대교체라는 2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중심타선의 면모를 보면 세대교체와는 거리가 먼듯 싶다.
이미 30줄이 넘어간 후쿠도메(1977년생)는 차치하더라도 오가사와라와 마츠나카는 올해 한국나이로 37살(1973년생)이나 된다. 반면 한국은 추신수-김태균-이대호 모두 28살(1982년생)의 동갑내기로 향후 10년간은 이들이 한국대표팀의 중심타자들이다. 오히려 중심타선은 우리가 세대교체를 하고 있는 셈이다.
3월 7일, 이들때문에 일본을 물리칠수 있었다 라는 경기후 칭찬이 꼭 있길 기대해본다.
사진/ WBC 공식 홈페이지 & Zimbo.com
윤석구 (http://hitt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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